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9권까지 독파했네요. 청각장애인 여주인공과 그녀와 대화하기 위해 수화를 배우는 남주인공을 보면서 일본드라마 <너의 손이 속삭이고 있어>가 생각나더라고요. 생각을 알 수 없어 보이는 무덤덤한 표정을 늘 하고 있는 이츠오미와 그런 이츠오미를 연애하고 싶게 만들고, 타인의 세계 속에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여주인공 유키의 매력이 정말 어마무시합니다. 이번 9권에서 둘이 동거하기 위해 의견을 나누고, 유키의 부모님에게 인사드리는 장면, 집을 얻는 과정까지 속전속결로 해내는 거 보면서 진짜 젊은 게 좋구나 싶었습니다. 10권이 기다려지더라고요.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본편을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많았거든요. 고산도 양금서도 이 둘의 곁에 있던 고운하까지도 어딘가 뒤틀리고 평범하지 않은 인간 군상이라 그런지 읽으면서 많이 멈췄었습니다. 이번 외전은 수인 소재라는 걸 알고 대체 뭔가 싶었는데요. 막상 다 읽고 나니 되게 멍했어요. 금서와 산이 가지고 있던 상대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과 공포, 불안과 고통이 토끼와 상어가 되면서야 비로소 해갈이 되지 않았나 싶었거든요. 마지막 장면에서 금서가 자신의 불안과 공포를 깨닫고 다시 산의 품으로 기어 들어가며 안도하는 장면에서는 이 외전이 나온 이유를 알 것도 같았습니다. 인간이기에, 첫 시작과 과정이 고통스러웠기에 사랑이라 말하며 결혼이란 과정까지 완료했음에도 사라지지 않은 근원적인 불안과 공포가 있었고 그것이 몸의 변화로 나타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공포를 마주한 금서의 심리적인 변화들이 와닿아서 참 좋았어요. 누군가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보다 나 자신의 상처를 딛고 상대를 사랑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외전이었습니다. 추천합니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던 때가 떠올라요. 진짜 충격이었거든요. 천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 범인의 평범함과 고통, 노력, 인내가 느껴진다면 믿어지십니까? 예체능 분야는 노력조차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태어나는 것”이라고 여기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천재라는 타이틀을 얻으려면 무얼 더 얼마나 해야하는 것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이번 15권은 유독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천재였으나 열아홉에 우연한 죽음으로 인해 더욱더 회자되는 화가로 남은 사나다 마치코. 그녀의 주변 인물들로서 그녀에게 영향을 받아 예술대학에 입학한 세 명의 친구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친구들의 주변인물이 되어 히로시마를 방문한 야토라와 요타스케. 천재에게 재능이란 무엇인지, 작품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죽음과 그 이후의 명예란 무엇인지 한번더 생각하게 한 15권이었습니다. 사나다를 잃은 후 끝없는 슬픔 속을 헤매던 야쿠모에게 요타스케가 던진 한마디가 진짜 좋았어요. “그 슬픔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도 괜찮은 거 아냐?“ 죽어서라도 두 사람의 작품들로 2인 전시회를 하자던 야쿠모의 독백까지 정말 완벽했던 한 권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갈수록 깊어지고 짙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