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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 우크라이나 전쟁의 자원봉사자를 만나다 ㅣ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81
안드레이 클류치코 외 지음 / 스리체어스 / 2022년 11월
평점 :
한국은 70년전 한국전쟁을 겪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한국전쟁을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과 오버랩이 되기도 합니다. 군사학의 아버지 클라우제비츠는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 이 명언은 한국전쟁 당시 김일성의 남침에서도 통용되었으며 우크라이나전쟁에서 "특별군사작전"으로 포장하였지만 결국은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그런 개념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치의 연속선에서 그 정치의 흐름과 다른 흐름을 타고 있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전쟁의 자원봉사사들입니다. 그리고 그 자원봉사자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입니다. 보통 자원봉사자들이라고 하면 전쟁의 영향력과는 관계가 없는 타국의 이방인들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만 이 책의 이름과 같이 여기서 면접할 대상자들은 모두 우크라이나 출신의 자원봉사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이라고 지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대부분 전쟁전 본인의 생업을 이어가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회사를 다녔으며 디자이너를 했으며 혹은 누군가의 아버지거나 아들이거나 딸이거나 어머니였습니다. 하지만 전쟁은 그들의 삶을 바꾸었으며 그들이 전쟁터에서 식료품을 가져다주고 건물을 재건하고 때로는 그 생활 속에서 다른 봉사활동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그들의 삶의 근간을 헝클어놓아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본인의 길을 묵묵히 이어가고있었습니다. 전쟁을 수행하는 주체는 군인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주체도 군인입니다. 하지만 그 군인들의 이면에는 그 땅에서 살아가야하는 이들을 지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전선이 아닌 그 전선 내부에서 보이지 않은 곳에 손을 내밀어주는 존재였습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크라이나 군이 지금도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예전에 전쟁이 발생하자마자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진행하던 모금운동에 참가한 적이 있었습니다. 비록 큰 금액은 아니였지만 한국전쟁에서 남은 그 잔혹함을 익히 알고 있기에 스스럼없이 모금운동에 참가했었습니다. 전쟁은 단순히 국가의 군사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전쟁의 참화는 결국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오롯이 짊어지고 가야할 짐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부디 그들이 한국처럼 굳건히 일어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가했었습니다. 부디 우크라이나에 찬란한 황금빛 물결이 그 어떤 걱정없이 펼쳐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