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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 삶을 파괴하는 말들에 지지 않기
아라이 유키 지음, 배형은 옮김 / ㅁ(미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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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톨릭 신자답게 영혼의 구원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이 구원이라는 단어가 남들보다 더 친숙하다. 훌륭한 책이나 영화를 보면 등장인물의 마음이나 영혼이 구원받았는가, 그렇지 못했는가, 하는 식의 관점으로 감상하는 일도 잦다. 그래서 나는 구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에 이 책이 끌렸나보다.

 제목은,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즉각 찌릿,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어떠한 말로 구원받는 느낌을 가진 적이 있다. 예컨대 가톨릭 신자라면 미사를 하면서 어떤 기도문이나 신부님의 강론 중에 나온 말씀에,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구원을 발견하는 일이 흔하다. 내가 굉장히 어렵게 사회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도중에 친구로부터 넌 정말 용감해. 멋있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눈물로 얼룩진 마음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구원의 순간을 맛본 적이 있다. , Nina Simon의 노래 ‘Ain’t Got No; I Got Life’ 가사는 어떤가. ‘Ain’t got no home, ain’t got no shoes’로 시작하는 노래는 ‘I got my smile’, ‘got my blood’, ‘I got my life’를 선사하여 구원을 보여준다. 나는 이러한 장면들을 상상하며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사회의 왜곡된 부분에 고뇌하고 괴로워한 환자·장애인·여성들의 절실한 목소리에서 말에 대한 희망을 조금이라도 찾아내는 일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험한 말 중 우리가 세밀하게 짚어내지 못했던 타락의 언어를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말에 달라붙어 존재하는 존귀하고 긍정적인 힘역시 소개하고 있다.

 일본 서적을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의아한 어감으로 쉽지 않게 읽어간 점이 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아, 하고 깨달으며 세련되지 못했던 나의 인권 의식과 감수성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좀 더 아름답게, 좀 더 똑똑하게 표현된 말에 구원받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느낌을 들게 해준 부분에 나는 밑줄을 그어 두었는데, 그 밑줄 그은 부분의 일부를 공유하고자 한다.



p.118

그 자리에 있었던 이들이 제도보다 분위기라는 발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지각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제도보다 분위기의 위력이 더 크면 사람은 분위기에 좌우되어 살아가게 된다. 분위기를 만드는 쪽에 속한 사람은 그래도 딱히 불편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에는 만들어진 분위기 속에서 살아갈 것을 강요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한테 분위기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은 공포스러울 뿐이다. ‘강자가 약자를 그때그때 분위기에 따라 대우해도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약자가 그와 같은 대우를 당하지 않도록, 제도가 분위기에 좌우되지 않게 제대로 정비해야만 한다. 분위기란 주류 다수에게는 공기 같은 것일 뿐이지만 소수자에게는 감옥과도 같다. 결코 과장이 아니라 진정 공포스러운 것이다.

--> ‘제도가 분위기에 좌우되지 않도록 정비되어야 한다는 이런 똑똑한 말을 나는 왜 그간 생각해내지 못했던 걸까? 이 책을 만나게 되어, 이젠 직장에서 분위기 탓만 하며 무력한 침묵 속으로 빠져들지 않아도 될 것이다. 분위기를 이겨내는 제도를 만들자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p.119~120

차별은 부당하게 당하는 것이고 구별은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예로 확대경 사용 허용 등)이다.

따라서 불이익이 발생하는 구별차별일 뿐이며, 특성이나 성질을 이유로 불이익을 강요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이제 차별이 아니라 구별 또는 구분했을 뿐이라는 음흉한 말에 되받아칠 언어를 찾았다. 나도 저자 아라이 유키처럼 말할 것이다. “불이익이 발생하는 구별은 차별일 뿐입니다.”라고 단호하게.


 

p.135

이제까지 종종 소개해온 요코타 히로시 씨(푸른잔디회 가나가와현연합회)는 운동에서 권리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권리이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쓰이 씨의 말도, 요코타 씨의 말도, 자신들의 선을 지키려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말의 품위와 그 표현력은 어떠한 말을 사용해서 얻어지기도 하지만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기도 한다. 위 등장인물은 권리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권리 이전의 문제임을 드러냈다.

나는 또한 이 부분에서 권리 이전의 문제가, 내게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권리라는 표현을 세밀하게 관찰하면 사실 나의 존재와 인권을 다소 욕심스럽게 요구한다는 느낌이 조금 있다. 때문에 우리는 권리 이전의 문제에 대해 짚어보고자 노력해야 한다.


 

p.157

대다수는 이럴 때 포기하는 사람사려 깊다느니 염치 있다느니 하며 높이 평가하게 마련이다.

포기하면 확실히 집단 생활이 원활해지고 보호자나 관리자가 곤란해질 일이 줄어든다. 하지만 한 번 강요된 포기는 더 큰 포기를 유발한다.

-->내가 중학생 때 김훈라는 남자아이가 날 때린 적이 있었다. 때리지 말라고 말하는 것조차 포기한 적이 있었다. 어른들에게 저 나쁜 애를 혼내주라고 요구하는 것마저 포기한 적이 있었다. 사실 이 포기는 초등학생 때부터 이어졌던 것이었음을 고백한다. 초등학생 때는 최재욱이라는 남자 아이가 날 때렸었다. 이러한 포기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져 나는 작년에 직장에서 이원식이라는 이름의 동료로부터 팔을 맞은 적이 있다. 아주 몹쓸 말과 함께. 나는 이 자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조직이 구슬러 낸 사과의 말에 또 저항을 포기하고야 말았다. 포기는 더 큰 포기를 유발한다는 아라이 유키의 말은 진실이다. 나는 더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어졌다. 다시는 포기하지 않으리라.


 

p.213

가와구치 씨는 ALS 환자들과 관계를 쌓으면서 안락사나 존엄사에 몹시 강한 의문과 위험성을 느끼고 죽음으로 꾀어내는 힘에 경종을 울려왔다.

따라서 인용한 구절에서도 저자는 죽음만이 불가역적이다를 강조했을 듯하다.

-->나는 가톨릭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의 공식입장과는 다르게 안락사나 존엄사라는 말의 그것을 허용해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스스로 죽기를 존중해주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왠지 나를 진보적으로 보이게 했으면 나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책의 이 부분 전후를 읽고 나서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 사람들은 때론 스스로 죽기를 조용히 종용당하기도 한다. ‘본인의 의사자기 결정’, ‘자기 책임이라는 말은 허술한 단어이다. 우리의 의사결정은 어떠한 상황이나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여러 책임들은 사회와 공유하고 있다. 또한 생명은 우리 의사로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닌데, 이를 공정하고 단호하게 포기하는 것 역시 가능한 일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 때문에 나는 안락사나 존엄사를 두고 죽음으로 꾀어내는 힘이라고 표현한 것에 앞에서 가슴을 치고 뉘우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p.230p.231

하지만 세상에는 일부를 보여주는방법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내 안에도 있다. 전하려는 쪽이 가진 말의 기술로는 도무지 그려낼 수가 없어서 받아들이는 쪽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무작정 믿고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런 기도에 가까운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나는 이 부분에서 문학자 아라이 유키님이 무척 겸손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독자를 무작정 믿고 맡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 감수성과 상상력이 자극된 데에는 그가 이런 책을 글로 써냈기 때문이다. 그는 일부를 보여주는방법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고 하였지만, 그가 쓴 것은 일부라기에는 매우 넓고 또 섬세했다. 나는 그가 문학자로서 이런 언어들을 계속 발굴하고 열심히 표현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p.234

우리는 모두 요약할 수 없는 인생을, 깔끔하게 말로 정리할 수 없는 채로, 오늘이라는 날을 아무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리되지 않음이야말로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그 귀함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그런 귀함이 태연한 얼굴로 다소곳이 앉아 머무를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느 유명인의 스펙처럼 멋진 이력을 갖지 못한 나. 잘하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애매함. 그 애매함만큼 애매한 사회적 위치. 그 위치만큼 어색한 나의 인간관계. 매력적이고 강렬하게 표현되지 못한 나, 이런 나에 대한 구원의 표현이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의 인생은 요약될 수 없고 정리되지 않았지만, 그것이 귀하며, 그것이 태연하게 존재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는 그의 표현 말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쓰게 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요약’할 수 없는 인생을, 깔끔하게 말로 정리할 수 없는 채로, 오늘이라는 날을 아무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정리되지 않음’이야말로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그 귀함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그런 귀함이 태연한 얼굴로 다소곳이 앉아 머무를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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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업, 두 번째 커리어
우희경 외 지음 / 생각의빛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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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하루 만에 술술 다 읽어버렸다. 이렇게 쉽사리 읽힌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내가 꿈꾸는 생활을 책 속 주인공들이 이루는 과정이 엄청 부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많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살다가 어렵게 정규직 노동자가 되었다. 내 일자리는 복지도 좋은 편이며 내가 톡톡 튀는 행동만 절제한다면 잘릴 위험도 거의 없다. 그래서 휴가가 많이 주어지고 업무량도 많지 않은 내 직장에 무척 감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내면에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어서,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얻거나 해피캠퍼스, 레포트월드 등의 사이트에서 수익을 얻는 행위에 대해 직장으로부터 겸직허가를 받고 글쓰기 활동을 한다. 수입은 고작 연 이삼십만 원에 불과하지만 겸직 활동에서 오는 보람과 기쁨은 이삼십만 원보다 훨씬 크다.

 

나는 조직생활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다. MBTI테스트 결과로는 INTP가 나왔다. 궁핍한 삶이 계속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조직 문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을 뿐이다. 사실 내 꿈은 내가 리더인 직장에서 일하거나 나 홀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정규직이 되기 전에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그토록 많이 보았음에도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직업을 원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글을 파는 일을 부업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수입이 너무 적지만 내게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업들이었다. 이러한 생활 가운데 이 책 1인 기업, 두 번째 커리어는 내 미래를 예고하고, 또 축복하는 것만 같았다.

 

이 책에는 다섯 명의 두 번째 커리어 성공기가 담겨 있다.

 

첫 번째 오하나 강사님은 1인 기업 강사가 되신 분이다. 내게 직접 싸인까지 멋있게 담아 이 책을 보내주셨다. 이분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부분에서 밑줄을 가장 많이 그어가며 읽었다. 노력과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두 번째 김수진 선생님은 공부방과 교습소를 운영하게 되신 분이다. 나 역시 현재의 정규직 자리를 얻기 전에 학원가에서 강사를 전전하던 시절이 있어 매우 공감되는 대목이 많았다. 학원, 공부방, 교습소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이분 에피소드 때문이라도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성공 결말보다도 과정 중에서 배울 수 있는 팁들이 많다.

 

세 번째 루시정 코치님은 이너뷰티코치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신데 책에 담긴 주인공 중에서 가장 글을 추상적으로 쓰신 분에 속한다. 무얼 하시는 분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그러나 이분 역시 계속 도전하고 공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배워야 할 점이 많았다.

 

네 번째 지기님은 오디오 콘텐츠 창작자이다. 자신의 콘텐츠를 내보이기 위해 여러 플랫폼을 다닌 이야기, 그리고 그토록 꺼려하던 유튜브를 하게 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수익은 실제로 어느 정도 나는지, 현재까지 얼마큼의 분량을 콘텐츠 상품으로 내놓았는지 구체적인 부분이 궁금했다.

 

다섯 번째 정은혜 작가님은 미니어처 수공예 작가이시다. 현모양처의 삶을 사시다가 암 투병까지 하게 되시고 그 뒤로 흥미와 재능을 살려 납골당 추모 미니어처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갖게 되셨다. 자신의 도전을 무시하는 이들의 못된 언행을 이겨내는 모습에 나는 밑줄을 그어 두었다. 계속 다방면으로 도전하는 모습을 나도 따라 하게 될 것 같다.

 

위 다섯 분의 주인공들과 이 책을 기획해주신 우희경 작가님의 글들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공통적으로 깨달았을까. 1인 기업 또는 내가 최고 리더가 되는 일은 분명히 가능한 꿈이라는 것과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 덕분에 내게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새록새록 자라게 되었다. 그래서 나 역시 계속 도전하기 위해 지금 유료 글쓰기 강의를 구독하러 간다. 그리고 다시금 펼쳐보기 보기 위해 이 책을 눈에 잘 보이는 선반 위에 살포시 올려 놓아본다.



 이 후기는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무료로 받고 쓰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무런 활동도, 행동도, 도전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본인이 못하니 남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안 될 거라고 단정 짓는다. 그리고는 비판만 늘어놓는다. 자기 자신으로 브랜드를 창출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그 이상 가치 있는 일을 하려는 사람에게 던지는 조언은 얼마나 우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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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시선 - 하느님과 세상에 대한 사유들
미르코 쿠진.우르술라 헤르테비히 지음, 허석훈 옮김 / 생활성서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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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힙스터 작가와 똑똑한 수녀의 글을 담은 책 <두 개의 시선>을 읽고

 

출판사 생활성서에서 나온 책 <두 개의 시선>은 힙스터 작가와 똑똑한 수녀가 28가지의 소재를 두고 각자의 의견과 감상을 쓴 글 모음집이다. 두 분의 이름이 익숙지 않은데 아마 독일분들인 것 같다. 이 익숙지 않은 이름 때문에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은 국적을 불문하고 현대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몇 번쯤 비슷하게 고민해본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작가 미르코 쿠진은 나와 좀 더 닮은 사람이었다. 세상에 냉소적인 면이 있으면서도 결국에는 대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글로써 끈질기게 피력하는 데 익숙하다. 우르술라 수녀님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일단은 명랑해 보였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도 갖은 어려움으로 세상살이를 하는 우리네처럼 복잡하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분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약 한 달에 걸쳐 완독했다. 그러나 실은 읽는 데 한 달이나 걸릴 책은 아니었다. 약한 내 집중력으로, 틈틈이 자투리 시간을 내어 읽다 보니 그리되었다. 실제로는 쉽고 술술 읽히는 책이니 이 책을 선택하는데 내용이 어렵고 지루할까 봐 걱정하는 일은 없기를.

 

나는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 습관이 있는데, 그 밑줄은 내가 잘 모르겠는 부분이거나 멋있다고 생각되는 구절이다. 이 연필 밑줄의 흔적을 따라, 인상 깊었던 부분 중 일부를 이곳에 남겨 본다.

 

32쪽에는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저는 제 삶을 사랑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우루술라 수녀님의 글이 있다. 이 페이지의 절반가량을, 나는 내 작은 스케줄러에 옮겨적을 생각이다. 주어진 것에 만족할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삶, 바로 그러한 삶의 최고 표현이 담겨 있다. 역시나 수녀님, 이라고 하면 이렇게 생활에 감사할 줄 아는 모습이 모범적이다. 나도 우르술라 수녀님의 문장을 따라 적으면서, 감사를 표현하고, 또 그 과정 중에 다시 생활이 기뻐지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아마, 그걸 옮겨 적으며 기뻐하겠다는 나의 계획을, 34쪽에 등장하는 엠마누엘라 수녀님은, “잘하고 있어요. 그렇게 마음을 채우는 것을,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겠군요.”라고 말해주지 않을까?

 

허영을 소재로 한 글 중에 작가 미르코는 허영과 자만을 판단하는 것 자체야말로 문제라는 접근을 한다. 이후로도 미르코는 이렇게 나와 정말 비슷한 입장을 많이 내곤 한다. 같은 소재에 대해 우르술라 수녀님은 제법 설교같은 말씀을 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말로, 내게 깊은 질문을 던지는 듯했다. “제가 외적인 제 껍데기에 봉사해야만 한다면, 세상에서 우리의 창조주를 배반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허영심으로 외적인 것에 많은 것을 할애하게 되었을 때, 내가 잃어버리게 되는 본질은 무엇일까? 상대방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 내면을 강하고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 예수님의 뒤를 따라 이웃에게 봉사하는 것……. 내가 외적인 것에 몰두하다 보면, 이러한 것들에 점점 소홀해질 것 같다. 나는 여태까지 집안 빚을 갚고, 경제적 부와 사회적 명예심에서 검소함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허영심을 멀리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까지 정리해본 적이 없다. 허영에 대한 두 분의 글 덕분에 이런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 책 전반에 걸쳐, 미르코는 수녀님보다 비교적 더 감상적이고, 삶의 다양한 순간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다소 정신이 없어 보이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기도 하는데,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는 퍽 내 맘에 드는 문장이 있어서 내가 밑줄을 그어두었다. 그 부분은 45쪽에 있는데,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된다. “제 안의 슬픔과 두려움을 이해하고, 그것을 수용하면서, 있는 그대로 저 자신을 인정한 것이야말로 정말 커다란 성공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우르술라 수녀님은 성공에 대해 48쪽에서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해주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의 영혼이 성공과 실패의 표면적 격동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영적 깊은 곳의 확실한 기반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50쪽 끝에 돔 헬더 카마라 대주교의 기도문을 소개해주신다. 성공에 지친 우리네가 읽으면 웃음이 떠오르고 따뜻한 위안이 스며드는 부분이다. 이 책을 통해 직접 기도문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우정을 소재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특히 내 맘을 따뜻하게 했다. 미르코는 SNS에서 인기를 끈 문장을 알려준다. “누구도 예수님께서 삼십 대에 열두 명의 친밀한 친구를 가졌다는 기적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내 친구들의 얼굴이 슬며시 떠오른다. 당연히 얼굴이 12명이나 떠오를 리가 없다. “난 친구가 별로 없지만, 신앙이 있어. 예수님이 내 친구야.”라고 말하고 다닌다면, 나는 더더욱 아웃사이더처럼 보일 것 같다...... 정말 그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입장이 옳다는 것을 바쳐줄 성경 구절을 수녀님이 알려주신다. 바로 요한복음 15:15 부분이다.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내가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너희에게 모두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 이래서 신앙 서적을 읽는구나, 싶었다. 읽으려면 읽을 수도 있지만, 잊고 살았던 성경 구절을 신앙 서적은 이렇게 생활 속에 콕콕 박아주는구나, 싶다. 어쨌거나, 주님은 내 친구이고, 이런 생각은 당연한 것이다.

 

사막, 또는 광야에 대한 글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부분이다. 나는 이 글에서 아주 많은 밑줄을 그었다. 내가 자란 환경, 내가 주류 이념이나 일반적인 것들에 저항하는 장소, 그것을 광야로 상징할 수 있다. 물론 신앙을 지키는 것 자체가 현대사회에서는 광야에 선 모습 같을 때가 많다. 저자 두 분이 내 곁에 있었다면, 이러한 내 입장을 완벽히 이해해줄 것이다. 그리고 이 광야에 섦으로써 갖게 되는 내적인 힘에 대해 축복해줄 것이다. 두 분이 들려주는 이야기나 인용해주는 부분이 무척 좋으니 모두 읽어보았으면. 공유하고 공감하고 싶은 맘이 크다.

 

걱정 혹은 두려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르술라 수녀님은 마냥 해맑게 웃는 수녀님의 모습이 아니다. 여기에는 그의 진중한 신앙고백이 담겨 있다. 위험을 무릅쓰겠다는 자세는 의지가 굳건해 보인다. 물론 그 굳건함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주님의 말씀을 통해서 일 것이다.

 

분노욕망부분을 읽으며 내내 느낀 것이 있다. 바로, 이 두 가지가 나에게 넘쳐난다는 것이다. 이 두 단어야말로 나를 대표하는 것 같다. 이는 심히 부끄럽게 여겨지지만 말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나의 분노와 욕망에 대해 살펴보게 되었다. 나는 화가 많이 난다. 세상도 맘에 안 들고, 나도 맘에 안 든다. 하고 싶은 것은 아주 많은데 못하게 하는 사람은 수두룩하다. 어떤 때는 또 돈이 내 자유를 방해한다. 나는 이를 구체화하고 하나하나 정리해 본 적이 있는가. 이를 차분하게 정리해서 제거할 것은 제거하고, 고민할 것은 주님 앞에 풀어놨어야 했다. 두 저자는 분노와 욕망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로 글을 진행한다. 덕택에 나도 죄책감과 지저분했던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희망을 제목으로 한 글에서 나는 수녀님의 마리아 막달레나 이야기로부터, 깊은 묵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왜 막달레나를 간과했었을까. 이미 주님이 돌아가셨는데, 그를 잊지 않고 무덤으로 달려갔던 것은 막달레나였다. 그는 희망하고 있었고, 그 희망은 주님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막달레나 이후로 제자들이 예수님의 무덤에 갔다는 사실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열두 제자는 다른 남자들인데, 무덤에 먼저 간 것은 여자 막달레나였다! 나 또한 이렇게 희망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우르술라 수녀님은 이를 담대한 희망이라고 표현했다. 나도 담대해져야지, 나도 이렇게 희망해야지!

 

유대와 공동체부분에서 작가 미르코가 교회 공동체에 섭섭해하는 부분은, 모든 성당의 신부님·수녀님과 여러 단체 소속 교우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 그는 왜 편지함에 주보 한 번 넣어 주지 않습니까? 전 매주 받아도 좋을 텐데요.”라고 말한다. 그는 이웃을 초대하는데 더딘 교회 공동체에 대해 토로하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전교 또는 선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사회는 외로워하고 있고, 교회의 초대를 기다린다. , 주님이 우리를 초대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는 있다. 그러나 무신론자나 유물론자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속내는 무척 외롭고, 교회가 먼저 다가와 자신들을 설득해주길 기다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 한국 사회의 경우, 많은 종교인의 전도 활동에 대해 학을 떼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는 방식과 수단에 대한 문제 지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이들이 교회 내 공동체에 참여하고 싶으나, 그 배타성 때문에 상처를 입기도 하다. 적극적이고 참신한 방식으로 이웃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긴 하다.

 

251쪽에서 미르코는 하느님에 대한 감상과 영감을 아름답게 펼친다. 미르코는 나나 수녀님과는 다르게 유아세례를 받은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 안에 신앙은 살아있었다. 이야말로 기적이고 신비이다. 신앙은 어떻게 사람 안에 있는가. 우리는 절대자와 어떻게 결속력을 갖게 되는가. 이는 우리 존재 자체가 그러하기 때문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을 못 하겠다. 태초에 우리는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거친 수염 풀풀 날리는 날라리 같은 미르코, 그러한 그가 고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신앙적으로 본향을 풀어낸다.

 

더 남기고 싶은 글은 많으나, 그것은 독자분들의 몫으로 남기겠다. 참고로 나는 이 책을 생활성서사로부터 무료로 받아 글을 올리게 됨을 남긴다. 좋은 글을 옮겨 주신 허석훈 신부님께 무척 감사하다. 그리고. 생활성서사 박수연 선생님께도 특별히 감사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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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편토 필수 영단어 공략 - 공무원, 편입, 토플 중요 단어 5000여개 30일 완성
Steven Lee 지음 / 반석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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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공시에 두 차례 합격한 경험이 있다. 공시생들 사이에서 단연 가장 존재감이 크고 장애물로 많이 여겨지는 과목이 영어이다. 많은 청년들이 구직을 위해 토익 점수를 관리한다. 그런데 이 토익보다 단어가 훨씬 어려운 게 공무원영어이다. 합격자들은 굳이 공무원영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하지 않는다. 이미 합격도 했거니와, 요즘은 영어실력을 경쟁력이라고 보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공시 영단어의 어려움을 말하는 것은 그냥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내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거니와, 수능영어나 토익보다 더 수준 높은 영단어가 들어가는 게 공무원 영어이다. 토플도 비즈니스 영어인 토익과 그 목적이 다른 시험으로, 결이 다르고 수준 있는 단어가 많이 들어 있다고 들었다.

 때문에 난도가 높은 시험에서는 어휘가 당연히 풍부해야 하고, 이를 공부하는 교재 또한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나의 경우 가장 유명한 공무원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서 교재로 쓰는 교재를 거부했었다. 공시생들 사이에서 마케팅에 대박친 영단어 교재를 사용하지 않았다. 예문이 많이 들어가 있고, 내가 잘 모르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는 교재를 선택했다. 이 교재를 바탕으로 직접 깜빡이영단어(나는 그렇게 불렀다 ㅋㅋㅋ) 카드도 만들어 공부했다. 덕분에 실전에서 단어 자체를 테스트하는 문제나, 독해 문제 중 틀리는 것이 없었다.

 교재 중심으로 독학해서 합격했다는 자부심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 반석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책 공편토 필수 영단어 공략이 탐났다. 기존에 내가 쓰던 교재는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합격하지 못하고 있는 공시생에게 모두 주어버렸는데, 내 영어 공부의 이력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던 것이다. 특별히 내가 먼저 이 책을 살펴보고, 이 책을 공무원시험에 관심이 있는 동생한테 주고 싶기도 했다.

 반석출판사에서 내게 이 책을 공부할 기회를 주셔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책은 무료로 제공받았으며, 나는 서평을 남기기로 약속하였음을 알린다.

 오늘 시간을 내어 3시간 이상 공부해 보니, 이 책의 장점을 알겠다.

 먼저, 주제별, 상황별, 어원별로 테마가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다. 나도 유명한 공무원 시험용 단어장은 익히 소장도 해보았고, 서점에서 한참 뒤적거려 보기도 한 경험이 있다. 많은 책들이 어원별 테마를 갖고 있다. 그러나 주제별-상황별-어원별 모두를 잘 정리하여 둔 책으로는 이 도서가 독보적이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시중에 흔한 영단어장에도 여러 테마를 혼재하여 포함하기는 하지만, 이 책처럼 정리가 깔끔하게 정리 된 것은 처음 보았다.

 다음으로는 영영해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영어 단어를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문이다. 예문이 있어야, 단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냥 한국어만 보고는 활용할 수 없다. 이 책 또한 다행히 예문을 많이 담고 있으나, 내 기준에 따라 모든 단어에 예문이 달려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좀 위로가 되고, 흥미로운 점은 대신 영영해설이 있는 경우 나는 공부하기 수월해졌다. 또 영어 단어를 영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되니, 공부하는 맛이 좀 난다고나 할까.

 셋째로, 30일 안에 책 한권을 뗄 수 있도록 양을 정해두었다는 점이다. 무엇이든지 많이 공부하면 지식은 늘어날 것이나, 시험의 세계에서는 공부할 기간이 정해져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수험생활을 마냥 늘리는, 그러니까 양만 자꾸 늘리는 교재를 선택하다가는 시험에 낙방하게 된다. 한두 달 안에 책 한권을 익힐 수 있는 영단어장이라 맘에 든다. 이 정도 분량으로 회독을 계속 돌려주며, 점점 이 교재에 대한 공부량은 줄이고, 다른 교재로 독해를 할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때마다 예문을 필기해주는 식으로 공부한다면 모범적일 것이다.

 덧붙여, 책 안 페이지가 시각적으로 컴팩트하고, 가독성이 좋은 서체가 담겨있다는 것도 좋았다.

 

 도서 <공편토 필수 영단어 공략>을 반석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받았고,

그 대가로 서평을 쓰게 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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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황현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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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평점을 어린 왕자에게

 내게 번역을 비교·평가할 만큼의 수준은 없다. 그런데도 이번 책에 의심없이 별 다섯 개의 평점을 준다. 명작으로 알려진 어린 왕자의 가치를 확인했고, 읽을 때마다 의미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깊이 있는 책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고 자다 울면서 깼기 때문이라는 것도 덧붙인다.

 왜 그렇게 슬펐을까? 이 책을 '고전읽기'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낭독해주는 걸 들었을 때도 눈물이 났다. 유혈사태도 삼각관계도 출생의 비밀도 없는 이 이야기에 왜 울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어린 왕자 줄거리

  일단 줄거리는 이렇다.

  사막에 떨어진 조종사는 어린 시절 코끼리를 먹은 보아 뱀 그림을 그리지만 숫자를 좋아하는 어른들은 이것을 이해할 수 없음을 깨닫고 혼자 살아간다. 그러다 사막에 떨어졌는데, 그곳에서 자신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어린 왕자를 만난다. 어린 왕자는 자신만의 별이 있는데, 그곳에서 장미와 불화가 생겨 여행을 떠난 것이다. 장미의 허영과 이것에 대한 어린 왕자의 몰이해로 이들은 이별했다.

  어린 왕자는 여행 후 도착한 첫 번째 별에서 왕을 만난다. 이 별에 왕은 혼자 있으면서 모든 대상에 대해 명령한다. 이 왕은 상대가 감당할 수 있는 것만을 명령한다는 나름 현명해 보이는 논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명령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결국 머무를 수 없는 어린 왕자에게 머무르라는 명령을 하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두 번째 별에는 허영쟁이가 산다. 그는 혼자뿐이지만 칭찬만을 계속 받고 싶어 한다. 상대가 없어서 관계 형성이 안되는데도 칭찬만은 받고 싶어 한다.

  세 번째 별에는 주정뱅이가 있다.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운데, 그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술을 마신다는 중독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네 번째 별에는 사업가가 있다. 그는 단지 소유하기 위해 숫자를 세고 또 센다. 자신이 필요하지도 않으며,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오로지 소유하기 위해 산다. 그리고 스스로를 착실하다고 말한다.

  다섯 번째. 이곳엔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 있다. 그는 성실하지만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노동만 한다. 명령이기 때문에 일한다는 것이다. 그 명령과 자신과의 어떤 의미관계도 없이.

  여섯 번째 별에는 지리학자가 사는데, 자신이 너무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을 체험하러 다닐 수 없고, 그저 책상에서 판단만 한다. 이 지리학자가 어린 왕자에게 지구를 소개한다. 그래서 다음 여행은 지구로 간다.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서 어린 왕자는 노란 뱀과 메아리, 여우, 장미들, 전철수, 약장수를 만난다. 그 중 여우로부터 길들인다는 것을 배우고 깊이 깨우친다. 그 뒤 노란 뱀의 힘을 빌려 자신의 별로 돌아간다.

  조종사에 의하면 그는 비명조차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인간은 왜 외로운가

 이 책에 부제를 붙일 수 있다면 나는 이렇게 붙이고 싶다. ‘인간은 왜 외로운가.’ 앞서 말한 이유로 장미와 어린 왕자는 외롭게 된다. 첫 번째 별에서 왕은 모든 것을 명령하기 때문에 친구를 가질 수 없다. 두 번째 별의 허영쟁이는 상대에는 관심이 없고 칭찬받기만을 바라므로 외롭게 된다. 주정뱅이는 중독자이기 때문에, 사업가는 소유라는 허상에 빠져있기 때문에,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자신에게 노동이 어떤 의미인지를 찾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지리학자는 활동력이 없기 때문에 외롭게 되는 것이다.

 서로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까?

 어린 왕자는 여우로부터 외로움을 탈피하는,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 배우게 된다. 이것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응시할 수 있을 만큼의 한 장소에 둘은 있어야 하고, ‘참을성이 필요할 만큼의 시간을 들여야 하며, ‘의례가 필요하다. 그리고 과정 중에 3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말은 오해의 근원이며,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않고, 우리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길들여지면 뭐가 남을까? 여우는 알려준다. 슬픔과 추억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 이야기는 인간은 왜 외로운가에 대한 생각에서 나와, 결국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해도 쓸쓸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로 돌아갔을까?

  조종사는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가 돌아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왕자의 별에 무시무시한 바람과 짐승이 들어 장미는 네 개의 가시로 대항하다 결국엔 물이 없어 말라죽었을 것이다. 바오바브나무는 어디에선가 마구 자라 별을 괴롭히고, 죽었던 화산은 다시 터져서 장렬하게 굉음을 내고 별을 없애버렸을지도 모른다. 어린 왕자와 장미는 천국에서 만나도 서로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여행을 통해 어린 왕자가 수많은 것을 그제야 깨우쳤어도, 아름다운 관계는 힘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세속에 물든 어른인가 보다! 하지만 어린 왕자의 슬픔과 여우의 가르침은 세상을 다르게 대해보라고 말한다. 이처럼 '부서지기 쉬운 ', 그러나 '귀한' 교훈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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