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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Time Difference ㅣ K-픽션 10
백수린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평점 :
http://blog.naver.com/ilovetrombon/220479206972
클러치 백에 들어가고도 남는 작은 책. 짧은 소설 한 편 읽기를 왜 그렇게 미뤘을까. '그녀'와 '그'를 말하는 3인칭이 어쩌면 나를 이야기에서
멀어진 타자로 계속 쳐다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문일 것이다. '그', '그녀'를 말하는 화자와 작가의 담담함이 답답함이나 그 반대인
열렬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침착하게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지?'하고 생각했다.
사실은 아직 여자 주인공과 빈센트의 관계에
대해 몇 번씩 되짚으며 버벅거리고 있다. 하긴, 내가 얼마나 눈치 없는지는 작가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작가는, 우리의 감정, 생각,
의식, 환경 등의 시차는 서로 달라서 '내가 너에게 도대체 무슨 관계였나'를 정확히 짚기조차 어렵다는 것을 말하려고 했던 것
같다.
우리는 아무리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도
타자로 만들고 싶을 때가 있다. 혹은 신이 밀접한 사람들을 일부러 갈라놓으신다. 작가는 이 작용을 '시차'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 제목이 '시차'라고 해서 시계랑 지도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일은 하지 않겠지. 내 마음의 시차와 네 마음의 시차는
서로 달라서 우리는 낮과 밤이 뒤집힌 다른 별에 살 수밖에 없다고... 같은
이야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