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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흑역사 - 부지런하고 멍청한 장군들이 저지른 실패의 전쟁사
권성욱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5월
평점 :
이 책을 적은 저자 권성욱은 예전 "일본제국패망사"라는 책을 통해서 처음 보게되었습니다. 일본제국패망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일제의 남방작전을 사건별로 그리고 시간별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책이었습니다. 그 책을 감수한 권성욱 저자는 2차세계대전사의 대가로 알려져있습니다. "별들의 흑역사"는 2차세계대전에서 보여준 별들의 화려한(?) 흑역사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전쟁에서 가장 큰 적은 강한 적군이 아닌 무능한 지휘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무능한 지휘관을 걸러내는 것이 군 통수권자의 역할이지만 2차세계대전에서 보여준 군 통수권자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치독일은 형식적으로 참모총장을 보직에 앉히는 경우가 많았고 그에 더해서 나중에는 아돌프 히틀러 본인이 군 통수권자가 되어버린 적도 있을 만큼 군대라는 조직이 효율적으로 굴러간 역사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군대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존경과 찬사보다는 대부분 나오는 이야기는 간부의 무능함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찬사(?)를 많이 받는 지휘관이 속한 나라는 이탈리아였나 봅니다. 이 책에서는 이탈리아 장군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라치아니 장군은 저도 원래 알고 있던 장군이긴 합니다만 이 책을 보면서 느낀것은 극찬의 극찬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의 화려한 이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대명사는 무능한 군대입니다. 심지어 적군조차도 이탈리아군을 아군처럼 취급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그도 그런 것이 2차세계대전에서는 그리스 방어군에 패전해서 퇴각했으며 괜히 건드릴 필요없는 아프리카 전선을 건드려서 독일이 전선확대를 야기했고 심지어 독일이 순식간에 무너뜨린 프랑스에 어떻게든 숟가락은 얹어야겠다는 심정으로 프랑스남부를 침공했으나 방어군에 패퇴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모든 군대가 이탈리아군이라면 전쟁이 발발할 하등의 이유없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탈리아군을 만들어낸 주역이 바로 그라치아니 장군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를 침공했을 때 셀라시에 황제는 확고한 응전의지를 불태우면서 에티오피아군을 지휘했고 게릴라전을 통해서 이탈리아군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었습니다. 현대화된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에티오피아 군을 상대로 5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더군다나 그를 이긴 방법도 전술의 탁월함이 아닌 사용이 금지된 독가스를 활용하여 이루어낸 승리였습니다.
그와 비슷한 찬사(?)를 받고있는 국가가 과거 일본제국군이었습니다. 세간에서는 명예 독립군으로 칭송받는 무다구치 렌야를 비롯해 나구모 쥬이치, 하나야 다다시 등 일본에서도 똥별로 불리던 명장이 다수 있었습니다만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코 무다구치 렌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한국에서는 임팔작전으로 명명되어있지만 이는 일본이 자신들의 실책을 어떻게든 축소하기 위한 명명법입니다. 그 규모는 작전급이 아닌 전투급이었습니다. 임팔전투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이 전투에서는 작전중 손실인력보다 비작전 손실인력이 많을 정도로 대한민국 해방에 큰 기여를 한 사례입니다.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해외를 열심히 칭찬한 것 같습니다만 마지막엔 대한민국 한국전쟁사에 길이길이 남을 전투 3대전투인 "현리 전투"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용인 전투"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용인 전투는 전라감사 이광의 5만 근왕군이 파천한 선조를 구원하기 위해 북상하던 도중 용인에서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1,200명(1만 2천명 절대 아닙니다.)에게 전멸당한 전투를 말합니다. 용인전투와는 별개로 "현리 전투"는 대한민국 제3군단을 단번에 해체시킬 만큼 미군에게 있어서 철저히 한국군을 불신하게 만든 전투였습니다. 유일한 퇴로인 오마치 고개를 중공군이 차단할리가 없다고 판단한 유재흥은 방어병력조차 배치하지 않고 작전에 임했습니다. 결국은 오마치 고개를 중공군이 점령했고 그 상태에서 시기부적절하게 작전회의를 이유로 수송기를 타고 육본으로 떠난 유재흥을 본 3군단 장병들은 그야말로 패닉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전투에서도 전투 중 손실된 인력보다 비전투에서 손실된 인력이 더 많을 정도로 한국 전쟁 중 최악의 패전이었습니다. ("별들의 흑역사"에서는 유재흥이 수송기를 탔던 것을 탈출하기 위함이라고 언급했지만 그 사실이 아직은 명확하게 확인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그냥 사실에 근거한 수송기를 탔다. 정도로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장군이라는 칭호는 하등 붙일 이유가 없어 뺐습니다.)
앞서 본 사례들은 우리가 지휘관을 잘못만난다면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그만큼 지휘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방증이 됩니다만 역사를 통해서 무능한 지휘관을 걸러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과연 지금 한국군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짐짓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