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만나 가장 반가웠던 것은 그 시절 내가 느꼈던 모든 종류의 상실감에 대해 나 대신 증언해주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질병 휴직 후 돌아간 직장에서는 "살 쪘다. 활기가 없어졌다. 텐션이 떨어졌다. 그래서 임신은 언제 할거냐. 엄마가 피부병이 있으면 아이한테도 그게 간다더라." 는 말이 마구 밀려왔다. 아픈 것에 대한 신체적 괴로움은 물론, 정신적인 어려움을 이해해 줄 사람은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이 책은 지혜롭게도 내가 겪었던 모든 일들을 순서대로 배치해주었다. 활기를 강요받는 젊은 여성들과 여성성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여성들. 또한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할까 두려워 체력의 한계를 넘어 무리하는 여성들. 의료진에게마저 공감받지 못하는 여성들은 또한 임신에 대한 강요와 두려움을 따라 읽어가다보니 그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한 든든한 "젊고 아픈 여성들"의 커뮤니티에 속하게 된 마음이 들었다. 1년 전, 남편과 함께 대학병원에 갔다. 무릎 관절 수술을 앞둔 시어머니를 모시고 수술 방법에 대한 설명과 입원 날짜를 지정받으러 간 것이었다. 대기하던 중 우리는 내 나이또래의 젊은 여성이 휠체어를 타고 진료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지나가기 무섭게 "젊은데 어쩌다가." 라고 말했던 내가 떠올라 얼굴이 화끈하다."책을 읽게 되면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된다." 글쓰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나도 몰랐던 나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이유이다.📎57쪽. 그러나 젊은 여성이 의학적인 어떤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의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세상은 우리에게 반짝이는 청춘의 화사한 불빛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젊고 활기차 보이는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고장 나 있다. 우리는 매력적이지만 어느 정도까지만 그렇다. 📎61쪽. 건강에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든 아니면 그냥 내가 거짓말을 잘 못해서든 간에 나는 그러지 않기를 선택했다.📎 117쪽. 그래서 나는 다른 누구 못지 않게 나도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내가 받는 보수에 비해 더 열심히, 내 몸 상태에 비해 더 열심히,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 못했을 만큼 열심히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