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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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시선에서 1800년대의 영국의 시대로 가장 잘 들어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소설이다. 영국 문화에 대하여 관심이 있어 영화도 즐겨 보고 소설도 즐기는 편이다. 오랜 전통과 문화를 지닌 영국 그 안에 편견 가득한 일상, 철저한 신분제, 여성의 차별 돈과 권력의 오만함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가득하다.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면 현대의 관점에서 얼마나 그들의 삶이 처절했는지 특히 여성에 대한 억압,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거지와 같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애나벨 앱스는 영국의 소설가이다. 실제 인물인 일라이저 액턴의 초기 요리책에서 영감을 받아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탄생하게 된다. 소설가들은 옛 문헌의 한 문장에서도 영감을 받아 소설, 영화의 시나리오 등을 만들어 낸다고 하던데 이를 위한 철저한 조사, 역사적 배경을 깔고 시작하는 소설은 그 시대를 간접경험의 몰입과 입체적이고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일라이저 액턴이다. <작은 아씨들>의 조를 연상하게 하는 인물이다. 열정과 대담하고 시적 영감이 뛰어난 인물이다. 미스터 롱맨에게 여자는 시를 쓰기엔 적합한 인물이 아니란 이유로 출판을 거절당한다. 대신 시적인 요리책이나 써보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그 당시 처녀는 자신의 성으로 출판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필명으로 기고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 시대에도 앞서가는 여류 작가는 있었다. 그런 인물이 되고 싶었던 일라이저는 집안의 몰락과 함께 엄마와 하숙집을 운영하게 되면서 요리에 대해 매료되고 요리책에 대해 상투적이고 개량화되지 않는 모호성에서 제대로 된 시의 감성을 살린 요리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한다.


앤은 그 당시 영국 사회에 가장 비천한 상태가 아니였을까? 엄마는 치매에 걸리고 아빠는 다리가 하나 없어 목발을 의지해야 한다. 먹을 것이 없어 늘 굶주림속에 산다. 엄마와 자신을 줄로 매달아 놓고 있어야 한다. 엄마의 상태가 심각하다. 그 당시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지역의 교구인 목사님과 그의 부인의 태도는 고압적이다. 그 지역의 창피스러운 존재가 되지 않도록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기를 종용하고 앤에게 일자리를 주선해 준다.


이렇게 액턴 일라이저와 앤은 만나게 된다. 일라이저는 요리를 하고 앤은 일라이저를 보조하게 된다. 둘의 관계는 그 당시엔 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 당시 영국의 귀부인들은 주방엔 얼씬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은 유모에게, 주방은 요리사에게 자신을 가꾸며 사교모임에 준비로 바빴을까? 남편의 지위에 따라 여성의 삶이 결정된다. 그래서 액턴은 그 당시의 통념을 다 깨부수는 여성상이다. 시인이다. 결국 요리책 속에 그녀의 시적인 향기를 집어넣는다. 앤을 통해 영국의 비참하게 사는 삶에 대해 알게 되고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고 잘 대우해 준다. 


요즘 내가 만나는 소설은 다인칭시점이다. 옛날에는 못 보던 시점인데~ 즉 이 책은 액턴 일라이저와 앤이 번갈아가며 일인칭 시점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일인칭의 시점은 주인공과 나의 사이를 좁혀주는 효과가 있다. 그들의 심리적인 마음, 태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너한테 시 예술을 가르치기로 작정했어. 앤. 요리하면서 공부하자고, 하지만 아르놋 씨가 떠나고, 신사 한 명을 위해 다섯 코스 정찬을 차릴 필요가 없어야 가능하겠지!

액턴 일라이저


이 책은 제대로 된 낭비가 없는, 선율이 흐르는 요리책을 만드는 여정이 그려진다. 그와 더불어 영국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국의 상류층 부인들은 요리를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삶이었다. 프랑스의 요리사를 집에 두는 집들 또한 있었다고 한다. 영국 음식의 도태를 가지고 오지 않았나라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액턴 일라이저는 부인들이 읽고 음식을 만드는 행복하고 창조적인 기쁨을 다시 살리고 싶었다. 그리고 또한 로맨스적인 분위기도 나온다. 


푹 빠지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렇지만 가볍지 않다. 역사의 진실을 아우르고 있으며 실존 인물의 삶의 흔적을 상상력을 가미해 풍부하게 구성했다. 영국의 역사 속으로, 영국의 음식들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나름 두꺼운 책이었는데 챕터가 짧고 사건의 흐름이 빨라서 좋았다. 분개하는 순간, 안타까운 순간, 마음이 찡한 순간들로 채워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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