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성이 서울에게 - 제2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 ㅣ 일공일삼 108
이현지 지음, 김규택 그림 / 비룡소 / 2023년 6월
평점 :
한성이 서울에게, 이현지
최근 들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초등 동화책이다. 그것도 역사 동화^^ 내가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몰입감이 최고다. 제2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잘 짜인 이야기 구조에 스토리가 탄탄하다. 더운 여름 시원하게 읽을 수 있는 책! 추리, 재미, 감동, 교훈까지 어느 것 하나 어색하지 않게 잘 버무려 맛나게 담은 역사 동화이면서 성장 동화이다.
주인공은 ‘서울’, 서울이 사는 곳은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인데 아파트 재개발 허가가 났다. 주민들 모두가 떠나고 울이 집과 순이 할머니 집만 남았다. 기울어져 가는 집 건물처럼 울이네 집은 갑작스러운 오빠의 죽음으로 슬픔과 절망에 휩쓸려 있다.
햇살처럼 웃으며 돈보다 가치 있는 일을 좇았던 오빠는 결국 바닷가에서 다른 아이를 구해주고 자신은 떠났다. 해님같이 살다 간 오빠와 달리 서울은 바람처럼 살고 싶다.
집을 팔면 보상금이 나오고 오빠의 보험금도 있지만, 무덤이 된 오빠의 방이 있는 한 울이 엄마는 이 집을 떠날 생각이 없을 듯하다. 그런데 죽은 오빠의 천도재를 지내던 날, 제사상 위에 금귀고리를 한 여덟 살 '한성’이가 나타났다. 이천 년 전 백제에서 살던 성이, 울이 집이 자기 집이라면서 떠나질 않는다. 자기 무덤을 찾아야 온전히 떠날 수 있단다.
울이는 성이와 매일 투닥투닥이다. 그러다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 의지하며 서서히 우정이 싹트고... 어느날 울이 집에 도굴꾼이 찾아 온다. 할머니의 병간호로 아빠, 엄마 없이 울이 혼자 집에 있다. 아니 성이도 함께. 성이의 무덤을 찾아 주기 위해 도굴꾼과 협상하는 울! 그러다 찾게 된 성이 무덤에 울이는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데....울이와 성이가 도굴꾼에 맞서는 이야기가 절박하게 펼쳐진다.
p.63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힘이 센 법이야.
p.83 시간이 오래 지나면 사랑했던 마음까지도 죄다 흙먼지가 되는 줄 아니?
p.150 분명한 건 이 유물들은 단순한 흙덩이나 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건 한성이 서울에게 전해 주는 사랑의 흔적이다.
p.178 울아, 넌 율이 대신이 아니야. 넌 그냥 울이야. 네가 어떻게 행동하든지 넌 그 자체로 특별해. 그리고 엄마는 항상 널 사랑해.
p.190 시간이 지나 빛이 바래도 유물에서는 죽은 사람에게 보내는 사랑이 느껴졌다.
울이는 남 좋은 일만 하다 우리 가족 곁을 허망하게 떠난 오빠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빠와 반대로 살고 싶었다. 그런데 결핍이 자산이라고 그 마음 또한 울이를 성장시켰다. 귀신인 성이도 무서워하지 않고, 도굴꾼에 씩씩하게 대항하며, 집에 묻힌 유물을 발견해 집값을 더 뛰게 하려는 현실감까지 갖추게 한 것이다. 그렇지만 성이와 오빠를 통해 울이는 한층 더 성장한다. 죽음의 위기에 몰린 울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독무덤을 깨뜨린 성이, 119에 신고 전화를 건 오빠의 휴대전화! 죽음을 초월한 진실한 사랑을 받은 울이는 저절로 알게 됐다. 오빠 말처럼 무엇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가치 있고 힘이 세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은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함을!
이렇게 이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인생의 가치를 반추할 수 있게 하며, 유물, 유적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아 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학생들이라면 앞으로 박물관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를 이어주고 지탱할 사랑의 힘, 눈에 보이지 않는 귀함을 읽어내는 안목을 우리 아이들이 마음 깊이 배우길 바란다.
#한성이서울에게#이현지#비룡소#역사동화상수상작#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