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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작품
윤고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0월
평점 :
나는 윤고은 작가가 치밀하게 놓은 소품들 사이에 앉아 이야기를 복기한다. 이곳은 안이지가 머물던 방이다. 벽에는 모든 것의 발단이 된 사진이 걸려 있다. 좋은 침대, 캐리어, 거울, 이젤에 놓인 캔버스, 따로 요청해 들여놓은 전자레인지. 불현듯 심장이 죄어온다. 새빨간 책표지에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보인다. 타오르는 동안 절정을 누리고 죽겠지. 사람들은 그 강렬한 기억을 작품이라 부르겠지.
나는 일어나 방을 나선다. 길고 긴 회랑을 지나 정원을 통과해서 소각장으로 향한다. 나가야 한다. 여태 나를 가두고 있는 이 이야기에서 나가야 한다. 나갈 수 없다.
https://tobe.aladin.co.kr/n/191851
어떤 경우에든 작가는 사랑하는 걸 불태울 운명을 피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당신은 결국 그것과 사랑에 빠질 겁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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