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세계관 - 우리를 조종하는 8가지 이야기
스티브 윌킨스 외 지음, 안종희 옮김 / IVP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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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계관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세계관 책들 위에 자신의 책 한권을 보태려면, 저자는 '세계관? 뭐 더 할 얘기가 더 남았나?'라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독자들을 자신의 책을 통하여 설득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의 서론은 정말 탁월합니다.
저자들은 서론에 해당하는 첫번째 장 '커피 안에 녹아 있는 세계관'에서 그들의 세계관 논의가 취하는 접근법을 소개하는데, 읽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저자들에 의하면, 사람들은 세계관을 공부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습득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한 세계관을 숙고하고 선택하여 "~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여러 세계관들이 혼합된 양상의 삶을 살아갑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세계관 논의에 있어서 학문적이고 이론적 접근보다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우리의 가치관과 선택 등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여러 세계관들을 분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일상 속의 세계관! 
맞습니다. 한 때 잘 나갔지만 이젠 퇴물이 되어버린 세계관 논의를 오늘날 다시 끄집어내는데에 있어 가장 적절한 방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문제의식과 접근법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다른 세계관 책들과 차별성이 있습니다.

본론으로 넘어가보니, 책에서 다루고 있는 8가지 세계관 - 개인주의, 소비주의, 국가주의, 상대주의, 자연주의, 뉴에이지, 부족주의, 심리치료 - 에 대한 분석도 훌륭합니다. 그 세계관의 긍정적인 점과 문제점을 함께 다루어 공정하게 다루려 노력한 점도 돋보입니다. 
다만 서론에서 불러일으킨 기대치를 충족시킬만큼 각각의 세계관에 대한 논의를 일상의 코드로 풀어내지는 못한 것은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뒤로 가면서는 '어. 이게 다른 세계관 책들과 뭐가 그리 다르지'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서론에서 약속한 바를 어느 정도 충실히 이뤄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세계관 책에는 일정량의 이론적 분석은 불가피하니까요. 이만큼이라도 우리의 구체적 삶과 연결지어보려고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열어놓은 논의를 따라 각자의 가치관과 삶 속에 녹아 있는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분별해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활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잘만 활용하면 보석같이 빛날 책입니다.
소그룹에서 이 책을 바탕으로 해서 여덟가지 세계관을 매주 하나씩 심도있게 다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상사 수업하듯이 이론적으로 하지 말고 각각의 세계관이 우리의 생각과 삶 속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자기 삶을 들여다보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직하게 나눌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영역에 대한 기독교세계관의 답변을 붙들고 씨름할 수 있다면 삶을 실제적으로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소그룹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봅니다. 성경공부나 북스터디를 할 때면 '영혼없는(?)' '지당하신' 대답을 청산유수로 늘어놓지만, 그것이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가치관과 신념을 바꾸지 못하는 (저를 포함한) 많은 형제자매들을 볼 때, 우리의 소그룹이 어쩌면 정기적인 역할극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마침 만나게 된 이 책을 형제자매들과 함께 붙들고 씨름하며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은밀한 세계관'을 향해 돌직구를 던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훌륭한 세계관 책을 발견했습니다. 정말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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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죄를 고백하라 - 존 스토트, ‘회개’와 ‘용서’와 ‘화해’를 말하다
존 R. 스토트 지음, 김명희 옮김 / IVP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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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 지은 죄, 개인적인 관계 속에서의 죄, 교회에 지은 (공적인) 죄에 대해서 각각 하나님께 회개함, 개인적인 용서구함, 교회에 용서를 구하고 치리를 받음이라는 죄고백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카톨릭 교회의 고해성사 제도가 성경적 죄고백 개념에 어떻게 어긋나는지 논증하고 있다. 

제목과는 사뭇 다른 내용을 가진 책이어서 주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다른 내용을 원하는 독자에게 읽혀지거나 또는 뭍힐 책이다. 이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존 스토트 특유의 명확한 정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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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
신원하 지음 / IVP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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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뿜어내는 포스로 인해 선뜻 뽑아들기 쉽지 않은 책이다.
그래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뭍히지 않았나 싶은데, 책이 매우 훌륭한 만큼 아쉬운 일이다.
이 책은 교회사 속에 내려오는 7대죄라는 개념을 다루고 있다. 7대죄는 가톨릭적 개념이라 여겨져 개신교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개념인데, 저자는 이것이 한국교회 안에서 영성훈련과 수덕의 관점에서 재조명되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내놓았다. 각각의 죄에 대해 던져주는 메시지와 통찰이 깊다. 진지하게 읽는다면 삶을 변화시킬 힘이 있는 책이다. 한주에 한 죄씩을 다뤄가며 소그룹에서 나눔을 해도 참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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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미덕
톰 라이트 지음, 홍병룡 옮김 / 포이에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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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라이트가 "그리스도인의 변화와 성장"에 대해 쓴 책이다.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는 사실 단순하다. 
기독교가 '우리의 행위가 아닌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라는 슬로건을 맥락 불문하고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 우리는 '성품훈련'이라는 개념을 낮설어하고 미심쩍어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품의 변화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반복훈련을 통해 그 성품을 제2의 천성으로 만듦을 통해 이루어진다(이 모든 일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전제로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장차 완성될 하나님 나라에서 '왕 같은 제사장'이 되도록 부름받았고, 지금 이 땅에서 (성령을 힘입어) 훈련을 통해서 그에 합당한 성품을 선취해나간다.

메인 아이디어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저자가 성서신학자인지라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하는 성서본문을 샅샅이 찾아내어 현란하게(?) 주해하다보니 책이 꽤 두꺼워져버렸다. 게다가 같은 내용을 여러 표현과 비유를 들어 반복하는 저자 특유의 글쓰기 방식도 책의 분량이 늘어나는데 한 몫 했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다보니 이제 무슨 얘길 하려는지 알겠네 싶은 지점 이후부터는 좀 루즈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대해 이렇게 소망을 주며 강력하게 동기부여해주는 책은 매우 드물다.
"변화"를 주제로 많은 신앙서적들 중에 한 권의 책을 꼽으라고 하면 지금까지 나는 달라스 윌라드의 <마음의 혁신>을 택했었다. 이 책 <그리스도인의 미덕>은 <마음의 혁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책이다.

원제 "After you believe"는 알리스데어 맥킨타이어의 <덕의 상실(원제: After virtue)>을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저자는 자신의 책이 알리스데어 맥킨타이어와 스탠리 하우어워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덕의 윤리... 
이 지점에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성서학자(톰 라이트)와 윤리학자(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만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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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의와 성화
김세윤 지음 / 두란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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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의와 성화>, 김세윤, 두란노

 

바울신학의 '새관점'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톰 라이트와 존 파이퍼 사이에 있었던 칭의논쟁은 목회자와 저술가로서 존 파이퍼의 대중적 인기와 명성으로 인해서 새관점을 둘러싼 논쟁이 대중들의 주목을 끌게 하는데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성서주해의 엄밀함과 전문성에 있어서 애초부터 공정한 게임이 되기 힘들었던 성서신학자와 목회자 사이의 학문적 논쟁은 사실상 존 파이퍼의 완패로 끝이 났습니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새관점에 대한 전통적 관점에서의 비판을 가장 설득력있게 전개할 수 있는 이는 존 파이퍼가 아니라 김세윤 박사일 것입니다.

김세윤 박사는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신약학자로서, 현재 바울신학에 대한 전통적 입장에서 새관점 학파에 맞서 논의의 최전선에서 가장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입니다.

 

이 책은 김세윤 박사가 2012년 두란노 바이블칼리지에서 "칭의와 성화"라는 제목으로 행한 강연을 책으로 엮어 출간한 것입니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새관점 학파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저자가 주된 논쟁의 상대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톰 라이트입니다(새관점학파를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의 전반부에서 먼저 제임스 던을 가볍게 즈려밟고 가신 이후로는 줄곧 톰 라이트의 주장을 반박합니다).

저보다 먼저 책을 읽은 이들이 많이 이야기하고 있듯이, 저 역시 새관점과 옛관점이 서로 건강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수정, 발전되어가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톰 라이트가 <톰 라이트, 칭의를 말하다(원제: Justification: God’s Plan and Paul’s Vision)>에서 전통적 칭의론을 자신의 관점 안에서 포괄해보려는 노력을 보여줬다면, 이 책에서 김세윤 박사 역시 새관점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을 반박하면서도 새관점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새롭게 발견하게 된 통찰들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변화의 폭이 생각보다 꽤 넓습니다. 이 정도의 대가들이 학문적 논쟁에 있어서 논적의 주장을 참고하여 자신의 입장을 수정해간다는 것이 자존심보다 학자적 성실성을 앞세울 수 있는 성품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훌륭한 성품의 대학자들과 동시대에 살면서 그들의 치열한 탐구와 논쟁의 결과를 즉시 접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큰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세윤 박사는 톰 라이트가 샌더스를 이어받아 1세기 유대교를 언약적 율법주의로 이해한 후, 칭의를 법정적 의미를 가진 구원론적 개념이 아니라 이방인 선교와 관련된 교회론적 의미로만읽는 것에 대해 예리하게 비판합니다. 조목조목 매우 수긍이 갔습니다. 제가 그동안 톰 라이트의 칭의론에서 찜찜하게 느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히 짚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매우 놀라웠던 것은, 톰 라이트의 칭의론에서 칭의는 구원론인가 교회론인가하는 이슈보다 더 거센 저항과 신랄한 비판에 직면하리라 생각되었던 칭의는 미래에 얻을 의로움에 대한 현재적 선언이라는 주장을 김세윤 박사가 자신 나름의 방식으로 꽤 깊숙이 수용해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입장이라면 사실 김세윤 박사는 톰 라이트의 논적이 아니라 우군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그 표현방식에 있어서 반펠라기우스주의 정도로 간주될 소지가 다분했던 톰 라이트의 논리보다 김세윤 박사가 제시하고 있는 설명이 훨씬 더 명료하며 설득력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김세윤 박사의 칭의론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칭의의 법정적 의미와 관계적 의미를 함께 강조하며 옛관점과 새관점을 함께 아우릅니다. 그것도 실용적 이유에서 비롯된 양시론적인 절충주의가 아니라 각각의 명확한 성서주해상의 근거를 통해서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 칭의와 성화를 같은 의미를 다른 강조점으로 표현한 두 개의 그림 언어로 보면서 사실상의 동의어라고 제안합니다. 그래서 전통적 입장의 칭의성화영화의 구도가 아닌, ‘칭의(=성화)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구도를 제안합니다. 이 칭의론은 옛관점과 새관점을 모두 담을만큼 폭이 넓으며, 윤리와 분리된 왜곡된 칭의론을 극복할만한 힘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상 이 책은 새관점을 비판하는 앞부분이 아니라 저자가 칭의와 성화의 의미를 풀어내는 후반부가 백미입니다.

새관점 비판만 다루는 책인 줄 알고 관심자만 읽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새관점을 둘러싼 학문적 논쟁에 관심이 없는 분은 2장부터 읽으면 될 것 같습니다. 저자의 <구원이란 무엇인가>보다 구원, 칭의, 성화, 그리스도인의 삶의 여정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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