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른들의 연애에 대하여.
유우지 작가의 <필드 오브 플라워즈>를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상업화된 작품들을 다 구입은 했지만 마음에 들었던 건 <숲바다>가 유일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꽃밭은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어요.
작가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짝사랑수, 후회공.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여태까지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감상을 얻었습니다. 작품이 되게 깊어요. 감정도, 시간도.
대학교 시절 사랑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한 사람을 마음에 담았던 정우진이 그 사랑이 세월에, 생활에 삭아버리고 나서야 겨우 깨달을 수밖에 없었던 그 과정들이 정말 애틋하더라고요. 다시 만나 사랑이 쉬웠느냐? 그렇지도 않았지요. 오히려 현실이 된 사랑은 여전히 차갑고, 오만합니다.
삶이 언제나 자기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으로 이루어져 왔던 장해경은 늘 지루합니다. 연인이 자신을 두고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기는 커녕 이해할 수 없어 당당하게 기만을 선택하는 남자에요. 그런 그가 연인의 바람 상대이자, 지난 과거에 자신의 기억에는 없는 남자 정우진을 만나 변화하는순간순간들은 삶의 기적이나 다름 없습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꽃밭 같은데."라는 장해경의 말 한마디로 삶의 무겁고 고통스러운 순간순간들을 견뎌온 정우진과 그런 정우진을 만나 지루하고 메마른 삶을 순간순간의 기적으로 꽃밭으로 만들어가는 장해경.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읽어가면서 진짜 어른들의 연애를 훔쳐본 느낌이 들더라고요.
참 좋았습니다. 서른 몇 해 사랑보다는 현실을, 미래보다는 당장을, 겨우겨우 살기 위해 힘쓰고 애쓰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참 애틋하고 깊더라고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