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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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올해의 에세이로 뽑고싶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는데, 사서 여러 번 다시 읽고 발췌하며 재음미하고 싶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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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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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의 대작에 비하면, 이 작품은 단편을 길게 늘여 쓴 작품같다. 그만큼 작가가 [13.67]에 실린 모든 글들을 아주 압축적이고도 완성도 있고 밀도 높게 썼다는 걸 보여준다. 이 작품을 보고난 후, 그의 전작보다는 오히려 차기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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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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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배신당하고 시간으로부터 추방당한다면, 당신은?


질투는 논리와 달리 근거가 부실하여도 스스로를 완성합니다. 사실이 아닌 마음에 근거한 것이기에, 믿고자 하면 표정 하나 손짓 하나도 명확한 근거가 되어 사실로 둔갑하고, 그런 사실들이 모여 되돌릴 수 없는 진실이 됩니다.


질투는, 의심과 사실 사이에 놓여있는 긴장이란 보이지 않는 여백을 못 견뎌 합니다. 질투에게 그 여백이란 괴로움의 시간이어서 서둘러 메우려고 합니다. 질투는 고민의 세계가 아니라 확신의 세계에 가까워 보입니다. 질투는 확신하고자 하는 조급한 마음이라 시간이 머무르지 못합니다. 조급한 마음은 과정을 불필요하게 여겨 부실한 결론에 가닿습니다. 질투는 인과론을 신중히 따지지 못하기에 함정에 빠져 사태를 그르치게 됩니다. 질투의 내적 함정은 확신하고자 하는 조급함이 만들어내는 비합리적인 인과론입니다.


잘못된 결론에 이르면, 질투는 통제할 수 없는 괴물로 폭주할 위험이 큽니다. 배신과 복수라는.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하였고, 믿었던 시간 또한 빼앗겼습니다. 그에겐 사람도 없고, 추억의 시간도 없습니다. 그에게 남은 건 오로지 괴로운 배신감과 들끓는 복수심 뿐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서, 어떤 격정에도 끄떡없을 성품이고 그 무엇으로도 단단한 덕성을 긁지도 뚫지도 못할 거 같던, 장군의 자질은, 찬탈당한 왕처럼, 질투심에 자리를 뺏기고 브레이크 없는 차량처럼 파멸로 돌진합니다.


오셀로가 전쟁을 통해 체득한 건 빠른 판단력과 기민한 행동력입니다. 적과 아군만 있는 세계엔 모호함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질투심이 생기자 결론은 순식간이고, 배신당한 마음을 속전속결로 복수로서 보상받으려 합니다. 지금까지 적은 항상 상대방이었으나 마지막의 적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자신이었습니다. 적은 사방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내 안에도 있습니다.


오셀로는 이아고의 속내를 눈치 못 채 파멸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내 마음 속 열 길 심연을 마주하지 못해 파멸한 겁니다. 이아고는 질투의 격정이 휘몰아칠 경우 언제든 스스로 생기고 태어나는 마음의 다른 이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투하는 나]는 저주받은 괴물이고 세계는 지옥입니다. 스스로 만든 지옥에서 저주받은 괴물로 추락한 자신을 낯설어 하며 내 마음 속 심연을 들여다보았다면, [질투하는 나]를 비출 수 있는 [또다른 나]가 눈뜰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하여, [질투하는 나를 바라보는 또다른 나]를 스스로 단단히 재구축하였다면, [질투하는 나]의 독주를 통제하였을 거고, 비극적 결말 또한 마주하지 않았을 겁니다.


질투는 내 마음 알지 못합니다. 악은 내 안에서 자라납니다.


내일밤 뉴스엔 또다른 오셀로가 비극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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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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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
갑작이 왼쪽 발에 봉와직염이 걸려,
그저께 퇴원했다.
군대에서도 걸리지도 않았던 병이.

입원한 동안, 시간을 보내려고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를 다 읽고나서,
가져간 소포클레스 비극전집을 읽으려니
너무 크고 두꺼워 링겔맞은 팔도 있어 보기 힘들어,
큰누나와 아내한테 추리소설을 사오라고 해서 본 책들이다.

처음엔 새로 나온 셜록홈즈를 보려고 했는데,
서점에 없다하기에 고른 책들인데,
오히려 그것이 멋진 작품을 만나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ㅎ​
그 멋진 작품은 홍콩의 추리소설작가 찬호께이의 [13.67]이다.

추리소설이 이렇게 독창적이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작품이었다.
(사실, 내가 읽은 추리소설들-아가시 크리스티, 코난도일 작가 작품들-은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흡입력은 좋아 재미나게 읽었지만
그 소설들에 어떤 큰 감동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다.)

2013년 부터 약 10년 단위로 1967년까지 과거로 거슬러가며,
이어지는 6편이 묶인 연작소설인데,
추리도 아주 독창적이고 완벽하지만
홍콩(경찰)의 역사까지 끌어들이고 있어,
읽고나면 [무간도] 같은 홍콩 느와르와만의 씁쓸한 맛이 난다.
특히 마지막 편을 읽고나면 그 맛이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단, 내겐 설득력이 떨어져 지루했던 "가장 긴 하루"만 뺀다면 독창적이고 완벽하였다.

두 소설책을 맛난 음식을 쪽쪽 빨아먹듯이
마구마구 읽었는데, 그것이 내 책읽기를 다시 돌아보게 하였다.
책을 몇 년간 거의 제대로 읽지 않고 있었는데,
그건 내가 고르는 책들이 의미와 가치 위주로 선정해서,
오히려, 그 의미와 가치의 무게 때문에 책이 부담스럽기만 했던 것이다.
내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이번 계기로 잊고 있었던,
독서의 즐거움을 새로 맛보고 나니,
앞으로의 독서가 설레고 기대된다^^
독서에서 즐거움!, 잊지말자!​

즐거움은 가벼움이다. 의미있음은 무거움이다.
병든 몸은 무거움이다.
병든 몸은 독서의 즐거움을 통해 가볍게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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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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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입원하는 동안에 킬링타임용으로 봤다가 완전히 빠져버렸다. 독특하고 완벽하다. 추리소설의 새로운 매력에 빠져 읽는 내내 즐거웠다. 단,[가장 긴 하루]가 내겐 좀 억지스럽고 지루했다. 마지막 편을 읽고나니 진한 여운이...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런류의 추리소설(사회파 추리소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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