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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외교 - 음식이 수놓은 세계사의 27가지 풍경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평점 :
유럽이나 미국의 식탁을 보면 대부분 둥근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소위 Round Table이라고 일컫는 둥근 탁자위에서 둘러앉아서 본인의 음식과 그리고 메인음식을 중간에 위치시켜서 둘러서 먹는 형태로 식사를 하곤 합니다만 비단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 그리고 그 동양속에서도 한국의 식탁도 둘러앉아서 먹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 형태는 식탁위에서 음식을 나누는 그 행위만으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함에서 유래된다는 것을 언뜻 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관계가 서먹서먹한 사람끼리 식사를 하거나 술자리를 한번 거치면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사소함에서 둘 사이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단 사실을 인지하고 그 속에서 대화를 통해 그 오해를 풀어내는 과정을 쉽게 겪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일도 이렇게 먹는다는 행위를 통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데 그보다 더 큰 규모인 외교에서도 그런 예는 종종 보이곤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도 2018년 극적인 만남이라고 불러졌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담에서는 옥류관에서 뽑아낸 "평양랭면"이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남쪽에서는 달고기라는 생선으로 남북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의미를 빚어내기도 하였습니다. 정치외교에서의 음식은 단순히 음식으로서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의 출저를 통해 각자의 화합을 도모한다는 의미도 첨가되어 사용되고 하였습니다.
저는 각종 외교행사에서 만찬이 꼭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알고만 있었으나 그 음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와 그 속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였습니다. 단순히 그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이면서 친근한 모습으로 보이고자 했구나 이상 이하의 의미로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만 실제로 그 음식들은 서먹서먹한 관계를 깨뜨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쟁은 눈으로 드러나는 전투입니다만 외교전은 눈으로 드러나지도 그리고 명확하게 얻고 잃은것이 무엇인지도 일견으로 파악하기 힘든 싸움입니다. 그만큼 그 물밑에서 양자간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도 바로 파악하기 힘들 뿐더러 그 속에서 어떤 감정과 기류가 흘렀는지도 그 당사자가 외부에 알려주지않는 한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런 특성상 물밑 외교는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고성과 험담이 오가는 자리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리를 녹여주는 것이 식탁위의 음식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부터는 제가 먹는 음식들도 오늘부터는 그 하나로서의 고유한 의미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