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인 뿌리 깊은 나무를 꽤 재미있게 보고 김흥도와 신윤복 두 천재 화가의 이야기라 흥미를 가지고 보기 시작했다. 국사책에 나온 것처럼 김흥도의 그림은 단조로우면서도 남성적이고 서민들의 삶을 그렸다면 신윤복은 섬세하고 화려한 색으로 양반과 여인을 그려내고 있다. 어릴적엔 양반의 삶을 주로 그린 신윤복보다 서민들과 같이 호흡했을꺼란 생각에 김흥도를 더 좋아했고 당연히 역사책에도 양반을 주로 그린 신윤복이 많이 적혀 있을꺼란 생각을 했다. 단원 김흥도는 도화서에서도 천재화원으로 꼽혔지만 그림과 같은 꼿꼿한 성격 덕분에 어린 화원들을 가르치는 교수 일을 했고, 그런 어린 화원들 중 으뜸의 재능을 가진 신윤복을 알아보고 키워주려 한다. 당시 도화서 화원이라면 그림을 그리는데도 엄격한 규칙을 따라야 했기에 김흥도와 신윤복은 그 사람들과 대립하게 되지만 그들 뒤엔 정조대왕이 있어 백성들의 진실된 삶을 그릴 수 있었다. 전작이 추리소설이란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작품은 "추리소설"이란 느낌보단 잔잔하면서 사실인 듯 착각을 일으켜준다. 또, 책 요소요소에서 김홍도와 신윤복의 생생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을 보는 방법과 그림에 담긴 이야기까지 친절하게 들려주고 있다. 자칫하면 지루하게 전개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작가는 오히려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켜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바람의 화원"은 무엇보다 예인들의 위치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수많은 화원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이름보다 그림...그것도 몇점만이... 남고 말았다. 외국에서는 이전 세대의 그림을 아끼고 보관했던 점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라도 21세기 단원과 혜원에게 애정을 가지고 바라봐 주길 바랄뿐이다.
책의 시작은 여느 추리소설과 마찬가지로 사체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특히나 그 장소가 임금이 있는 궁궐 안.. 그것도 그 시대 엘리트라 할 수 있는 집현전 학자들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시킨다. 세종대왕이 누구인가... 최고의 성군이며 한글을 창제한 임금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런 세종대왕의 업적을 후세엔 칭송을 받고 있지만 그 시대의 세종대왕의 여러가지 정책들은 사대부들에게는 청천벽력이요 반발을 사게되는 주요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나 명에게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는... 아니 그런 마음조차 가지고 있지 않는 사대부들에게 우리만의 글자를 가지고 계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글을 읽게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을 것이다. 이런 배경에 당시 권력을 가지고 있던 사대부와 집현전 학자들간의 대립을 추리소설의 형태로 숨가쁘게 진행시키는 [뿌리 깊은 나무]는 팩션임에도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여러가지 모습들과 실존 인물들... 그리고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그림과 함께 풀어가는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10년 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구상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선 정말 많은 역사적 지식과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이런 지식들이 몰입을 해야되는 시점에서 마치 강의를 듣는 듯한 분위기로 변해버려 다소 약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 일본 연구가들이 자기네들의 신대문자에서 한글이 유래되었다는 얼토당토한 이야기를 보면서 화가 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금의 우리들은 한글을 왜 만들었는지도 잊어버리고 외국어를 배우느라 바쁘다. 심지어 공휴일에서 제외된 후론 한글날이 언제인지 잊어버린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네 글이지만 우리들은 얼마나 한글에 대해서 알까? 다른 나라를 욕하기 전에 우리문화... 우리 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뿌리 깊은 나무]는 다시 한번 우리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해준다는 점에서 괜찮은 책인 듯 싶다. "역사가 진척되고 세상이 바뀌고,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대체하고, 어지러운 질서가 바로잡히는 데는 피가 필요하다. 시대를 위해. 새로운 세상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고 세상은 발전하는 것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게다가 겉표지에 떡하니 빨간 머리의 중년의 아저씨가 교복을 읽고 쳐다보고 있다. 흠... 무슨 내용일까? 한장을 넘기기 전부터 심상치 않은 겉 모습에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남쪽으로 튀어! 1권에서는 지로 가족의 도쿄에서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도쿄에서의 아버지는 지로의 짐이다. 다른 아버지들처럼 일하는 모습도 안 보여주고 언제나 집에서 빈둥빈둥 거리다 국민 연금을 받으러 온 사람과 싸우기도 하고, 수학여행비가 많이 나왔다고 학교에 와서 싸우고.... 게다가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 대신 학교란 체제에 적당히 써먹을 인간을 양성하는 곳이니 다닐 필요 없다고 훈계까지 하는 대책없는 골칫거리이다. 하지만 그런 도쿄에서의 생활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가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가쓰의 폭력으로 구로키와 가출도 하고 (비록 하루만에 돌아왔지만...) 결국엔 아버지 후배의 폭력적인 방법으로 가쓰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역시나.. 아이들의 폭력문제는 어른들 역시 확실한 폭력이 아니면 해결이 안되는 것인가....란 씁쓸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1권에서는 아버지, 어머니의 비밀도 알게되고, 가쓰와의 폭력으로 부터 성큼 커버린 지로의 성장을 주로 다루었다. 그렇게 도쿄에서의 생활을 뒤로 하고 야밤도주 하듯이 도쿄를 떠나 남쪽 섬으로 떠나게 되는 지로 가족... 2권에서는 도쿄에서와는 정반대인 남쪽 섬으로 이주하게 된다. 아버지의 고향이자 선조가 살았던 이리오모테 섬으로 이주하면서 골칫거리인 아버지에서 조금은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시선이 변하게 된다. 도쿄에서는 빈둥빈둥 놀면서 싸움만 하던 아버지가 이곳에서는 고기도 잡고, 농사도 짓고.. 그렇게 변한 아버지에 맞춰 도쿄에서는 뿔뿔히 흩어져 있던 우에하라 일가는 똘똘 뭉치게 된다. 사유 재산이 희박하다 보니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는 낙원 같이 그려진 이리오모테 섬도 결국엔 자본주의인 케이티 건설의 개발로 잠잠하던 아버지와 케이티 건설간의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몇 해전에 강원도 오지 마을을 간적이 있다. 장을 보기 위해선 한시간 정도 차를 타고 나가야 되고 TV도 없는 산장이었다. (물론 컴퓨터도 없다.) 불편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서 산장주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TV는 안보다 보니 별로 궁금하지 않고 배추 농사하고 산나물 캐러 산에 가다보니 심심하지 않다고... 그리고 왠만한 것들은 동네 사람들끼리 서로 서로 도와주며 살아 괜찮으시다고 했었다. 과연 산장에 있는 동안 컴퓨터랑 TV가 없으면 어찌 사나 걱정했던 나도 그것들 생각은 한번도 나지 않았고, 아줌마가 건너편 집에서 얻어 온 감자, 옥수수를 쪄서 돈도 받지 않고 주시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사회 문제를 오쿠다 히데오는 상식에서 벗어난 극단적인 아버지의 행동으로 유쾌하게 써내려 갔다. 하지만 사회문제에 대한 많은 시사점들은 재미있게 읽는 와중에서도 그 메시지를 되돌아 생각하게 만들었다. 학원 폭력, 국민 연금 등등.... 그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에도 해당되는 말이기에 유쾌하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해결책이 없는 평행선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여기서 끝나버린 지로의 모험이 아쉬운 것은 나만 그럴까? 도쿄에서 평범하지 않은 아버지 땜에 창피했지만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름없던 지로는 이리오모테 섬의 특별한 경험으로 보통 아이들보다 한뼘... 아니 두뼘이상 자라버린 느낌이다.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하게 될지 지로의 다음 모험도 보고 샆다라고 강력하게 생각하게 해준 소설이였다.
어린시절 읽었던 책에 나오는 용은 신비로운 동물(?),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혜를 가진 영물로 묘사가 되어 나도 그런 용과 친구가 되면 하늘도 날아다니고 평생 든든한 친구가 되었음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미국 환상소설이나 일본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나쁜 용(드래곤)들을 보면서 이건 거짓말이야라고 생각을 했다. (물론, 그래도 열심히 읽었지만 말이다.) 책의 배경은 1800년대 나폴레옹과 넥슨 제독이 활약하던 시대다. 19세기에 용이라니..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19세기엔 용이 살기 좋은 시대야..'란 생각을 하게된다. (나만 그런가~ㅋ) 로렌스는 이미 영국 해군에서 어느정도 기반을 잡은 함장으로 우연히 전리품으로 얻은 용의 알에서 새끼 용이 태어나 자신을 선택하게 되면서 비행사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짙은 푸른색 눈의 새끼 용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레 영어로 대화를 시작했고 로렌스는 그 용에게 "테메레르"란 이름을 붙여주는 장면은 언젠가 보았던 만화에서 알에서 막 부화한 귀여운 용이 뒤뚱뒤뚱 걸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장면이 저절로 연상되었다. 검은 용에 목욕을 유달리 좋아하는 "테메레르" 덕분에 자신의 생활을 포기해야 되는 로렌스는 처음엔 "테메레르"에 대한 원망을 하게 되지만 곧 솔직하고 영리한.. 그리고 자신이 '테메레르'의 전부라는 걸 알게되면서 "테메레르"와의 우정이 점점 깊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부럽던지... (나도 그런 새끼 용 가지고 싶다고~~) 사실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우정에 촛점을 맞추다 보니 전쟁신이 다소 간략하게 처리되었지만 그 잠깐 동안의 묘사만으로도 그들 용의 우아함이라든지 웅장함은 상상 그 이상이 될 듯 싶다. 특히나 몸집이 큰 것 외엔 독도 없고 불도 뿜어내지 못하는 테메레르이지만 영리함과 함께 최고의 비행술로 전투에서도 멋지게 한 몫을 담당하게 되고 마지막 부분의 비장의 카드라니..ㅎㅎㅎ 정말 영화로 만들면 꼭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나오미 노빅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부분은 급하게 끝내려는 듯 다소 엉성해 졌지만 그 전까지 용들 각각의 개성있는 캐릭터라든지 인간과 용간의 심리 묘사..그리고 역사와 용을 조합시켜 마치 그 시대에 용이 살았을꺼란 상상을 하게 만드는 짜임새 있는 구성은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테메레르는 총 6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물이다.) 이름도 없이 그저 "용"을 좋아하던 내게 이젠 "테메레르"란 어엿한 이름을 가진 용이 최고로 멋진, 최고로 영리한 용이면서 너무너무 사랑스런 친구로 다가왔다. 이후 펼쳐지는 전쟁에선 또 어떤 활약을 하면서 날 놀라게 할지 기대되는 테메레르.... 올해 출간 예정인 2권이 더 기다려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