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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 한 나라의 행복지수를 뒤바꾼 초대형 심리 프로젝트
앤서니 그랜트 & 앨리슨 리 지음, 정지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얼마 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수업을 한 적이 있다. 그 글의 전제는 매우 주관적인 행복이라는 것도 수치화할 수 있으며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거였다.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나이나 성별, 재산 같은 개인적인 것도 있고 정치적 상황이나 경제적 상황 같은 사회적인 것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글은 아쉬운 게 있었다. 표집집단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열심히 분석은 했지만 어디까지나 결과에 대한 이야기일 뿐, 더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 호주 ABC TV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그런데 이 책은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내 갈증을 해소해 줄 만한 책이었다. (나는 사실 oo하면 행복해진다는 식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 오히려 읽는 순간에는 점점 더 불행해지는 것처럼 느껴지므로 - 최근의 관심사를 반영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로 OECD 국가 중 호주가 3년 연속 행복지수 1위를 차지했다는 데 시선이 확 꽂혔다. 오호! 긍정심리학이란 걸 토대로 실험을 진행했구만~ 마틴 셀리그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나름 대학 다니던 시절 심리학 부전공자로서(ㅋㅋ) 익숙한 이름이었다. 그렇다면 한 번 믿고 읽어볼 만 하겠어!
행복으로 가는 8단계 프로그램
이 책은 위에서 소개한 호주의 TV 프로그램에 참여한 8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행복으로 가는 8단계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소개한다. 그 8단계를 따라가며 내가 직접 시행해 본 것을 중점으로 이야기 해야겠다. 일단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반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곱씹어 보았다. 제시된 예 중에서 나는 '성장, 건강, 보상, 자아실현, 기쁨, 열정' 같은 가치들을 중시한다고 생각했다. 이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들이 많을 텐데 나에겐 와닿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목표를 정할 때 위에서 언급한 가치들과 일치하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그리고 쉽게 흥분하고 화를 내고 하는 나를 돌아보게 했던 부분은 마음챙김 기술 중 '분리 기술'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다.
생각을 아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떠올랐다 사라지는 모습을 그대로 바라본다.(133쪽)
한 두번의 연습으로는 가능하지 않겠지만 내 안에 찾아온 감정을 더 높은 차원에서 지켜보고 객관적으로 두고 관찰한다니 너무 매력적이었다. 가능해진다면 앞으로 내 직장 생활에서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았다. 함께 소개된 명상법도 꼭 실행해 보고 싶었다. (사실 나는 책을 무진장 느리게 읽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집중력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꾸준한 명상은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니 나에겐 절실하다 ㅠ)
그리고 나의 성격 강점을 파악해 본 활동도 매우 유익했다. 나는 이러이러한 점이 정말 못났어라고 질책만 하기 일쑤였던 나였는데 내 성격에도 뭔가 강점이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참을 머무르며 생각하고 그 강점을 살릴 문제해결방식은 어떤 게 있을까도 함께 고민했다. 내 인생에 자신감과 자존감을 심어주는 좋은 활동이었던 것 같다.
진정으로 사람들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은 마지막으로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다며 사회연결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상대방의 성공에 경쟁의식이나 질투심을 느끼지 않고, 그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반드시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질수록 당신도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당신이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상대방에게 반응하고 접촉하기 위해 그들한테 받은 것을 돌려준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대인 관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신이 받고 싶은 것을 상대방에게 주는 것도 좋다. (...) 상대방의 진을 빼놓지 말고 불평하지 마라.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사람이 되어야 똑같은 사람들과 이어질 수 있다.(223쪽)
사실 위에서 이러지 마라 저러지 마라 하는 것들은 다 내가 지금까지 행해오고 있는 것들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별나게 저런 말들이 확 와닿는 거 보면 내 인간관계에 대해 불만족이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어려운 것이지만 의식이라도 하며 살아야겠다.
책을 덮으며 남은 약간의 아쉬운 점
내가 이런 자기계발서들을 읽으면서 많이 했던 생각은 오탈자가 제발 없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서 중에서 퀄리티를 자랑하려면 물론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형식면에서도 완벽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다 오탈자를 발견하면 그 순간 책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약간의 오탈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두세 군데?? ㅋㅋ
그리고 나는 다 읽고나니 행복을 과학적인 척도로 측정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것에 그다지 흥미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읽으면서 한 번씩 설렁설렁 읽게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그게 프로젝트의 결과를 과학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이 책에서는 굉장히 강조된 부분이고 실제로 실험의 유용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지만 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로다가 그 부분이 약간 거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읽은 자기계발서로서 중간중간 멈춰 생각하게 하고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고안하게 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뜬구름 잡는 듯한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기 일쑤였고, 너무 높은 차원의 것을 요구하는 책을 만나면 지금 나보고 그걸 하라고? 하기 일쑤였다. 그런 책들에 비하면 후하게 점수를 주고 싶다. 귀퉁이를 접은 부분은 꼭 다시 읽어 내 인생에 거름으로 줄 거다. 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