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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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어, 문경민

문경민 작가님 신간!
소설이 시간을 불러낸다. 읽는 내내 특성화고등학교 소위 공업고등학교로 발령받았던 신규 교사 시절이 떠올랐다. 2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보고 느꼈던 경험들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 다시 공업고등학교 교실로 돌아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현기계공고 2학년 김두현!
아버지는 돈을 따랐던 삶을 실패해 감옥으로, 엄마는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했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불리는 별명이 청산가리였던 두현.
이런 탓에 복집 식당을 운영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며 스스로를 ‘복어’라 별명 짓고 세상을 향해 독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부모님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실은 신문에서 본 기사가 전부였다.
‘주식으로 재산 날린 비정한 불륜 남편.....홧김에 아내는 청산가리’라는 활자에 갇혀 내내 위태위태 무너져 내리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자신을 지켜주지 않은 부모를 원망하며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했을 어린 두현의 마음이 아리고 아프게 다가온다.

그나마 감사하게도 기운차고 품위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보살핌과 자신의 삶에 성실히 애쓰며 살고 있는 친구 준수가 곁에 있어 더 이상 망가지지 않을 수 있었다.

P.108 돈이 최고라고 떠드는 이 개 같은 세상이 당신 편이어서 당신은 자기 말이 옳다고 믿는 거야.

P.113 나는 내 삶을 어떤 일로 설명하게 될까.

P.133 우리는 시간 부자였지만 시간은 우리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시간에 떠밀려 간다는 점에서 세상 모두는 평등했다.

P.185 운명이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조건은 존재했다. 조건에 매여 살고 싶지 않았다. 조건이 자격은 아닐 것이다. 잘 살아갈 조건, 행복할 조건 같은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잘 살 자격, 행복할 자격 같은 말에는 '뭐라는 거야?' 하며 눈을 치뜰 것이다.

재경, 현장 실습에서 부상을 당한 재경의 오빠 재석 선배, 장귀녀 사장, 조강태, 정명진 선생님 등 두현을 둘러싼 주변 인물의 얽혀진 삶은 짓눌렸던 두현의 마음에 온기를 품게 한다. 그 온기는 부모님을 이해하고, 세상을 알아가며 성장하게 한다.
기사 제목대로 남이 편집한 삶에 흔들리는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기 위해, 먼저 자신의 존재를 있게 한 부모님의 삶을 왜곡되지 않게 직면하며 이해하려고 한다.
세상을 위해 날 세웠던 독을 빼고 자신을 위해서 비상하길~~
두현의 할머니가 내내 끓여 주셨던 사랑이 담긴 복국이 진짜 복이 되어 돌아온 것만 같다.

불편하고 냉혹한 현실을 다루지만 그만큼 청소년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응원해 주는 책!
복스러워서 복국이라는 두현의 말처럼 뜨끈한 복국 같은 책! 이 책이 건네는 응원처럼 깨지고 망가진 채로 내버려 두는 삶이 아닌 재건하고 또 재건하여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을 버텨내는 근육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그 근육의 힘으로 나만의 충만한 하루하루를 살아내길~!!

@kidsmun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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