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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유가영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의 벅찬 슬픔에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쓴 글. 어쩜 이럴 수 있을까 생각했다.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생각하는 이의 글은 촉촉하고 단단하다.
저벅저벅 넉넉한 걸음으로 성큼 걷는 타인들을 바로 옆에 두고, 스스로 낮은 포복으로라도 조금씩 움직이기로 다짐한 사람. 작고 고된 걸음이라도 다시 시작해 보기로 하며 ˝이제는 움직여야 한다˝ 고 다짐하는 사람. 작가는 자신의 상처를 깊이 끌어안고도 타인에게 끊임없는 기회를 주었다.
작가의 고통을 알아보고 공감하기 위해 폈던 책에서 위안을 찾은 것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 살아내겠다는 작가의 다짐이 여러 변주를 만들어 다양한 모양의 슬픔에 가닿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다가와 위로를 건네준 것처럼.
• 세월호 생존자라는 걸 말하고 상대의 반응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뭐라고 그런 말을 하며 다른 사람을 시험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때의 저는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필요했어요. 만약 상대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고 날 부정하지 않는다면 내가 그곳에 존재해도 된다고 인정받는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120) - P120
• ‘어차피 죽으면 모든 게 끝인데 노력해 봤자 뭐하나‘ 싶었고, ‘왠지 나는 오래 살지 못할 거 같아‘ 하는 불안이 항상 제 곁을 맴돌았습니다. 어쩌면 그런 생각들 때문에 저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쳤는지도 모릅니다.(96)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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