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나의 조상은 수렵 채집인지도 몰랐다. ..... 오늘의 먹을거리와 머물 곳을 찾아다니며, 매일 하루를 마치 하나의 삶처럼 살아내던 이들. 스스로 서 있는 곳을 장악하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들을 지배하는 능력이 삶의 질을 좌우하던 시간들. 당장 내일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살아 있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던 수만 년 역사의 주인공들. 나는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질 때면 그들을 떠올려보곤 했다. 회사 사무실에 앉아있는 영혼 없는 표정의 내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수만 년 전 내가 사는 이곳에서 누구보다 생생하게 살아 있었을 그들과, 집 안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자전하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46쪽,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등 아래쪽에서 찌르르 진동하는 감각이 느껴져왔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악수를 하고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는 것만 같았다.(45쪽,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오늘의 이야기월요일이 시작되면 걸음이 느린 금요일을 탓한다. 금요일이 되면 보폭이 넓은 주말을 원망한다. 매주 미운 마음을 쌓다 보면 시간도 흐르고 금세 새 달력을 편다. 비 오는 날 친구가 말했다. "다른 일을 해보는 게 어때." 나는 대답했다. "10년은 채워야 연금이 나온데. 나는 이제 5년 남았어." 친구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커피를 홀짝홀짝 마셔댔다. 친구에게도 나에게도 자신이 없었다. 지난 5년의 잘잘못을 따지는 한 달을 보냈다.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했던 다짐과 확신은 다시 길을 잃었다. 양다솔 작가의 글이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춘다. 나만 이러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오늘의 나를 살린다. 힘들 때는 울게 하고 기쁠 때는 웃게 하는 신기한 그녀의 책이 너무 반가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