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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배 페스카마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3년 10월
평점 :
욕망의 배 페스카마라는 말만 들었을 때는 단순히 선원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예전에 IMF시절 우리가 겪었던 내용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특히 무심결에 뉴스에서 나왔던 대량해고 사건은 기본 중 기본이었던 의식주의 해결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것은 가족이 붕괴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시대의 분위기를 재조명하는 소설이 주목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망의 배 페스카마"는 그 시절 분위기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IMF가 터지기 전의 금융권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퇴근할 때 어떤 명목으로 지급되는지도 모르는 현금봉투가 매일 지급되기도 했으며 증시는 연신 상승하고 있었고 이자율은 10%대는 낮은 이자율로 취급되었고 당시 용돈을 꼬깃꼬깃 모아서 넣었던 100만원의 통장에는 매일 만원정도의 이자가 지급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경기가 정말 좋았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비리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IMF이전 6~70년대는 요정정치라고 해서 재벌과 관료는 요정에서 정치를 논의하기 바빳고 로비가 성행했으며 돈봉투가 오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1996년 전후무후한 사건이 바로 페스카마 호 사건이었습니다. 선원이 선내에서 자행되던 구타와 폭언에 시달리다가 홧김에 일어난 사건으로 당시 선원이 사망했으며 그 사체를 유기한 사건을 모티프로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요내용은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한국 엘리트 자본주의의 병폐를 그대로 드러내는 소설이었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경제금융 엘리트 관료들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IMF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오히려 국가의 경제력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었던 것으로 표현되었는데 이 소설 또한 자본주의의 병폐와 인권유린 그리고 직장의 갑질 변태임금제라고 알려진 포괄임금제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IMF가 터진지 어엿 20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경상수지는 악화되어가고 있고 가계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열악한 노동환경에서부터 비롯된 선상살인사건의 원인은 아직까지 근절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욕망의 배 페스카마"는 그런 욕망을 한껏 안은 채 표류하는 대한민국의 이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