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이용했던 알라딘~ 직장생활을 하는 오늘까지도 알라딘은 저의 든든한 책 후원자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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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쑤 > 인간은 보잘것없다, 그래서 위대하다 / 연극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ㅁ 공연제목 :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ㅁ 공연일자 : 2011년 03월 05일 Sat 오후 3시 다소 쌀쌀했으나 돌아다니기 좋음

ㅁ 공연장소 :  혜화 대학로극장

ㅁ 캐스팅 : 노인役정재진 청년役박상협  

 초등학교 시절, 놀이방에 가득 꽂혀 있는 책 중에는 항상 '세계명작전집'이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오만하고 똑똑했다고 '생각했던' 나는, 마냥 놀고 있던 다른 친구들이라는 것을 '다르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 세계명작전집을 하나씩 빼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다. 세계명작이란 것은 그때, 가장 '빨리 섭렵해야할 똑똑함의 증거'였을 뿐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빛의 속도로 읽어간 그 책은 나에게 지루함과 다소 '어이없는 결말'로 이루어진 소설이었을 뿐이었다. 기억나는 건 마지막의 '사자꿈'. 그것도 왠 사자꿈?! 뭐 이런 애매한 결말이 다 있어! 하고 책을 덮었던 기억뿐.

십년도 훨씬 지난 지금, 또 그 '명작'이라는 이름 때문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오만함'과 작은 호기심으로 연극을 보게 되었다. 지금 이 연극을 본다는 것은 새 책을 보는 것이랑 똑같은 느낌이었다. <노인과 바다>에 대해 완전히 비워져버린 머리로, 나는 대학로극장을 향했다.
 

 

 

 < 노인과 바다 티켓과 홍보책자, 그리고 브로마이드 / 디자인이 너무 맘에 든 :) >

이 이야기 속에는 두명의 인물만이 나온다. 이야기가 너무 가벼워지지 않도록 중심축을 꽉 누르고 있는 노인,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주고,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보조역의 청년. 청년은, 84일째 고기를 잡지 못하는 노인을 보며 저주받았다고 손가락질해대는 노인을 제대로 바라봐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84일째 고기를 잡지 못하고 빈 배로 돌아오는 노인의 어깨는 여전히 굳건하다. 돛을 정리하고 묵묵히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어깨엔, 사람들의 비난의 무게도, 그리고 그 자신에 대한 어떤 자책감의 무게도 얹혀 있지 않다. 그저 그는, "내일 고기를 잡지 못하면 85일째군. 하지만 85는 좋은 숫자야."라고 되뇌인다. 그 대사를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자기최면을 거는 그런 억지스러운 결의라거나, 혹은 스스로를 비웃는 자조의 음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내일의 일을 준비하며, 오늘의 일과를 마치는 한명의 인간'이 있을 뿐. 그렇게 노인의 하루가 지난다.
 

다음날도 노인은 묵묵히 돛을 정리해 집을 나선다. 그리고 청년의 전송을 받으며 먼 바다로 나아간다. 정어리를 꿰어 바다 먼 곳으로 던진 노인은 갈매기와 스스로에게 말을 하며 시간과 싸운다.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끝도 없이 흘러간다.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그저 무자비할 뿐인 바다에 둘러싸여서, 그는 물통 하나로 시간을 버틴다. 그리고 결국, 그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 고기가 그의 미끼를 문 것이다. 노인은 몇시간동안 그 고기와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고기는 노인에게 쉽게 져주려 하지 않는다. 아주 거대한 물고기다! 노인은 수십년 동안의 경험으로 직감한다. 고기는 노인에게 끌려오지 않고, 오히려 노인을 끌고 더 먼 바다로 나아간다. 하지만 노인도 고기를 놓지 않는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하루밤이 지나고, 이틀밤이 지난다. 그리고 노인의 배 주위를 빙빙돌던 그 거대한 물고기는 드디어 수면 위로 펄쩍, 뛰어오른다. 노련한 노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짧고, 투박한 작살로 그는 고기에게 급소를 찌르고, 그의 작은 배만한 거대한 청새치를 바라보며 기뻐한다. "지난 84일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던 것은, 이 고기를 잡기 위해서였던거야!" 그의 인고의 노력이 드디어 보상받았던 것이다. 그는 돛을 매달고 자신의 마을로 순풍순풍 나아간다.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그 고기의 냄새를 맡은 포악한 상어 한마리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의 인고의 노력을 가차없이 물어뜯는다.
 

상어는 가까스로 물리쳤지만, 그의 전리품은 이미 손상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손상된 전리품의 달콤한 향기를 맡은 약탈자들이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의 노력은 그렇게, 헛되이 무로 돌아가버린다. 노인은 탄식한다. 85, 아니 87일의 노력이 다시 또 수포로 돌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그는 고개를 든다. 그리고 형형한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인간이란 스스로 절망하고 포기하기 때문에 패배당하는 것이지. 하지만 난 절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먼 항해를 마친 그는, 여느때나 그랬던 것처럼 돛을 소중하게 접어 두 어깨에 걸고, 언제나 그랬듯 단단한 두 어깨로 집으로 가는 언덕을 오른다. 오르는 길에 몇번이나 무릎을 꿇지만,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돛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지친몸을 누이고 잠에 든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그의 젊은 시절 보았었던 아프리카의 사자 꿈을 꾼다

  

   

 

 

 

 

 

 

 

< 노인의 배, 그리고 그의 승리의 흔적 >
  + 청새치의 피를 표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진을 가만히 보고있자니 노인의 승리를 축하하며 선물한 헌화獻花란 느낌이 든다.
 

 연극이 중반부로 치달으면서야 알게되었다. 아아, 내가 그때 이걸 읽고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이유는, 이거였구나. 난 그때 '본능에 충실한'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인생에서의 실패라든가, 오랫동안 공들인 것에 대한 결과와 그 좌절에 대해서 알기엔 너무 어렸다. 그러고나니 '세계명작전집'이라는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인가에 대한 의심을 들기 시작했다. 이 책을 '세계명작'으로 추천한 사람들은 분명 '어른'들일 것이었다. 인생에서 쓰디쓴 패배에 좌절한, 그리고 극복한 수많은 어른들이 이 '위대한 인간의 의지'에 찬사를 보낸 것일 게다. 어른을 위한 소설. 도대체 누가 이런걸 아무것도 모를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권한거야!

그리고 인생의 단맛쓴맛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지금 이 나이에야, 노인의 '의지'에 대한 위대함과 '아프리카 사자 꿈'을 통한 전율을 온 몸으로 느꼈 수 있었다. 왜 굳이 마지믹 장면이 '아프리카 사자 꿈'이었는지. 왜 아프리카 사자꿈일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그 흔들림없는 완결성에 대한 전율. 그리고 곧, 삼일 밤낮의 전리품을 놓치고 나서도 흐트러진 모습 없이 묵묵히 돛을 정리하고 집을 오르는 그의 뒷모습에서, 여전히 씩씩하고 굳건한 두 어깨에서 온몸으로 오르는 감동으로 터져나오는 울음을 막기 위해 숨을 참아야 했다. 그가 너무나 무력한 늙은이었기에, 정말 그 거대한 바다 앞에선 작고 무력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이 더욱 위대해보였다. '인간의 보잘것없음을 통한 인간의 위대함'의 역설을 온몸으로 체험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무대의 막이 내린 후, 팔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면서, '패배'라는 어떤 개념이 내 마음 속에서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패배'라는 어떤 절대적인 힘에 눌려 있었던 것이 아니었구나. 그저 '패배'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패배감'이라는 순간적인 감정에서 ''것일 뿐이었구나. 난 왜이렇게 어리석었을까. 그렇게 잠시 되씹고 나니, 결국 그 노인은 세번이나 승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거대한 물고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 위대한 승리는 '패배감'와의 싸움속에서 얻은 승리였던 것이다.

 

그 세계명작을, 왜 세계명작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신 극단 앙상블에 감사한다. 뚝심있게 중심축을 잡고 묵묵히 지키며, 정말 '노인과 바다'의 노인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해주신 노인역의 정재진님과, 극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인의 주위를 맴돌며, 관객들을 웃게 해 주신, 그리고 온 몸을 던지며 열연해주신 청년역의 박상협 님께도 감사드린다. (박상협님 상어와 노인과의 사투와 소용돌이 씬 찍을 때 너무 안타까웠어요ㅠㅠ 무대연출이나 각색은 훌륭한데 너무 온몸을 던져서 나중에 말을 못이으실때 너무ㅠㅠ) 그리고 각색과 연출을 하신 김진만님, 너무 대단하신거 아닙니까?! 어떻게 그 지루한 책을 이렇게 생동감있고 재밋게 만드실 수가 있어요! 앞으로의 행보가 너무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무대 시작하기 전, 그리고 무대를 진행하면서 날라다니셨을 모든 스태프분들. 여기 관객 하나 엄청난 감동 얻고 갑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짝짝짝!

+ 뱀발
약간 아쉬운 게 있다면, 고기를 잡는 순간의 조명이다. 이건 보러 가기 전에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도 본 건데,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그 한 부분이 너무 심하게 튕겨져 나왔달까. 야광등이 켜지고 청년이 청새치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모습까지는 훌륭했는데, 잡는 순간의 격동적인 모습을 조명으로 표현하려고 하려고 한 것 같긴 한데 아쉬웠다. 온 신경으로 한명과 한마리의 싸움에 집중했다가, 화면이 적나라하게 밝아지는 순간, 한마리와 '그것을 들고 있는 한명'과 그리고 한명의 싸움의 되어버린 느낌, 그리고 나니 집중이 순간 확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이 부분만 개선한다면 내가 보기엔 거의 완벽한 극이 될듯^^ 앞으로도 롱런하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 훌륭한 메시지를 끝없이 전해줄 수 있는 전도극(?)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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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쑤 > 인간은 보잘것없다, 그래서 위대하다 / 연극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ㅁ 공연제목 :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ㅁ 공연일자 : 2011년 03월 05일 Sat 오후 3시 다소 쌀쌀했으나 돌아다니기 좋음

ㅁ 공연장소 :  혜화 대학로극장

ㅁ 캐스팅 : 노인役정재진 청년役박상협  

 초등학교 시절, 놀이방에 가득 꽂혀 있는 책 중에는 항상 '세계명작전집'이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오만하고 똑똑했다고 '생각했던' 나는, 마냥 놀고 있던 다른 친구들이라는 것을 '다르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 세계명작전집을 하나씩 빼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다. 세계명작이란 것은 그때, 가장 '빨리 섭렵해야할 똑똑함의 증거'였을 뿐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빛의 속도로 읽어간 그 책은 나에게 지루함과 다소 '어이없는 결말'로 이루어진 소설이었을 뿐이었다. 기억나는 건 마지막의 '사자꿈'. 그것도 왠 사자꿈?! 뭐 이런 애매한 결말이 다 있어! 하고 책을 덮었던 기억뿐.

십년도 훨씬 지난 지금, 또 그 '명작'이라는 이름 때문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오만함'과 작은 호기심으로 연극을 보게 되었다. 지금 이 연극을 본다는 것은 새 책을 보는 것이랑 똑같은 느낌이었다. <노인과 바다>에 대해 완전히 비워져버린 머리로, 나는 대학로극장을 향했다.
 

 

 

 

이 이야기 속에는 두명의 인물만이 나온다. 이야기가 너무 가벼워지지 않도록 중심축을 꽉 누르고 있는 노인,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주고,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보조역의 청년. 청년은, 84일째 고기를 잡지 못하는 노인을 보며 저주받았다고 손가락질해대는 노인을 제대로 바라봐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84일째 고기를 잡지 못하고 빈 배로 돌아오는 노인의 어깨는 여전히 굳건하다. 돛을 정리하고 묵묵히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어깨엔, 사람들의 비난의 무게도, 그리고 그 자신에 대한 어떤 자책감의 무게도 얹혀 있지 않다. 그저 그는, "내일 고기를 잡지 못하면 85일째군. 하지만 85는 좋은 숫자야."라고 되뇌인다. 그 대사를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자기최면을 거는 그런 억지스러운 결의라거나, 혹은 스스로를 비웃는 자조의 음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내일의 일을 준비하며, 오늘의 일과를 마치는 한명의 인간'이 있을 뿐. 그렇게 노인의 하루가 지난다.
 

다음날도 노인은 묵묵히 돛을 정리해 집을 나선다. 그리고 청년의 전송을 받으며 먼 바다로 나아간다. 정어리를 꿰어 바다 먼 곳으로 던진 노인은 갈매기와 스스로에게 말을 하며 시간과 싸운다.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끝도 없이 흘러간다.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그저 무자비할 뿐인 바다에 둘러싸여서, 그는 물통 하나로 시간을 버틴다. 그리고 결국, 그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 고기가 그의 미끼를 문 것이다. 노인은 몇시간동안 그 고기와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고기는 노인에게 쉽게 져주려 하지 않는다. 아주 거대한 물고기다! 노인은 수십년 동안의 경험으로 직감한다. 고기는 노인에게 끌려오지 않고, 오히려 노인을 끌고 더 먼 바다로 나아간다. 하지만 노인도 고기를 놓지 않는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하루밤이 지나고, 이틀밤이 지난다. 그리고 노인의 배 주위를 빙빙돌던 그 거대한 물고기는 드디어 수면 위로 펄쩍, 뛰어오른다. 노련한 노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짧고, 투박한 작살로 그는 고기에게 급소를 찌르고, 그의 작은 배만한 거대한 청새치를 바라보며 기뻐한다. "지난 84일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던 것은, 이 고기를 잡기 위해서였던거야!" 그의 인고의 노력이 드디어 보상받았던 것이다. 그는 돛을 매달고 자신의 마을로 순풍순풍 나아간다.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그 고기의 냄새를 맡은 포악한 상어 한마리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의 인고의 노력을 가차없이 물어뜯는다.
 

상어는 가까스로 물리쳤지만, 그의 전리품은 이미 손상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손상된 전리품의 달콤한 향기를 맡은 약탈자들이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의 노력은 그렇게, 헛되이 무로 돌아가버린다. 노인은 탄식한다. 85, 아니 87일의 노력이 다시 또 수포로 돌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그는 고개를 든다. 그리고 형형한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인간이란 스스로 절망하고 포기하기 때문에 패배당하는 것이지. 하지만 난 절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먼 항해를 마친 그는, 여느때나 그랬던 것처럼 돛을 소중하게 접어 두 어깨에 걸고, 언제나 그랬듯 단단한 두 어깨로 집으로 가는 언덕을 오른다. 오르는 길에 몇번이나 무릎을 꿇지만,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돛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지친몸을 누이고 잠에 든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그의 젊은 시절 보았었던 아프리카의 사자 꿈을 꾼다.
  

  연극이 중반부로 치달으면서야 알게되었다. 아아, 내가 그때 이걸 읽고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이유는, 이거였구나. 난 그때 '본능에 충실한'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인생에서의 실패라든가, 오랫동안 공들인 것에 대한 결과와 그 좌절에 대해서 알기엔 너무 어렸다. 그러고나니 '세계명작전집'이라는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인가에 대한 의심을 들기 시작했다. 이 책을 '세계명작'으로 추천한 사람들은 분명 '어른'들일 것이었다. 인생에서 쓰디쓴 패배에 좌절한, 그리고 극복한 수많은 어른들이 이 '위대한 인간의 의지'에 찬사를 보낸 것일 게다. 어른을 위한 소설. 도대체 누가 이런걸 아무것도 모를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권한거야!

그리고 인생의 단맛쓴맛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지금 이 나이에야, 노인의 '의지'에 대한 위대함과 '아프리카 사자 꿈'을 통한 전율을 온 몸으로 느꼈 수 있었다. 왜 굳이 마지믹 장면이 '아프리카 사자 꿈'이었는지. 왜 아프리카 사자꿈일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그 흔들림없는 완결성에 대한 전율. 그리고 곧, 삼일 밤낮의 전리품을 놓치고 나서도 흐트러진 모습 없이 묵묵히 돛을 정리하고 집을 오르는 그의 뒷모습에서, 여전히 씩씩하고 굳건한 두 어깨에서 온몸으로 오르는 감동으로 터져나오는 울음을 막기 위해 숨을 참아야 했다. 그가 너무나 무력한 늙은이었기에, 정말 그 거대한 바다 앞에선 작고 무력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이 더욱 위대해보였다. '인간의 보잘것없음을 통한 인간의 위대함'의 역설을 온몸으로 체험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무대의 막이 내린 후, 팔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면서, '패배'라는 어떤 개념이 내 마음 속에서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패배'라는 어떤 절대적인 힘에 눌려 있었던 것이 아니었구나. 그저 '패배'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패배감'이라는 순간적인 감정에서 ''것일 뿐이었구나. 난 왜이렇게 어리석었을까. 그렇게 잠시 되씹고 나니, 결국 그 노인은 세번이나 승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거대한 물고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 위대한 승리는 '패배감'와의 싸움속에서 얻은 승리였던 것이다.

 

그 세계명작을, 왜 세계명작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신 극단 앙상블에 감사한다. 뚝심있게 중심축을 잡고 묵묵히 지키며, 정말 '노인과 바다'의 노인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해주신 노인역의 정재진님과, 극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인의 주위를 맴돌며, 관객들을 웃게 해 주신, 그리고 온 몸을 던지며 열연해주신 청년역의 박상협 님께도 감사드린다. (박상협님 상어와 노인과의 사투와 소용돌이 씬 찍을 때 너무 안타까웠어요ㅠㅠ 무대연출이나 각색은 훌륭한데 너무 온몸을 던져서 나중에 말을 못이으실때 너무ㅠㅠ) 그리고 각색과 연출을 하신 김진만님, 너무 대단하신거 아닙니까?! 어떻게 그 지루한 책을 이렇게 생동감있고 재밋게 만드실 수가 있어요! 앞으로의 행보가 너무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무대 시작하기 전, 그리고 무대를 진행하면서 날라다니셨을 모든 스태프분들. 여기 관객 하나 엄청난 감동 얻고 갑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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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아쉬운 게 있다면, 고기를 잡는 순간의 조명이다. 이건 보러 가기 전에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도 본 건데,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그 한 부분이 너무 심하게 튕겨져 나왔달까. 야광등이 켜지고 청년이 청새치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모습까지는 훌륭했는데, 잡는 순간의 격동적인 모습을 조명으로 표현하려고 하려고 한 것 같긴 한데 아쉬웠다. 온 신경으로 한명과 한마리의 싸움에 집중했다가, 화면이 적나라하게 밝아지는 순간, 한마리와 '그것을 들고 있는 한명'과 그리고 한명의 싸움의 되어버린 느낌, 그리고 나니 집중이 순간 확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이 부분만 개선한다면 내가 보기엔 거의 완벽한 극이 될듯^^ 앞으로도 롱런하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 훌륭한 메시지를 끝없이 전해줄 수 있는 전도극(?)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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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쑤 > 마붑 알엄 vs. 박래군 대담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도 높였고,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환경과 인권 전반에 걸친 문제에 대해서도 

깊지는 못하지만 여러 방면으로 알아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두분을 모시고 대담을 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한 것 같았습니다. 

한분만 모시고도 대담이 모자랄 시간에 두분을 모시고 하다니, 

너무 아쉬웠어요. 질문도 몇 개 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ㅠㅠ

 

다음번에 이런기회가 생긴다면 좀 더 여유있는 시간을 주셨으면 해요 

너무 알차고 좋은 시간이었으니까요 

 

무튼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ㅡ^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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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쑤 > 희미한 불빛 하나를 발견하다

 작가와의 만남이 있는 장소에 갈 때 까지 내 마음은 쉴 새 없이 두근거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고한 정신을 지닌 작가를 만난다는 것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볼 기회를 갖는 것보다 훨씬 더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 두근거림은 온몸의 떨림으로 퍼져나갔다.  

 길치였던 내가 광화문 주변을 30분을 빙빙 돌아서 도착한 그곳에는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곳을 찾느라 너무 힘들었다는 하소연에 웃으며 따뜻한 차를 건네주신 연구원분들 :) 그분들 덕분에 떨리던 심장이 조금은 평온하게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테이블 앞쪽에 자리하고 앉아 떡과 달콤한 차(후이차였던가요;)로 몸을 녹이며 박노해 시인의 시를 읽다가, 어느덧 시간이 다 되어 시인께서 들어오시고, 곧 참석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인사를 하셨다. 그렇게 그 분을 마주하는 순간, 내 머릿속에 있던 '박노해'라는 사람이 머릿속에서 튕겨져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분의 약력, 그분의 시 속에서의 그 형형한 열정, 그리고 혁명을 외치던 그분의 모습은 강하고, 조금은 완고하며, 그리고 불타오르는 열기가 주변엘 에워싸고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직접 가서 뵌 그분의 첫 인상은 평온하며, 조금은 수줍은 모습의' 따스한 공기'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한대 텅-하고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홀로 무엇을 상상했던가- 

 박시인님과의 대화 전, 박시인님이 추천하는 음악과 함께하는 명상(?)시간이 있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시인, 다르위시의 시와, 그리고 그 다르위시의 시를 음악으로 만든[!] 작곡가(이름이 기억이 안나요ㅠㅠ)의 음악을 들으며, 펄떡이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그의 시를 그저 눈으로 좇다가 마지막, '우리는 희망이라는 불치의 병이 있습니다'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호흡이 멈춰버리는 기분이었다. 희망을 불치병으로 표현한 그의 한마디에서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함께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 모든 팔레스타인들의 저항과, 모든 불합리하게 억압받는 소수자의 저항과, 모든 고통받는 자들의 저항이 느껴지는 한마디에 잠시 할 말을 잃었었다. 

 곧 대화는 시작되었다. 어떻게 보면 참 우스을 수 있는 가벼운 질문부터, 정말 깊이있는 질문이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튀어나왔고, 박시인께서는 하나하나 깊은 정성을 담아 대답해주셨다. 감옥이 시인께 어떤 의미를 주었느냐는 질문에,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그 물리적 한계를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을 했던 곳이라는 말씀을 하셨고,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실패 해야 헛된것을 버릴 수있다, 완벽하면 오히려 당신이 할 것이 없지 않느냐라고 대답하셨으며, 대학을 들어와 각종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학생에게 트랙을 벗어나 초원으로 향할 것을,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세계의 연대화를 말씀하셨으며, 예술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예술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위대한 노동의 붓질, 이것이 예술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슈퍼스타K2의 우승자 허각을 언급하시며, 허각의 예술이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환풍기 청소 후 술한잔 하며 애환을 달래던 노래, 사랑하던 애인만을 위해 불러준 노래가 바로 예술이다,라고 하셨으며, 또 그 예로 가장 전성기 시절 축구의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은퇴를 감행했던 나카타 선수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깊은 울림이었고, 또 한편의 시였다. 때로는 우리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시고, 또 가끔은 전류가 심장을 관통하는 것처럼 찌릿하게 하시며 우리들을 감동에 전율케했다.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끝난 후, 시인께서는 마지막으로 이 10년만에 펴낸 시들 중에서 시 한편을 직접 읽어주셨다. '그대 그러니 사라지지 말아라' 안데스의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께로족 청년이 든 희미한 불빛 하나를 발견하듯, 희망이 아주 어렴풋하게라도, 존재한다면, 포기하지 말라고. 그분은 그렇게 마지막 말을 마치셨다.  

  너무나 아쉬운 시간이었다, 너무 물어볼 것도 많았고, 듣고 싶은것도 많았지만 시간이 너무 짧았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엷게 타들어가고 있던 불빛 하나가 조금 더 단단하게 타오르는 기분이었다. 언제나 다시 만나도 시간이 아쉬울 분. 어두운 하늘 속 구름을 열고 희미한 불빛 하나를 비춰주신 분. 그분을 또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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