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는 삶과 삶의 합작품이라고 나는 말해왔다. 인터뷰 대상이 전면이 드러나지만 그 결과물은 인터뷰하는 사람의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에필로그 '인터뷰라는 사랑의 능력' 중)은유 작가의 신작이 산문집이길. 은유 전작주의자인 나는 은유의 이야기로 가득 차있는 책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신작이 인터뷰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그날, 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작가만의 사유로 가득한 활자에 푹 잠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18인의 인터뷰집이 나에게 큰 감응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크게 그린 사람>을 내리 2번 읽고 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은유를 통과해 나온 기분이다. 나는 책을 읽기만 했을 뿐인데 은유가 가진 "인터뷰라는 사랑의 능력"을 맨 앞줄에서 목격한 사람이 되었다. 18인의 인터뷰를 모두 평서문으로 고치고 후기를 성실하게 적어놓은 그는 "세상이 축소해서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들을 크고 선명하게 확대한다. "안 반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 그는 기꺼이 "영(0)"이 되었고 용감하게 자신을 지워냈다. 은유의 이야기가 아닌 18인의 인터뷰인데. 어느 날 글쓰기 수업에서 "인터뷰 글에 남긴 내용 자체가 글쓴이의 생각을 반영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내가 사랑하는 그의 세계관이 가득 차 흘러넘치는 책이었다. 18인의 인터뷰와 함께 나는 은유를 읽었다. "스스로에게 떳떳" 하지 못한 날, "부당한 것을 외면했던 날", "일로 인해 나의 고유성이 훼손되었던 날", 미안함을 깜빡하게 되는 날. 아마 나는 이 책을 다시 펼치게 될 것이다. 은유 작가와 독자를 믿고 기꺼이 이야기를 들려준 18인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 잘 들었으니 이제 내가 잘 살아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