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지금도 풋 토마토의 싱그러우면서도 바삭바삭한 맛이 저절로 그려진다.-물론, 아직 실제로 먹어본 적은 없지만- 그것이 바로 스프레굿가의 모습이면서 살아가는 방법이라 생각하니 더욱 특별한 맛이라 기대된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휘슬스톱이라는 기차역이 있는 작은 마을에 있는 스프레굿가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로 그 중에서도 스프레굿가의 막내딸인 이지 스프레굿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왜, 이지 스프레굿이냐고? 그렇게 많은 스프레굿가의 사람들 중에서?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녀가 이지 스프레굿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당차고 유쾌하며 또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이 소설의 두 화자인 에벌린과 니니 스레드굿은 에벌린의 시어머니가 니니 스레드굿과 같은 요양원에 있었다는 우연으로 그리고 에벌린이 자신의 시어머니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등의 요인으로 매우 적은 확률 아래 만나게 된다.-이렇기에 참으로 인생사가 재미난 것 아니겠는가? 우연이 인생의 길을 열어줄 수 있으니.- 니니가 말하는 과거 스레드굿가의 이야기-특히 이지 스레드굿의-가 더욱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에벌린에게 있다. 그녀가 그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점점 바뀌는 모습을 보며 좀 더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가슴 벅차 오르는 느낌이 한 가득 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출을 바라보며 느끼는 먹먹함과도 같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한바탕 니니의 이야기가 끝나면 에벌린의 모습이 매우 다르게 변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도 매우 아름다운 방향으로. 사람들에게는 흔히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그것을 붙잡느냐, 마느냐가 바로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런 것을 보면 에벌린은 니니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이지 스레드굿을 잡고 자신의 전환점을 찾았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의 의미를 찾으라 한다면 두 가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는 에벌린이 얻은 삶에 대한 의지와 잃어버렸던 꿈에 대한 것. 그리고 또 한가지는 차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말이다. 사실, 이 두 개가 그리 다르지는 않다고 본다. 적용하는 방향에 따라 같은 것을 도출해 낼 수도 다르게 결론을 낼 수도 있는 것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를 중심으로 해서 이 글을 해석한다고 하면, 이 소설은 결국 여성해방에 관한 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네이버에서 관리하고 있는 내 블로그를 보면, 굉장히 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영화제나 영화의 주제 그리고 책들까지. 나 자신이 여성이라 그런 것이어서 그런지 그런 류의 이야기가 나오면 많이 공감이 되고 내 인생을 설계하는 것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이 때의 설계의 방향은 여성과 남성의 두 갈래로 나뉘는 것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나’를 완성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에벌린, 그녀는 솔직히 말해 그리 특별한 인물은 아니다. 그냥 이 곳 저 곳에 존재할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인물 그러면서도 그 자신의 문제를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어 나가는 매우 평범한 여성이다. 폐경기의 여성이 실제로 저런 감정 속에서 무기력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사실 소설에서는 그런 여성을 대입하여 노골적으로 여성의 무기력함을 보여주었지만 이것 역시 어찌 보면 상징일 수도 있다고 본다. 어쩌면 에벌린 자체가 결혼을 하고 자신의 인생이 아닌 타인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여성에 대한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누구씨가 아닌,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는 그녀들의 정체성. 무기력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과 자존감이 상실되어 가는 여성의 삶.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따스하고 그저 단지 지나가는 바람일지도 모르는 그 바람에 에벌린은 변화한다. 마치 유충이 번데기가 되었다가 나비가 되어 날개를 펴듯 말이다. 그 계기는 니니 스프레굿이며, 또한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서 그리고 위험과 불의를 해쳐 나가는 이지 스프레굿이었다.


 
 소설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매우 특징적인 이야기를 또 하나 꼽으라면 바로 이지 스프레굿과 그녀의 평생의 동성의 연인이자 사랑이었던 루스 제이미슨의 이야기일 것이다.-소설 속에는 백인과 흑인에 대한 차별, 경제공황 등의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그것들을 제외하고 나는 이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실, 처음에 접했을 때는 이지 스프레굿의 성별이 모호해서-계속해서 스프레굿가의 막내딸이라고 나오지만- 잘 못 이해한 줄 알았었다. 우호,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들의 연애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어찌되었든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 이들의 모습은 그리 불편함을 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지 스프레굿에게 반해서 청혼하고 싶을 정도였달까? 성별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진심으로 그녀에게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 당당함과 정의, 따뜻한 온기, 재치와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정렬과 인내까지. 휘슬스톱 카페가 아름다웠던 것은 그녀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녀들이 사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휘슬스톱 카페를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생기고 사라지면서 루스가 죽고, 휘슬스톱 카페도 사라지고 스프레굿가가 있던 집터도 무너지지만, 루스를 사랑한 꿀벌 조련사는 항상 그 곁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것은 놀라운 반전이 숨겨진 이야기의 추억의 한 모금이며, 한 입 베어 물면 상큼하게 터지는 과즙의 싱그러움과 신맛이 어우러진 달콤함. 그리고 바삭한 식감이 입 안을 맴도는 풋토마토 튀김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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