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3일 팀이 취재한 고물상의 3일, 그중 야구르트를 마시는 할머니와 취재 중 카메라 뒤로 눈물을 훔치던 VJ가 화면에 함께 담겨있다. 2008년에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 3일, <인생 고물상-고물상 72시간>편의 한 장면이다. SNS에 돌아다니던 캡쳐본으로도 유명해진 이 장면은 어르신들의 고달픈 생활에 안타까워하는 마음들과 VJ의 눈물에 공감하는 마음들로 오랫동안 큰 관심을 받았다. 수년이 지난 후 화면 속 VJ는 책 <참 괜찮은 태도>의 박지현 작가로 나에게 다시 나타났다. 검색창에 ‘고물상 VJ 눈물’이라고 적어 넣고 결과창에 뜬 사진들을 본다. 모자를 쓰고 카메라 뷰파인더에서 얼굴을 겨우 조금 떼어낸 체 급하게 눈물을 닦는 VJ. 오랜 시간이 지나도 따뜻한 마음으로 남아있는 장면 속 그녀가 쓴 글들을 만나게 되다니. 박지현 작가가 15년간 다큐멘터리 VJ와 디렉터로 일해오며 겪는 이야기가 모인 책을 앞에 두던 날, 나는 이미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마음이 속수무책으로 열려버린 독자만큼 쉬운 상대가 또 있을까. <참 괜찮은 태도>는 마음가짐대로 일하고, 또 살아가고 싶었던 사람의 성실한 기록이다. 직업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시작해도 막상 구질한 현실 앞에서 신념을 지키리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박지현 작가는 만났던 이들이 남겨준 이야기들을 잊지 않고 모아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나의 일이 중요한 만큼, 내가 만나는 사람의 인생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문장에서 평생 중요한게 무엇인지 잊지 않겠다는 단단한 다짐이 읽혔다. 이 책은 15년 동안의 업무일지와도 같다. 이 빼곡한 기록들이 그녀를 또 다른 15년으로 데려다줄 것 같았다. 뭔가를 써야 다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그녀도 그런 마음으로 5년 동안 이 책을 잡고 쓰고 고치지 않았을까. 책을 넘기면서 눈물을 찍고 코를 훌쩍거렸다가 피식 웃었다가 감정이 이야기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했다. 기억하고 싶었던 문장을 10개로 추려보는 중 박지현 작가가 타인에게 던진 깊고 따뜻한 질문들과 놀라운 대답들의 흐름을 함께 담지 못해 아쉬웠다. 작가가 이야기 속에 끼워둔 책들의 인용 부분들도 나와 결이 맞아 읽을수록 안심되는 책이었다. 그녀는 이제 어떤 이야기들을 듣고 어떤 질문을 건네며 살아갈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오던 많은 것들에 그녀의 온기가 묻어있었다고 생각하니 허투로 보고 지나칠 수 있는 화면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하루하루가 괴로운 분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억지로 힘내라고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옆에 앉아있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