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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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삶과 사랑에 관한 여러 질문에 답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샘플북을 먼저 접하고 정식본을 읽어 보았는데 이 책은 SF소설이면서 제목 그대로 로맨스 소설 같기도 하다.

장기 임플란트로 생을 이어가는 시대가 배경이라 자본이 생과 죽음을 잠식한다. 이런 우울한 배경에 눅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작가만의 유머가 묻어나는 멘트들로 소설의 읽는 맛을 살린다.

돈이 없으면 임플란트를 구독할 수가 없고 만료되면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그래서
사랑보다 생존이 먼저인 백 살 먹은 노인 ‘유온’. 죽음을 앞둔 ‘수애’를 찾아 돈을 버는 ‘가애’가 직업이다. 그러면서 우연찮게 다가온 ‘성아’에 대한 감정에 혼란스러워 하는데...

p.110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존재에 이유를 붙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p.111 우리에게는 몸 안에 새겨진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시대의 노화란 세금과 기억만으로 존재하는 건지도 몰랐다.

p.258 네가 가애가 아닐까 봐 무서웠어.

‘가애’로 살면서 거짓된 사랑의 감정에 익숙해진 유온. 성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진짜 사랑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끼던 찰나 자신의 심장 임플란트 구독료가 누진 3단계로 증액된다는 건강 검진 결과를 받고.. 심장 임플란트 1년 구독이 할인받아도 105억 원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유온은 이제 ‘수애’의 입장이 되어 그동안 자신이 보내주었던 ‘수애’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자신이 진짜 사랑을 받은 적이 있기는 한 건지, 자신에 관한 진짜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음을 깨달으며 성아를 찾는 유온이다.

나이는 노인인데 겉모습은 젊은이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의 생의 연장일까?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지연시켜야 할지, 마땅한 죽음의 시기가 있을까?
자연사가 아닌 생존의 중단은 더 생에 대한 집착을 불러오는 게 아닐지...
질병으로 인한 육체의 고통만 없다면 우린 자유로울까? 아들을 잃고 유온과 헤어진 이령을 보면 그 아픔의 기억이 감옥이 되어 더 삶을 옥죄인다. 그래서 기억을 삭제한 채 살아가는 이령.
육체와 정신의 고통을 완벽히 차단하는 삶을 우리는 본질적인 삶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삶의 고통을 가져오는 요소들은 결국은 일, 돈, 자녀, 친구, 연인, 부부 등 ‘나’를 둘러싼 사랑하고 애정을 갖고 있는 관계, 대상이기 때문이다. 삶의 고통이 없다면 사랑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느껴진다. 무미건조, 무색무취로 임플란트를 갈아 끼우며 생명만 연장하는 삶이 아닌 진정한 사랑 속에 살아가는 삶이 미래에도 여전하길 그려본다.

@rabbithole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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