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주 목요일,
갑작이 왼쪽 발에 봉와직염이 걸려,
그저께 퇴원했다.
군대에서도 걸리지도 않았던 병이.

입원한 동안, 시간을 보내려고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를 다 읽고나서,
가져간 소포클레스 비극전집을 읽으려니
너무 크고 두꺼워 링겔맞은 팔도 있어 보기 힘들어,
큰누나와 아내한테 추리소설을 사오라고 해서 본 책들이다.

처음엔 새로 나온 셜록홈즈를 보려고 했는데,
서점에 없다하기에 고른 책들인데,
오히려 그것이 멋진 작품을 만나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ㅎ​
그 멋진 작품은 홍콩의 추리소설작가 찬호께이의 [13.67]이다.

추리소설이 이렇게 독창적이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작품이었다.
(사실, 내가 읽은 추리소설들-아가시 크리스티, 코난도일 작가 작품들-은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흡입력은 좋아 재미나게 읽었지만
그 소설들에 어떤 큰 감동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다.)

2013년 부터 약 10년 단위로 1967년까지 과거로 거슬러가며,
이어지는 6편이 묶인 연작소설인데,
추리도 아주 독창적이고 완벽하지만
홍콩(경찰)의 역사까지 끌어들이고 있어,
읽고나면 [무간도] 같은 홍콩 느와르와만의 씁쓸한 맛이 난다.
특히 마지막 편을 읽고나면 그 맛이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단, 내겐 설득력이 떨어져 지루했던 "가장 긴 하루"만 뺀다면 독창적이고 완벽하였다.

두 소설책을 맛난 음식을 쪽쪽 빨아먹듯이
마구마구 읽었는데, 그것이 내 책읽기를 다시 돌아보게 하였다.
책을 몇 년간 거의 제대로 읽지 않고 있었는데,
그건 내가 고르는 책들이 의미와 가치 위주로 선정해서,
오히려, 그 의미와 가치의 무게 때문에 책이 부담스럽기만 했던 것이다.
내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이번 계기로 잊고 있었던,
독서의 즐거움을 새로 맛보고 나니,
앞으로의 독서가 설레고 기대된다^^
독서에서 즐거움!, 잊지말자!​

즐거움은 가벼움이다. 의미있음은 무거움이다.
병든 몸은 무거움이다.
병든 몸은 독서의 즐거움을 통해 가볍게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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