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 - 제4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김윤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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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4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를 읽어보았다.

제목을 보자마자 호기심이 들었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니, 대체 무슨 일일까?'

열아홉 살 주인공이 집을 두고 학교에서 지내게 된 사연이 궁금해져 서평단을 신청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하면 자연스레 수능, 대학 입시와 같은 단어들이 함께 떠오른다.

모두가 인생의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으는 때.

꼭 수능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목표에 맞게 전력투구해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시기에 준영은 편안하고 안전한 집이 아닌 학교에서 생활한다는 것이다.

학교가 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무엇인지,

혼자라고 생각한 학교에서 자꾸만 들리는 기척의 정체는 무엇인지

본책을 읽어보며 확인할 수 있었다.

제대로 몸을 뉘일 곳도 없이, 든든한 끼니를 챙겨 먹지도 못하며 지내는 와중에도

자신만의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준영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걸려서 탈이 날 정도의 물건은 그대로 두고

열쇠를 사용하되 도둑질은 하지 않는 등.

또 전교 1등의 노트를 갖다달라는 지혜의 제안에 대해

노트를 찾더라도

"거기에 1등의 숨기고 싶은 비밀이나 치부가 적여 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건 추잡한 게 아니라, 선을 넘는 거다."

라고 생각하는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토록 올곧았던 준영이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어가는 상황 속에서

자신이 세운 규칙들을 하나둘 깨며 무너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열쇠를 얻어 학교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된 후

기가실은 부엌, 과학실은 세면대, 보건실은 손님방 등

학교 안 구역에 명칭을 붙이는 모습이 10대다워 귀엽다가도

안쓰러운 마음이 치솟았다.

또한 소설을 읽으며 누군가의 경험담을 듣는 듯

현실적인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라는 감상이 들었다.

친구들과의 대화나, 인물들이 내비치는 말과 행동, 생각 같은 것들이

정말 그시절 우리의 모습 같다고 느꼈다.

친구 관계, 대학 입시, 연애 등 고등학교 시절 일상을 채운

관심사와 고민 들이 다시금 생생히 떠오르는 듯했다.

조그만 일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여유보다는 걱정과 불안이 앞섰던 나날들.

이제는 모두 건너온 그 시간을 회상하는 기분이 생경하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두 인물은 선생님과 두홍이다.

급식을 못 먹게 된 준영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급식을 제공해주고,

원서비는 걱정 말라며 입시를 도와주는 선생님을 보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어른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말 못할 사정으로 거리를 유지하는 준영에게 한결같이 다가와주며

곁에 함께하는 두홍을 보면서도 정말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도움과 관심이 준영이 자신의 자리로 무사히 돌아오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책장을 넘긴 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은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웬만한 공포 소설보다 무서운 연출(?)이었다ㅠㅠ

아마 책을 보신 분들 모두 공감하시지 않을까 싶은..또각의 향연👠

입시, 관계, 가족 등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를 날카롭게 담아낸 동시에

서스펜스 넘치는 전개로 흡인력 있게 읽히는 소설이다.

동시에 지나간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르며 반갑고 그리운 마음,

위로 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현재 이 시절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도,

성인들도 공감하여 감명 깊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

이 이야기가 "벼랑 끝에 몰린 아이들이 서로를 말려 주는 이야기"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인상 깊었다.

소설 속 아이들이 보여주는 "서로를 말려 주는" 마음이 참 값진 것 같다.

준영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엇나간 선택을 하려는 소미를 말릴 때,

마치 누군가 자신에게 해주었으면 싶었던 말들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결국 상대가 처한 상황을 나의 상황처럼, 상대가 겪는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대하는 마음이

잠시 길을 잃은 모두를 '홈'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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