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연인』은 평범했던 두 연인이
'나쁜' 선택을 하게 되며 삶의 궤도가 틀어지는 이야기이다.
테오와 지수는 비록 가난할지라도 사랑과 꿈을 품은 사람들이었고
"누군가를 도왔다는 사실에 온종일 기분이 좋았"던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은 살기 위해 나빠져야 했다.
박사장이 촉발시킨 악의가 테오에게,
다시 박사장에게, 또 다시 테오에게 돌아가며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세상이었다면
상상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보다 많았더라면 다르지 않았을까.
왜 나쁜 일들은 약자에게 유독 자주 일어나는 걸까.
소설을 읽으면서도, 뉴스에서 다종다양한 비극을 접할 때에도 든 생각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행한 일을 두고도 어쨌든 '범죄는 범죄'라고
딱 잘라 결론내리기가 망설여졌다.
물론 돈을 훔치고 사람을 다치게 한 둘의 행위를 옹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책을 읽는 우리는 또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이들이 내린 선택이 단지 온전한 의지로서의 선택일지.
가진 자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된 사회의 시스템이 이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교묘히 선택지를 앗아간 것은 아닌지.
소설 곳곳에 자리한 아이러니도 흥미롭다.
테오와 지수는 자주 누군가를 돌보는 입장에 놓인다.
아픈 아버지를, 다친 영인을, 영인의 딸 예나를, 공격 당한 선욱을.
정작 생존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은 두 사람인 데도
자주 이러한 입장에 놓이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거나
시급 만 원, 백화점 상품권 등으로 보상받는 상황이 왠지 씁쓸했다.
나쁜 일들만 이어지던 어느날
테오는 끝내 지수에게 이별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서로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테오에게 지수가 건넨
"나랑 헤어지면, 넌 잘 지낼 것 같아? 잠을 푹 잘 것 같아?
그게 아니라면 헤어지는 건 천천히 생각해보자. 그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라는 말이 마음 아팠다. 잠을 푹 자는 일이 헤어지는 일보다 어려워진 두 사람의 처지가.
그렇게 그들은 끝끝내 서로의 손을 놓지 못한다.
함께하기로 한 결정은 서로에게 구원일까 해악일까.
섣불리 판단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한겨울 폭설에도 온기를 나누며 장식용 전구 하나로도
어느 연인 못지 않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둘을 기억하기에
그저 응원을 보내고 싶다.
테오와 지수, 하나가 아닌 둘이기에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더는 숨거나 도망치지 않고 마음 편히 잠들 수 있는 밤을 되찾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