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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어느 30대 캥거루족의 가족과 나 사이 길 찾기
구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의 독서는 부담스럽지 않았다.. ^.^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만화책이었다. 처음 표지를 보았을 때, 그 차분한 그림체와 제목에서 느껴지는 소심한 질문이 내 마음에 살짝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 세대의 많은 이들이 묻고 있는, 혹은 묻지 못하고 있는 그 질문 말이다. 캥거루족.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웃었다. 알고 보면 내 이야기였다. 부모님 집에 살면서 독립하지 못한 성인을 일컫는 이 단어는, 때로는 비난처럼, 때로는 자조적인 유머처럼 우리 세대를 따라다닌다.만화 속 주인공 '구희'는 그런 캥거루족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30대에 접어들어도 여전히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사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묘하게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그래서 조금은 덜 외로운 연대감 같은 것이었을까. "독립은 꼭 해야만 하는 것일까?" 경제적 독립, 정서적 독립,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자아의 독립까지. 작가가 말했듯 "내가 나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힘"에 관한 이야기다.요즘 우리 세대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 불안정한 일자리, 끝없는 경쟁... 독립을 꿈꾸어도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자문한다. "지금의 선택이 맞는 걸까?" 만화 속에서 '구희'가 겪는 내적 갈등은 놀랍도록 익숙했다. 가족의 품 안에서 느끼는 안락함과 독립에 대한 열망 사이의 줄다리기. 부모님의 기대와 나의 현실 사이의 간극. 그리고 '어른다움'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 검열. 그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 만화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삶의 정답은 없다는,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넨다.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조각보'에 비유한 부분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실수하고, 후회하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얼기설기한 패턴들. 그것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을, 하나의 삶을 이룬다는 메시지는 희망적이면서도 현실적이었다. 나 역시 내 삶을 조각보처럼 꿰매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어설프게, 때로는 용감하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색과 무늬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은 어딘가 위안이 된다.이 만화의 또 다른 매력은 가족 관계에 대한 섬세한 묘사다. 우리가 독립을 꿈꾸면서도 가족에게 의지하는 양가적 감정, 부모님이 자식을 향해 품는 복잡한 사랑과 기대,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빚어내는 미묘한 긴장감까지. "그래도 가족이라는 사랑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힘든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때로는 독립의 걸림돌처럼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가장 강력한 지지대가 된다는 역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 실패해도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 그것이 있기에 우리는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는지도 모른다.우리 시대의 초상화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청년들이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독립과 의존 사이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안전과 모험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 버거운 현실 속에서도 작가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 조각보가 돛이 되어 우리를 더 나은 미래에 데려다줄지도 모르니까요!" 이 문장에서 나는 작가의 따뜻한 응원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독립'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독립이란 꼭 집을 나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 스스로의 행복을 가꾸어가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용기를 갖는 것.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미 조금씩 독립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아도, 때로는 뒤로 물러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으니까.만화를 덮으며, 나는 문득 내 자신의 조각보를 상상해본다. 어떤 색과 무늬로 채워져 있을까?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그것이 바로 삶의 묘미가 아닐까. 계속해서 새로운 천 조각을 더하고, 때로는 뜯어내고, 다시 이어 붙이는 과정. 책은 그런 과정에 대한 따뜻한 응원이자 위로다. 정답은 없다. 다만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면 된다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우리만의 조각보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오늘밤, 나는 내 조각보에 또 하나의 천 조각을 더한다. 그것은 바로 이 만화책을 읽으며 느낀 공감과 위로, 그리고 작은 용기다. 비록 미약할지라도, 이러한 조각들이 모여 언젠가는 나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돛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