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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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은 잎이 지고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를 뜻한다. 그 때는 단단한 고목인 줄만 알았던 것들이 지나고 보면 초라한 나목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부모님의 뒷모습, 어찌해야할지 알 수가 없는 세상의 장벽, 열리지 않던 상대의 마음 같은 것. 이제 와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내가 그만큼 자랐기 때문일 테고 그때는 너무 어렸기 때문이겠다.
막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이경‘은 오기와 치기, 질투, 또 막내딸의 응석과 같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본래 성격이 그러하고 청춘이라 더 그렇다. 전쟁은 삶에 굳건한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만들고 경은 불티처럼 이리저리 튀었다. 그런 그가 보기에 어머니와 옥희도는 고목이었으리라. 꺾을 수 없는 고집의 고목이었고 기댈 수 있는 크고 단단한 고목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 보기에는 어떤가. 모두가 바람 앞에 앙상해진 나목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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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난날, 어두운 단칸방에서 본 한발 속의 고목, 그러나 지금의 나에겐 웬일인지 그게 고목이 아니라 나목이었다. 그것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달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견딜 수 없는 것은 그 회색빛 고집이었다. 마지못해 죽지 못해 살고 있노라는 생활태도에서 추호도 물러서려 들지 않는 그 무섭도록 딴딴한 고집 - P17

나는 잊은 줄 알았던, 아니 교묘하게 피하던 어떤 기억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막다른 골목으로 쫓긴 도망자처럼 체념하고 나는 그 기억을 맞아들였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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