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빈자리 - 상실의 이야기를 더 나은 이야기로 써 나가다
도널드 밀러 지음, 이지혜 옮김 / IVP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재즈처럼 하나님은>, <천년동안 백만마일>의 저자 도널드 밀러가 아버지 상실의 경험을 극복하며 성장해간 이야기를 쓴 회고록이다.

국내 출간 후 이 책에 대한 극찬과 호평들이 수없이 쏟아지는 것을 보며 내 마음 속에는 약간의 설레임과 긴장감 같은 것이 있었다.
나 역시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혹시 이 책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책을 집어들자마자 곧 빠져들어 잠시도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날 새벽 늦게까지 완주한 후에야 잠이 들었다.
새벽녘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위로와 소망과 감사가 교차했다.
새벽감성(?) 탓도 있겠지만 눈시울을 붉혀가며 읽은 곳도 여러 곳이었다.

한마디로, 딱 도널드 밀러의 책이다. 
그의 책이 늘 그렇듯이 책 전체에 유머가 넘친다. 주제는 심각한데 분위기는 시트콤이다. 
또한 그는 애써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책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딱히 이 책을 통해 무언가를 새로 알게 되었거나 깨닫게 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책 전체에서 묻어나는 진솔함으로 인해 참으로 깊은 위로를 얻었다. 

인생은 그리 간단치 않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인생에 좋은 멘토 한 두 명이 있다고 해서 완벽히 채워지는 공간이 아니다. 
내적치유와 기도에 관한 신앙처방 몇 가지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한 이들은 인생 내내 그 상실과 씨름한다.
그런데 도널드 밀러의 이야기에는 예수 믿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논리에 인생을 억지로 구겨넣는 '단순화'도, 시련을 불굴의 신앙으로 극복해내었다는 '허세'도 보이지 않는다. 
상실의 경험 속에서 아파하며 더듬더듬 길을 찾아갔던 한 청년의 진솔한 고백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난 도널드 밀러의 책이 좋다.

그에게처럼 나에게도, 내 삶에 다가와 아버지와 같은 놀라운 사랑으로 날 사랑해주셨던 분들이 있었다.
좋은 아버지가 무엇이고 훌륭한 남자가 무엇인지를 삶으로 살아내며 내가 그것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워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분들과의 만남을 매개해 준 공동체가 있었다.
돌아보면, 그건 나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다. 
내 삶에 주어진 선물이고 은혜였다.
이 책 제목 밑에 있는 문구처럼, 하나님께서 내 삶을 통해서도 '상실의 이야기를 더 나은 이야기로 써나가셨다'면, 그건 어느날 홀연히 일어난 마술 같은 치유를 통해서가 아니였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공동체와 그 안에서 맺어진 소중한 인연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내 삶에 일어난 일이었다.

열렬히 권하고 싶은 참 좋은 책이다.
특정 경험을 한 이들만의 책이라고 인식되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가지 이유로 좋은 아버지의 상실과 부재를 경험하였지만 그럼에도 더 나은 이야기를 살아내기 원하는 이들, 그리고 그런 이들을 이해하고 돕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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