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전출처 : 밀키쑤 > 희미한 불빛 하나를 발견하다

 작가와의 만남이 있는 장소에 갈 때 까지 내 마음은 쉴 새 없이 두근거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고한 정신을 지닌 작가를 만난다는 것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볼 기회를 갖는 것보다 훨씬 더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 두근거림은 온몸의 떨림으로 퍼져나갔다.  

 길치였던 내가 광화문 주변을 30분을 빙빙 돌아서 도착한 그곳에는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곳을 찾느라 너무 힘들었다는 하소연에 웃으며 따뜻한 차를 건네주신 연구원분들 :) 그분들 덕분에 떨리던 심장이 조금은 평온하게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테이블 앞쪽에 자리하고 앉아 떡과 달콤한 차(후이차였던가요;)로 몸을 녹이며 박노해 시인의 시를 읽다가, 어느덧 시간이 다 되어 시인께서 들어오시고, 곧 참석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인사를 하셨다. 그렇게 그 분을 마주하는 순간, 내 머릿속에 있던 '박노해'라는 사람이 머릿속에서 튕겨져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분의 약력, 그분의 시 속에서의 그 형형한 열정, 그리고 혁명을 외치던 그분의 모습은 강하고, 조금은 완고하며, 그리고 불타오르는 열기가 주변엘 에워싸고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직접 가서 뵌 그분의 첫 인상은 평온하며, 조금은 수줍은 모습의' 따스한 공기'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한대 텅-하고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홀로 무엇을 상상했던가- 

 박시인님과의 대화 전, 박시인님이 추천하는 음악과 함께하는 명상(?)시간이 있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시인, 다르위시의 시와, 그리고 그 다르위시의 시를 음악으로 만든[!] 작곡가(이름이 기억이 안나요ㅠㅠ)의 음악을 들으며, 펄떡이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그의 시를 그저 눈으로 좇다가 마지막, '우리는 희망이라는 불치의 병이 있습니다'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호흡이 멈춰버리는 기분이었다. 희망을 불치병으로 표현한 그의 한마디에서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함께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 모든 팔레스타인들의 저항과, 모든 불합리하게 억압받는 소수자의 저항과, 모든 고통받는 자들의 저항이 느껴지는 한마디에 잠시 할 말을 잃었었다. 

 곧 대화는 시작되었다. 어떻게 보면 참 우스을 수 있는 가벼운 질문부터, 정말 깊이있는 질문이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튀어나왔고, 박시인께서는 하나하나 깊은 정성을 담아 대답해주셨다. 감옥이 시인께 어떤 의미를 주었느냐는 질문에,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그 물리적 한계를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을 했던 곳이라는 말씀을 하셨고,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실패 해야 헛된것을 버릴 수있다, 완벽하면 오히려 당신이 할 것이 없지 않느냐라고 대답하셨으며, 대학을 들어와 각종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학생에게 트랙을 벗어나 초원으로 향할 것을,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세계의 연대화를 말씀하셨으며, 예술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예술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위대한 노동의 붓질, 이것이 예술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슈퍼스타K2의 우승자 허각을 언급하시며, 허각의 예술이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환풍기 청소 후 술한잔 하며 애환을 달래던 노래, 사랑하던 애인만을 위해 불러준 노래가 바로 예술이다,라고 하셨으며, 또 그 예로 가장 전성기 시절 축구의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은퇴를 감행했던 나카타 선수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깊은 울림이었고, 또 한편의 시였다. 때로는 우리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시고, 또 가끔은 전류가 심장을 관통하는 것처럼 찌릿하게 하시며 우리들을 감동에 전율케했다.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끝난 후, 시인께서는 마지막으로 이 10년만에 펴낸 시들 중에서 시 한편을 직접 읽어주셨다. '그대 그러니 사라지지 말아라' 안데스의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께로족 청년이 든 희미한 불빛 하나를 발견하듯, 희망이 아주 어렴풋하게라도, 존재한다면, 포기하지 말라고. 그분은 그렇게 마지막 말을 마치셨다.  

  너무나 아쉬운 시간이었다, 너무 물어볼 것도 많았고, 듣고 싶은것도 많았지만 시간이 너무 짧았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엷게 타들어가고 있던 불빛 하나가 조금 더 단단하게 타오르는 기분이었다. 언제나 다시 만나도 시간이 아쉬울 분. 어두운 하늘 속 구름을 열고 희미한 불빛 하나를 비춰주신 분. 그분을 또 뵙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람세스 - 전5권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김정란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뜨거운 열사의 나라. 끝없이 펼쳐진 사막. 햇빛에 그을린 얼굴들. 하지만 아무래도 이집트라면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건 그 거대한 스핑크스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도 이집트에 관심이 많던 나는 우연한 기회로 람세스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람세스를 읽는 것을 꺼려 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엄청나게 방대한 분량. 각 책마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자랑하고 있었고, 그것보다 더 놀라운 건 그런 책이 다섯권이나 있었다는 것이 아닐까...? 단지 그런 모습들만 보고 사람들은 람세스를 펼치기를 두려워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펼치면 그런 근심들은 모두 없어지게 된다.

긴박한 전개, 신비스러움, 파라오의 말 하나 하나에 담겨 있는 지혜, 고대인들의 사랑, 열정. 아마, 처음 책을 펴든 사람은 곧 이 람세스에 빠져 끝을 볼 때까지 손에서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고대의 이집트를 복사해 놓은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을 읽는 동안 고대 이집트를 생생하게 느끼는 것 같았고, 파라오의 신비스러움을 느꼈고,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제일 놀랐던 건, 평범한 인간 -그들보다는 조금 우위에 있다고 치지만- 인 람세스를 파라오로 만든 그 과정, 그의 아버지 세티의 말 속에 담겨 있는 지혜. 웬만한 작가면 하지도 못할 일을 그는 해내고 있었다. 누가 알겠는가, 신비에 둘러싸인 파라오의 생각을.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활을. 우선 읽어보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나기 한빛문고 2
황순원 지음, 강우현 그림 / 다림 / 199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웬지 모를 애잔함이 묻어나 울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손장난을 치고 있는 어린 소녀를 보며 윤초시 댁 증손녀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소년이 개울가 돌다리를 건너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소년에게 끝내 돌을 던지며 사라지는 소녀를 보며 소년은 한참을 그 곳에 멍하니 서 있다. 그리고 소녀가 개울가에 오지 않는 날은 조약돌을 만지작 거리는 버릇마져 생겨버린 소년이었다.

어느 날, 소녀와 소년은 산너머에 가보기로 했고, 즐겁게 노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위가 어두컴컴해 지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두막에서 떨면서 추위를 피하고 개울가에 다다라 소년은 소녀를 업고 개울가를 건넌다. 이후, 소녀가 이사간다는 말을 듣지만 소녀를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소녀의 소식을 알게 되는데...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었다. 현대 세상에 사랑을 쉽게 하고 끝내는 이들에게 순수한 사랑을 가르쳐 줄 작은 지침서와도 같은 이야기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수 좋은 날 - 우리 겨레 좋은 문학 8 우리겨레 좋은문학 8
현진건 지음, 이우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일제 시대 하층민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은 이 '운수 좋은 날'이라는 글을 읽고서 난 터져오르는 감정을 추스릴 수가 없었다. 한가지 느낌이 아니라 이것저것 한꺼번에 나타나는 감정들...

하층민을 대표하는 김첨지. 그는 작은 인력거로 하루 하루를 근근히 연명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의 부인은 예전부터 병으로 앓고 있었다. 하지만 약은 계속 쓰면 쓸 수록 자꾸 달라붙는 것이라고 믿어 김첨지는 아내에게 약 한 첩 먹이지도 않았다.

어느 날,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부인의 만류도 뿌리치고 나온 그는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잘 벌지도 못할 돈을 한꺼번에 벌고, 기분이 좋아져 설렁탕 한 그릇을 사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설렁탕의 주인은... 씁쓸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웬지 슬퍼지는 느낌도 들면서 그 당시의 하층민의 삶이나 지금의 그렇게 생활하는 사람들이나 변한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도 그 암울한 배경을 뒷바침해 주는 소재였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접기 나라 1 두뇌개발 프로그램 1
강명옥 지음 / 종이나라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종이접기 책이다!' 나는 종이접기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 종이접기는 나의 취미도 되고, 내가 되고 싶은 장래희망에 속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장래희망을 이루기 위해 접고, 만들고, 오리곤 한다. 이 종이 접기 책은 처음에 봤을때 보다 접는걸 보니 몇 배나 더 어려웠다. 만든거 보다 망친게 몇 배나 더 많다..이제부터 더 많이 접고 해서 어려운 것도 잘 많이 접어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