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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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원피스를 입었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 거울 앞에 서서도 내가 나를 못 알아보겠다는 거야. 4년 동안 바지를 벗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내가 부상당한 몸이라고 누구한테 털어놓겠어? 말했다가, 나중에 직장도 못 구하면 어떡하라고. 결혼은? 우리는 물고기처럼 입을 다물었어. 전선에 나가 싸웠다는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하지 않았지.(221쪽,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처음에 우리는 과거를 숨기며 살았어. 훈장도 내놓지 못했지. 남자들은 자랑스럽게 내놓고 다녔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어. 남자들은 전쟁에 다녀왔기 때문에 승리자요, 영웅이요, 누군가의 약혼자였지만, 우리는 다른 시선을 받아야 했지. 완전히 다른 시선 ...... 당신한테 말하는데, 우리는 승리를 빼앗겼어. 우리의 승리를 평범한 여자의 행복과 조금씩 맞바꾸며 살아야 했다고. 남자들은 승리를 우리와 나누지 않았어.(221쪽,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오늘의 이야기

요즘 내 업을 스스로 못마땅하게 여기는 마음이 커졌다. 왜 이 일을 지속해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다시 옮겨볼까. 그만두는 것은 어떤가. 자주 깊이 생각하는 요즘이다. 그럴수록 아프고 슬프고 나에게 버거운 이야기들을 자주 집어들어 읽는다. 타인의 어려움을 눈 뜨고 보기로 했던 내가 그 다짐을 실천하는 것인지. "그래도 내가 이분들 보다 더 나은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깨닫고 싶은 것인지. 그 이유를 깊이 사유하고 싶은데 곱씹고 곱씹다 결국 포기한다. 더 생각하고 싶은데 자꾸 생각이 턱에 걸려 넘어진다. 문지방에 찍힌 새끼발가락처럼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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