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법 - 파리1대학 교양미술 수업
김진 지음 / 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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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2023년 파리에서 쓴 글로 시작한다.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프랑스로 건너가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는 저자. 미술이 너무 좋아서. 그 마음을 도무지 놓을 수가 없어서 그 먼곳까지 가 열정을 불태웠다고 한다. 이맘떄쯤 출간된 책들은 코로나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많고 이분도 그러했다. <예술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유튜브가 책으로 나오고 다시 나의 글로 돌아오기까지, 그 시작에는 끝을 알 수 없는 미술에 대한 사랑이 있었겠다.

예술 도서를 고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너무 어렵거나 너무 뻔하거나 둘 중에 하나다. 그 중간 단계쯤 되는 책이 이 책이다. 일반인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주제를 적절한 난이도로 풀어 나간다. 유명 화가의 이름만 늘어놓지 않고, 고전주의니 인상주의니 하는 타임라인 나열도 없다. 미술관 입구에서 도슨트를 따라 다함께 출발해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미와 숭고에 관하여, 위조품에 관한 일화,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시선......한 그림에서 다음 그림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스토리텔링에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억지로 관심을 끌기 위한 야사도 없고 화가들이 실제로 남긴 말을 적절하게 인용한다. 어느새 전시실 출구에 다다라 아쉬운 마음으로 도슨트에게 박수를 보내게 된다.

「미술」라벨을 붙인 서가를 마련한다면 가장 먼저 꽂고 싶은 책이다. 여기서부터 서가를 채워나가기 시작하면 될 것이다. 앞으로 두어 권 정도 더 출간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정도 내용으로.

조각은 오브제가 아니다. 물음을 던지는 것이며, 질문하는 것이며, 대답하는 것이다. 조각은 끝내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완벽한 것도 아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 P155

예술의 목적은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강도의 현실을 창조하는 것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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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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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쪽에 달하는 장편임에도 지루한 곳 없이 슥슥 넘어가고,복선도 쾌감이 느껴질 정도로 완벽하다.다 읽는데 3일정도 걸렸다.

아쉬운 점:왜 꼭 수사물에선 여성 동료를 성적 대상화하지 못해서 안달이지.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진부하면서도 현실적이다.살인범이 타겟을 찍는 사고방식이 현실적이라는 말이다.이는 곧 그들이 벌받아 마땅하다는 시선과 통한다.지독한 현실감에 이걸 웃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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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는 곤란해 - 한국 사람이 좋아서 한국 영화가 끌려서
피어스 콘란 지음, 김민영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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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들이 훌륭한 이유는 오로지 이 영화는 탄생하게 한, 훌륭하지 않은 사회 때문이다. - P43

이 거대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대도시에서, 다음에 살게 될 집에도 산속의 고요와 평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감사해야 할 것이다. 한국 영화가 가르쳐주었듯, 고요함은 보통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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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작품
윤고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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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윤고은 작가가 치밀하게 놓은 소품들 사이에 앉아 이야기를 복기한다. 이곳은 안이지가 머물던 방이다. 벽에는 모든 것의 발단이 된 사진이 걸려 있다. 좋은 침대, 캐리어, 거울, 이젤에 놓인 캔버스, 따로 요청해 들여놓은 전자레인지. 불현듯 심장이 죄어온다. 새빨간 책표지에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보인다. 타오르는 동안 절정을 누리고 죽겠지. 사람들은 그 강렬한 기억을 작품이라 부르겠지.

나는 일어나 방을 나선다. 길고 긴 회랑을 지나 정원을 통과해서 소각장으로 향한다. 나가야 한다. 여태 나를 가두고 있는 이 이야기에서 나가야 한다. 나갈 수 없다.

https://tobe.aladin.co.kr/n/191851

어떤 경우에든 작가는 사랑하는 걸 불태울 운명을 피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당신은 결국 그것과 사랑에 빠질 겁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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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다. 실패를 경험하게 될 시간은 언제나 두렵다. 그런날이 올 때면 운전석에서 절망했던 산동네 재개발 지역 좁은 비탈 골목 안에서의 그날 밤을 떠올려야겠다. 차 밖으로 나와서 멀리 떨어져 보니 불과 몇 분 전의 내 패배감이 작게 느껴졌던 그날 밤.

쓰레기를 쓰겠어!
라고 결심하니 써지긴 써진다.
매일 다짐해야겠다.
쓰레기를 쓰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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