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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앤솔로지 : 거울 나라 이야기 ㅣ 앨리스 앤솔로지
범유진.이선.정이담 지음 / 고블 / 2023년 5월
평점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하기도 전에 시작부터 이상한 나라가 펼쳐졌습니다. 푸딩 살해 재판은 마치 방탈출 카페를 들어간 느낌이었습니다. 방탈출 카페도 방 안에 숨겨진 단서를 조합해서 비밀번호를 풀어가고 그 끝에 방을 탈출 할 수 있는 장치가 숨겨져있어서 그 재미로 가는 곳입니다만 이 소설의 내내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특히 메모 1, 메모 2, 메모 3에서는 거울 나라의 이야기 답게 그 글이 거울에 비쳐서 보이는 대로의 글자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원래 뜻을 해독해나가면서 나가는 장면인데 그 속에서 아린이 푸딩을 끌어안을 때 푸딩에 박혀있던 건포도가 튀어나오는 장면이나.(저라면 얼른 주워서 먹을 건데 말이죠.) 트위들덤들이 푸딩재판에서 추궁하는 찰나 아린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로리나와 종말 축하 유랑단에서는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종말을 이슈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한의 3월 토끼(!)가 나와서 내심 기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다니면서 만난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는데 정말 종말 축하 유랑단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기 자신의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은 현재 지금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나에서 "로리"가 나오고 글에서 "글로리"가 나오는 유희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앨리스 아이덴티티는 말 그대로 처음부터 이 장을 펼치기 전에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있겠구나 내심 짐작을 하고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줄만 알았는데 그 것이 아니라 주인공에게 붙인 하나의 증상이었습니다. "앨리스 아이덴티티" 그것은 어떤 증상일지에 착안해서 이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정체성이 없지만 존재하고 이루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이미 공연장에서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그것이 애매모호함을 갖고 있는 앨리스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단장은 유니콘에 집착했고 그 집착은 희생을 야기했습니다. 이 책의 애매모호함을 계속해서 따라갔습니다만 처음부터 이상한 나라였기 때문에 저는 이해보다는 그냥 이 책의 흐름을 따라갔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이 책에서 의도한 내용이 아니었을까 짐짓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