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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철학자 루푸스 - 앞만 보며 살아가는 어리석은 인간에게 던지는 유쾌한 돌직구
안드레아스 슐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평점 :
이번 서평은 단순한 구조로 써보려 한다.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기대가 컸고 그래서 아쉬운 점도 많았던 '고양이 철학자 루푸스'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이 책은 이런 점이 좋아요
처음에는 표지의 고양이 그림과 제목 때문에 동화책인 줄 알았었다. 그러다가 '앞만 보며 살아가는 어리석은 인간에게 던지는 유쾌한 돌직구'라는 부제덕에 내용에 대한 감이 살짝 왔다.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위트가 넘치는 책이면서 동시에 인류의 긴 역사에 걸친 가르침을 쉽게 전달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고양이의 시선에서 전달한다는 전제 때문에 새롭게 받아들이게 된다.
루푸스라는 생각 많은 고양이(대부분의 고양이가 그런다는 설정이지만)가 인간인 주인에게 교훈을 전해주는 데 야옹야옹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전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비극은 그들이 무지하게 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데 있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선택한 뒤 인간들은 자신이 다른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두고두고 화를 내고 후회를 하지요. 그리고 모든 것을 되돌리려고 절망적인 노력을 해요. 하지만 정말로 되돌릴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한번 구멍 속으로 들어가 버린 쥐는 그리 쉽게 다시 나오지 않거든요.(49쪽)
절망적인 노력이라... 노력에 대해 쿨하게 저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노력에 대한 자기평가에 따라 내 삶의 만족도가 결정되는 게 아닌가 싶으니까. 그런데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말을 하기 위해 루푸스는 과감하게 기회를 놓친 인간들의 노력이 절망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선택의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기적이나 우연도... 삶에서 보아야 해요. 물론 대부분 편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결국은 스스로 행복을 데려와야 하지요.(113쪽)
아쉬워하는 것(후회하는 것)은 게으름의 또다른 모습일 따름이니까요.(114쪽)
기다릴 수 있어야 하고 강함은 활용하고 약점은 인정하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기회가 주어지면 단호하게 낚아채야 하지요. 적절한 순간이 오래도록 오지 않을 때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해요. 그것은 보람 있는 일이에요. 기다리는 동안에는 불필요하고 심지어는 해롭고 위험할지도 모르는 활동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지요.(131쪽)
어쨌든 난 '모든 것이 잘될 수 있었는데' 하며 떫은 표정으로 완벽함을 그르친 요인을 되짚는 것보다 내 인생에 주어진 즐거움을 기억하는 것이 훨씬 더 유쾌해요. 우리 고양이들은 '최선을 다하고 그것으로 기뻐하라'고 말해요.(164쪽)
탐욕스러운 인간은 만족을 몰라요. 쾌락이나 기쁨을 느끼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소유하지 못했다는 고통만을 느끼지요.(170쪽)
결국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기회도 놓치고 나서 후회만 하는 인생은 실패라는 이야기고, 강점을 활용하여 상황에 대처하고 그 결과에 대해 만족할 줄 알라고 말한다. 후회를 할 시간에 미래를 준비하자는 게 내 좌우명이었던 적도 있지만 하... 그게 어렵단 말이지. 매번 후회를 하고 다시 다짐하는 게 일곱 번의 생을 산 고양이보다 못한 나의 삶이다. ㅠㅠ
이 책은 이런 점이 아쉬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참 진도 안 나가네'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왜 이럴까? 분명 쉬운 이야기인데 왜 그럴까?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조금씩 알 것 같았다.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뭔가 탁탁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쾌락 추구는 지각 있는 모든 생물의 특징이다'라고 토마스 폰 카친(이탈리아의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패러디-옮긴이)은 말했어요.
그렇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철학사 속의 인물들이 고양이라는 전제로 글을 전개하고 싶어 인물들의 이름을 다 패러디를 해 놓았다. 이런 걸 위트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너무 많은 옮긴이의 역주에 지쳤고 꼭 이렇게 해야만 했나하는 생각에 언젠가부턴 누가 한 말인지는 별로 염두에 두지 않고 넘어가며 읽었다. 그랬더니 훨씬 빠르게 읽혔다. 자세히 보니 인물이름에 cat이 들어가게 패러디를 한 것 같았는데(예외도 있는 것 같지만), 차라리 원문 그대로 옮겨놓았으면 느낌이 더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그래도 서른 앞둔 성인이니 철학책이라면 이 책보다는 강신주 씨 책이 낫겠다 하는 거였고 ㅋㅋ 이 책은 철학을 막 시작하는 학생들이 입문서로 하면 좋을까?? (으잉? 뭐지 ㅋㅋ) 하는 생각을 해 보다가 또 아니다.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 그냥 위트 있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하하하.
이렇게 또 한 권 읽고 나니 7월이 어느새 저물어 간다. 루푸스의 애교에 웃음 짓던 독서시간이 그리워질 것 같다. 안녕! 루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