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선 기독교 - 공적 신앙이란 무엇인가
미로슬라브 볼프 지음, 김명윤 옮김 / IVP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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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신학자를 꼽는다면 거기에 미로슬라브 볼프를 뻬놓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크로아티아 출신인 볼프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통해서 신앙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몸소 체험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볼프를 평화와 폭력, 배제와 용서의 문제에 천착하게 만들어 <배제와 포용>, <베품과 용서> 같은 명저를 쓸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동유럽 출신의 볼프는 북미와 서유럽 학자들의 관심과 의제설정이 지배하는 신학계에 비주류의 관심과 사유를 불어넣어주는,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광장에 선 기독교>는 볼프가 공적 신앙에 대한 담론을 간결하게 펼쳐보인 얇은 책입니다.

기독교신앙의 사사화에 반대하여 신앙의 공공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신학적 기획은, 기독교윤리학 분야에서 '공공신학'이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크게 붐업된 바 있습니다.
공공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자는 막스 스택하우스인데, 저는 신대원 시절 스택하우스의 신학을 개략적으로 공부해보았습니다.
기독교신앙이 사회의 에토스를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택하우스의 신학은 기독교윤리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신학의 이름으로 신자유주의에 세례를 준 '신자유주의 어용신학'이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합니다(이러한 비판을 하는 이들은 비록 소수이지만 저는 이 비판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하는 바입니다).
볼프의 담론은 신앙의 공공성 실현을 이야기하는 것이 꼭 스택하우스의 공공신학과 같은 방식이 아니어도 됨을 훌륭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저에겐 스택하우스의 책을 읽으며 느꼈던 거부감을 힐링(?)하는 경험이었습니다.

볼프가 신앙의 공공성을 이야기하는 방식에는 역시나 볼프 특유의 관심이 철저히 녹아 있습니다.
종교갈등으로 인한 긴장이 점점 커져만 가는 시대에 공적영역에서 신앙이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발하면서도 어떻게 타종교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지요.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볼프는 "정치적 기획으로서의 다원주의"를 제안합니다(그게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직접 책을...^^*).
911을 경험한 북미에는 매우 절실한 주제이고, 한국사회에도 점점 더 논의를 필요성이 커져가는 주제입니다.

볼프의 대표작 <배제와 포용>과 다루는 주제가 꽤 겹치지만 이 책이 훨씬 얇고 간결하므로, <배제와 포용>을 읽기 위한 준비운동으로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신앙의 공공성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나, 볼프에게 관심이 있었는데 어느 책으로 시작할까 고민이셨던 분들은 이 책으로 시작하면 좋을 듯 합니다.
아마도 이 책을 통해 볼프에게 푹 빠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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