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뇌
마수드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신경과 의사 마수드 후사인의 저작 《아웃사이더》는 원제 'Our Brains, Our Selves'에서 암시하듯 뇌와 자아의 본질적 관계를 분석한다. 그러나 번역된 제복이 시사하는 바처럼, 이 책은 신경과학 서적을 넘어 '배제당하는 존재'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 후 사인이 제시하는 '아웃사이더'는 두 개의 층위로 구성된다. 첫째는 그 자신이 경험한 이민자로서의 사회적 배제이고, 둘째는 뇌질환으로 인해 기존의 자아를 상실하며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환자들의 경험이다. 이 두 경험은 서로 다른 원인에서 비롯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정체성과 소속감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수렴한다.

후사인의 개인사는 그가 제시하는 아웃사이더 개념의 첫 번째 차원을 형성한다.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1.5 세대 이민자로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피부색과 억양이 만들어내는 가시적 차이를 온몸으로 체감해야 했다. 런던과 버밍엄 도심에서의 성장 과정은 매 순간 자신이 '다름'을 인식하고, 그 차이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연속이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그가 신경과 의사를 꿈꿀 때 받은 조언이다. "넌 유색인종이니 이방인이고 이 세계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친구의 말은 개인적 편견을 넘어 영국 신경학계의 구조적 배타성을 드러낸다. 당시 영국 신경과 의사 200여 명이 대부분 백인 상류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 분야가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후사인에게 신경과학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투쟁의 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후사인의 경험에서 주목할 점은 절망적 현실 속에서도 그를 받아들이고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배제가 절대적이고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과 타인의 이해를 통해 극복 가능함을 시사한다. 그의 성공은 개인적 성취를 넘 어 기존 질서에 균열을 낸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후사인이 제시하는 두 번째 아웃사이더는 뇌질환으로 인해 기존의 자아를 상실한 환자들이다. 그가 30년간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은 각기 다른 뇌 영역의 손상으로 인해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바닥 뇌졸중으로 모든 동기를 잃은 데이비드, 측두엽 위축으로 언어의 미를 잃어가는 마이클,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상실하는 트리시, 후두엽 손상으로 환영을 보는 와히드, 우측 두정엽 뇌졸중으로 왼쪽 세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윈스턴, 전두측두엽 치매로 자제력을 잃은 수, 그리고 우측 반신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애나까지, 이들은 모두 뇌의 특정 부위 손상으로 인해 '자기다움'의 핵심 요소들을 잃어버렸다. 이들의 경험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뇌의 물리적 변화가 개인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다는 사실이다. 뇌졸중 하나로 평생 쌓아온 성격, 기억, 인지 능력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다는 현실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나'라는 존재의 안정성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관계의 파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후사인의 혁신적 기여는 자아를 단일한 실체가 아닌 다양한 인지 기능들의 협력체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지각, 주의, 기억, 동기, 행동 제어, 신체 도식 등의 기본적 인지 기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리가 경험하는 '나'를 만 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내 안에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일상적 표현이 실제로 뇌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후사인은 이러한 다면적 자아가 진공상태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 특히 소속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개인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는 개체주 의적 자아관을 넘어 관계적, 사회적 자아관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후사인이 제시하는 아웃사이더 개념의 강점은 그것이 특정 집단의 경험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가 소개하는 와히드, 애나, 윈스턴과 같은 환자들의 경험은 20세기 영국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적 맥락에서 일어났지만, 그 본질은 인간 사회 어디서나 발견될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애나가 모국어인 폴란드어로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혐오 발언과 물리적 폭행을 당한 사건은 외국인 혐오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이지메' 문화나 집단 따돌림 현상과도 연결된다.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고, 외집단에 속한 이들을 배척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경향은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그러나 후사인의 분석이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보편성을 인정하면서도 각각의 아웃사이더 경험이 갖는 특수성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뇌질환으로 인한 배제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배제는 원인과 양상이 다르며, 따라서 해결 방안도 달라야 한다. 전자의 경우 의학적 치료와 함께 사회적 이해와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면, 후자의 경우 구조적 차별 해소와 문화적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후사인이 제시하는 '아웃사이더' 개념은 배제당하는 존재들의 경험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회의 책임을 묻는다. 그의 새로운 시각은 정체성을 고정된 실체가 아닌 역동적 과정으로, 개인적 현상이 아닌 사회적 구성물로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현대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형태의 배제와 소외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진정한 포용 사회는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을 넘어, 그 차이들이 상호 작용하며 더 풍부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역동적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후사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 차이를 배제의 근거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풍요로움의 원천으로 받아 늘일 것인가? 그의 작업은 이러한 선택이 도덕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존재와 직결된 실존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누구나 언제든 '아웃사이더'가 될 수 있는 현실에서, 진정한 인간다움은 서로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데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