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땅에 일찍이 증기가 들어왔다면?기계인간이 궁에 들어와 있다면?그 차갑던 인간이 진짜로 기기인이었다면?<기기인 도로>는 그 상상에서 출발한다.정명섭의 ‘증기사화‘는 엔솔로지의 프리퀄이다.네 개의 톱니바퀴를 멀리서 비추고,곧이은 단편들로 그 톱니바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된다.곳곳에 엿보이던 도로의 존재감은 ‘지신사의 훈김‘에서 가장 화려하게 등장한다.역사에 솜씨 좋게 침투한 기기인 도로.그런 동시에 쏟아지는 역사용어 사이에서 어지럽기도 하다.재미있고,상상을 멋지게 재현했으나 상상을 뛰어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