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몰락
서보명 지음 / 동연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인 서보명 교수는 미국 시카고신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안식년을 맞아 귀국하여 국내대학에 출강했던 경험 속에서 한국 대학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대학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연구의 결과물인 이 책에서 그는 대학의 역사에서부터 유명사상가들의 대학론, 그리고 학문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까지 전개해간다.

대학이 신자유주의의 거센 흐름에 휩쓸려 '진리 추구'라는 본래의 소명을 잃어버리고 취업학원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저자가 가진 문제의식은 매우 잘 전해지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몇 대학들에서 오직 취업률이라는 잣대만으로 무분별한 학과통폐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성과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대학의 행보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더욱 적실성을 더해갈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님 편에 서라 - 공동선은 어떻게 형성되며, 우리 사회를 어떻게 치유하는가
짐 월리스 지음, 박세혁 옮김 / IVP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 운동가인 짐 월리스가 '공동선'을 주제로 쓴 책입니다. 

저는 국내에 번역된 짐 월리스의 책을 모조리 읽었을 만큼 열혈 팬입니다(그러나 그의 번역서가 몇 권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 
그래서인지 이 책의 초반부에서 그의 대표적인 사상이 식상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졌을 때 그만 읽을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짐 월리스의 주장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 책에서 가장 진부하고 식상한 부분은 초반 몇 챕터일 것입니다. 그 때 낙오하기엔 아까운, 정말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이 그의 다른 저서들과 차별성을 가지는 지점은 다른 많은 책에서도 보여졌던 그의 가치관과 공적 실천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그의 개인적 삶도 진솔하게 나누어진다는 점입니다. 
'건강한 가정'이라는 제목의 13장은 이 책에 숨어있는 보석과도 같은 장입니다. 
또한, 후기인 '공동선을 위한 열 가지 개인적 결단'은 전문을 옮겨치고 싶을만큼 훌륭한 글입니다. 책상 위에 붙여놓고 두고두고 마음에 새길만한 글입니다.

책 전체의 핵심논지인 '기독교는 공동선을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것을 통해 사회를 치유하고 회복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볼프의 공적신앙 담론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어용신학이 되어버린 스택하우스의 공공신학과 전혀 다른 결론을 보여주는 신앙의 공공성 담론을 최근에 둘이나 접하게 되어 흐뭇했습니다.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정반대의 결론에 다다른 이들의 보면서, 신학적 입장은 각자가 서 있는 삶의 자리와 살아온 삶의 궤적과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은 미국사회에서 개혁적, 진보적 복음주의자로 분류되는 이들의 인식과 실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셰인 클레어본 & 토니 캠폴로의 <예수혁명>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책입니다.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 미국사회가 직면한 이슈들(대부분은 이미 한국사회의 이슈이거나 조만간 그렇게 될)과 그에 대한 건전한 기독교적 입장의 대략적인 그림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슈별로 행해진 짧은 대담들을 통해서 개략적인 조망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예수혁명>을, 한 저자의 깊은 사유와 호흡하며 '사회를 치유하는 공동선 형성에 있어서의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하나님 편에 서라>를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광장에 선 기독교 - 공적 신앙이란 무엇인가
미로슬라브 볼프 지음, 김명윤 옮김 / IVP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신학자를 꼽는다면 거기에 미로슬라브 볼프를 뻬놓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크로아티아 출신인 볼프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통해서 신앙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몸소 체험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볼프를 평화와 폭력, 배제와 용서의 문제에 천착하게 만들어 <배제와 포용>, <베품과 용서> 같은 명저를 쓸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동유럽 출신의 볼프는 북미와 서유럽 학자들의 관심과 의제설정이 지배하는 신학계에 비주류의 관심과 사유를 불어넣어주는,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광장에 선 기독교>는 볼프가 공적 신앙에 대한 담론을 간결하게 펼쳐보인 얇은 책입니다.

기독교신앙의 사사화에 반대하여 신앙의 공공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신학적 기획은, 기독교윤리학 분야에서 '공공신학'이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크게 붐업된 바 있습니다.
공공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자는 막스 스택하우스인데, 저는 신대원 시절 스택하우스의 신학을 개략적으로 공부해보았습니다.
기독교신앙이 사회의 에토스를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택하우스의 신학은 기독교윤리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신학의 이름으로 신자유주의에 세례를 준 '신자유주의 어용신학'이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합니다(이러한 비판을 하는 이들은 비록 소수이지만 저는 이 비판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하는 바입니다).
볼프의 담론은 신앙의 공공성 실현을 이야기하는 것이 꼭 스택하우스의 공공신학과 같은 방식이 아니어도 됨을 훌륭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저에겐 스택하우스의 책을 읽으며 느꼈던 거부감을 힐링(?)하는 경험이었습니다.

볼프가 신앙의 공공성을 이야기하는 방식에는 역시나 볼프 특유의 관심이 철저히 녹아 있습니다.
종교갈등으로 인한 긴장이 점점 커져만 가는 시대에 공적영역에서 신앙이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발하면서도 어떻게 타종교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지요.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볼프는 "정치적 기획으로서의 다원주의"를 제안합니다(그게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직접 책을...^^*).
911을 경험한 북미에는 매우 절실한 주제이고, 한국사회에도 점점 더 논의를 필요성이 커져가는 주제입니다.

볼프의 대표작 <배제와 포용>과 다루는 주제가 꽤 겹치지만 이 책이 훨씬 얇고 간결하므로, <배제와 포용>을 읽기 위한 준비운동으로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신앙의 공공성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나, 볼프에게 관심이 있었는데 어느 책으로 시작할까 고민이셨던 분들은 이 책으로 시작하면 좋을 듯 합니다.
아마도 이 책을 통해 볼프에게 푹 빠지게 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부란 무엇인가 - 우리 시대 공부의 일그러진 초상
이원석 지음 / 책담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대한 사기극>의 저자 이원석의 진짜 공부 담론.
저자의 책은 처음 읽지만, 저자가 여러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읽어보았으며 특히 저자의 독서법에 대한 아티클로 개인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독서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있어서도 대단한 내공을 가진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거대한 사기극>은 물론이고, 앞으로 저자가 새로운 책을 출간하게 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꼭 읽어보리라 결심했다.

책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동아시아, 고대 그리스, 중세 카톨릭의 공부법을 각각 개관하며 그들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진짜 공부란 무엇인지에 대해 모색한다.
2부는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제안을 담고 있다.
'독서에 토대한 암송', '사유에 토대한 묵상', '우정에 토대한 대화'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제안하는 공부는, 쉽게 말하면 "렉치오 디비나"와 유사한 방식으로 고전을 파고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나눌 수 있는 학습공동체와 대화해가는 것이다.

요약하면 단순한 내용이지만, 책을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명료하고 설득력 있는 논리전개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스펙을 쌓기위한 초라한 공부가 아니라, 진짜 공부에 동기부여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공부를 격려하며 서로 돕는 학습공동체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의 빈자리 - 상실의 이야기를 더 나은 이야기로 써 나가다
도널드 밀러 지음, 이지혜 옮김 / IVP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재즈처럼 하나님은>, <천년동안 백만마일>의 저자 도널드 밀러가 아버지 상실의 경험을 극복하며 성장해간 이야기를 쓴 회고록이다.

국내 출간 후 이 책에 대한 극찬과 호평들이 수없이 쏟아지는 것을 보며 내 마음 속에는 약간의 설레임과 긴장감 같은 것이 있었다.
나 역시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혹시 이 책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책을 집어들자마자 곧 빠져들어 잠시도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날 새벽 늦게까지 완주한 후에야 잠이 들었다.
새벽녘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위로와 소망과 감사가 교차했다.
새벽감성(?) 탓도 있겠지만 눈시울을 붉혀가며 읽은 곳도 여러 곳이었다.

한마디로, 딱 도널드 밀러의 책이다. 
그의 책이 늘 그렇듯이 책 전체에 유머가 넘친다. 주제는 심각한데 분위기는 시트콤이다. 
또한 그는 애써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책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딱히 이 책을 통해 무언가를 새로 알게 되었거나 깨닫게 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책 전체에서 묻어나는 진솔함으로 인해 참으로 깊은 위로를 얻었다. 

인생은 그리 간단치 않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인생에 좋은 멘토 한 두 명이 있다고 해서 완벽히 채워지는 공간이 아니다. 
내적치유와 기도에 관한 신앙처방 몇 가지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한 이들은 인생 내내 그 상실과 씨름한다.
그런데 도널드 밀러의 이야기에는 예수 믿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논리에 인생을 억지로 구겨넣는 '단순화'도, 시련을 불굴의 신앙으로 극복해내었다는 '허세'도 보이지 않는다. 
상실의 경험 속에서 아파하며 더듬더듬 길을 찾아갔던 한 청년의 진솔한 고백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난 도널드 밀러의 책이 좋다.

그에게처럼 나에게도, 내 삶에 다가와 아버지와 같은 놀라운 사랑으로 날 사랑해주셨던 분들이 있었다.
좋은 아버지가 무엇이고 훌륭한 남자가 무엇인지를 삶으로 살아내며 내가 그것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워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분들과의 만남을 매개해 준 공동체가 있었다.
돌아보면, 그건 나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다. 
내 삶에 주어진 선물이고 은혜였다.
이 책 제목 밑에 있는 문구처럼, 하나님께서 내 삶을 통해서도 '상실의 이야기를 더 나은 이야기로 써나가셨다'면, 그건 어느날 홀연히 일어난 마술 같은 치유를 통해서가 아니였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공동체와 그 안에서 맺어진 소중한 인연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내 삶에 일어난 일이었다.

열렬히 권하고 싶은 참 좋은 책이다.
특정 경험을 한 이들만의 책이라고 인식되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가지 이유로 좋은 아버지의 상실과 부재를 경험하였지만 그럼에도 더 나은 이야기를 살아내기 원하는 이들, 그리고 그런 이들을 이해하고 돕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