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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꼬마 참고서 - 첫 문장부터 퇴고까지
김상우 지음 / 페이퍼로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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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기자들 사이에서 도는 글쓰기 원칙, 방법을 모은 족보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기사라는 건, 가장 간결하고 깔끔하게, 쉽게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다! 그런 만큼 글쓰기의 정수가 담겨 있다고 해야 할까? 이 책의 글쓰기 방법론은 의미를 적확하게 전달하는 방법, 문장을 쉽게 쓰는 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기초를 잘 잡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1부는 글쓰기의 시작점에 대해 다룬다. 글을 쓰는 마음가짐, 글쓰기 전 재료를 왜 모아야 하는지 설명한다. 이렇게 마음가짐을 갖추고 나면 2부부터는 본격적으로 글 하나하나를 뜯어먹는다. 구체적인 기사 예문을 들어가며 문장의 자연스러움, 헷갈리기 쉬운 용어를 중심으로 글쓰기 습관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니까 2부 전반에 걸쳐 퇴고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바로 옆자리에서 조언해주듯 설명하는 문체가 독자에게 스스로 예문을 보며 어떤 문장이 더 자연스럽고 알맞은 의미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방법론에 관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내가 평소 썼던 글을 당장 퇴고해보려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대학 새내기 시절에는 대부분 교양수업으로 글쓰기 수업을 많이 듣는다. 학문적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사용하는 문장 습관을 이 책 하나로 정비해 두고 가면 좋겠다. 대학 새내기 때 이 책이 나왔다면 지금보다는 덜 부끄러운 글들을 과제로 냈을 것 같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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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캐
필라르 킨타나 지음, 최이슬기 옮김 / 고트(goat)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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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지 못한 다마리스가 정을 붙이고 품에서 떼어 놓지 않았던 강아지 치를리. 아들이 태어나면 남편이 딸이 태어나면 다마리스가 이름을 붙여 주기로 했다. 치를리가 돌봄이 필요한 때에 다마리스는 아낌없이 애정을 퍼붓고 보살폈다. 치를리가 자라 말썽을 부릴 때가 되어도 다마리스는 치를리를 아꼈다. 집 밖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긴 했지만. 그러다 치를리가 집을 나가서 새끼를 베고 돌아오는 일이 반복된다. 다마리스는 이제 모든 게 지긋지긋하다.

치를리, 암캐가 은유하는 바는 명확하지만 여기서 나는 부모가 보는 딸의 모습도 은은히 비쳐보이는 것 같다. 사랑은 허구의 언어이고, 영문도 모르고 떠맡은 삶은 질척하고 지겹고 끈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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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보이
엘리엇 페이지 저자, 송섬별 역자 / 반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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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아가는 걸 노력해 본 적이 있나요?
이런 질문을 주변에 하고 다닌다면 뭘 대단히, 그냥 사는 거지...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정말로 남들보다 몇 배로 노력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내 이야기를 하는데, 주변에서 동정의 눈길로 쳐다보거나 한심, 혹은 경멸이 담긴 말을 일상적으로 듣는다는 것. 한번 상상해 보시라. 그렇게 사회가 세상이 내 정체성 일부를 거부할 때, 그 정체성은 내 몸 전체를 집어삼킨다.

이 책은 몸 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참을 수 없어 내지른 기록이며, 일상을 노력해서 살았던 사람의 투쟁기이기도 하다.

<페이지보이> 나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전쟁이고 투쟁이었다.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 엘리엇 페이지는 아역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주노> 주연을 맡으며 유명해졌고, 2014년 LGBTQ+ 청소년을 위한 연설에서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했다. 2020년에는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하며 트랜스 남성 최초로 <타임> 표지를 장식했다...

엘리엇 페이지는 어린 시절부터 소년이었다. 본인 스스로 ‘스테레오타입‘적인 소년이라고 한다. 모험을 즐기고 바지를 입었으며 머리를 짧게 자르는 걸 좋아했다. 엘리엇 페이지는 엄마와 아빠 사이를 오가며 살았다. ‘딸‘을 키우는 엄마와 자신을 학대하는 새엄마와 함께 사는 아빠 사이를 오가며 자랐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성 정체성 때문에 모욕적인 언사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또한 생물학적 성 때문에 범죄에 노출되었다. 엘리엇은 그럼에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를 찾아내 차츰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법을 배웠고, 그래도 괜찮다는 감각을 느꼈다.

책 관련해서 그런 격언을 들어본 적이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엮으면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고. 나는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한 사람에게 비로소 공감할 수 있게 된다고.

옮긴이의 세심한 번역-책에 나오는 혐오 표현들을 따로 번역하지 않았다. 유래나 의미를 설명하지 않고 혐오 표현이라고 분명히 언급만 한다-에도 불구하고, 엘리엇의 삶 일부를 바라보면서 함께 고통받지 않을 수 없었다. 수치심, 외로움, 고독을 느끼고 있는 그 맥락이 내 눈앞으로 다가왔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 눈을 감고 걸어 나와. 한 사람이 한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한 선언이고, 다음에 올 사람들을 위한 응원이었다.


+) 엘리엇이 청소년기를 보낸 핼리팩스에서는 세계 1차대전이 진행되던 시기, 대형 참사가 일어났었다. 벨기에의 구호선인 이모호가 프랑스의 군수 물자를 나르던 몽블랑호와 충돌한 사건이었다. 이 사고로 최소 2만 명이 사망했으며, 핼리팩스의 마을도 그 여파로 파괴되고 불탔다.

그 참사는 인재였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아닌 전쟁이라는 명확한 원인이 존재하는 결과였다. 수많은 고아가 발생했고, 추모와 애도가 이어졌다. 그리고 벽장 속 퀴어는 애인을 잃었고, 몰래 슬픔에 잠겼다.

전쟁은 20세기에만 일어났던 일이 아니다. 지금도 폭격을 당하는 도시가 있다.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폭격으로 애인을 잃은 사람의 글이 올라왔다. 이틀 전 사랑하는 사람이 사망했고, 지금 가장 후회되는 일은 그와 입맞춤을 하지 못한 일이라고...

인종, 아동, 성 정체성, 젠더 등 모든 종류의 폭력에 반대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당장 토론토로 가서 네 엉덩이를 걷어차 주마. 그 말에 비하면 여태까지 스토커가 보낸 수많은 이메일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 P83

내 몸을 극한까지 해치는 건 분명 도와달라는 비명이었을 테지만, 막상 도움이 찾아오면 화가 나고 분했다. 여태까지는 뭐 하다가? - P129

우리는 영화 이야기를 짧게 나누었고, 그다음에는 연기에 대해서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게 무슨 의미이건 간에 나는 그냥 내가 될 수 있었다.

- P177

하지만 가장 최악이던 순간에조차, 내 안의 작고 작은 어떤 부분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미약하고, 손에 잡히지조차 않은 가느다란 틈. 그리고 그 틈을 통해 모든 것이 쏟아져 들어온다. 순식간에. 붙잡아야 한다. 그 안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있다.

눈을 감고 걸어 나와.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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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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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겪은 인물/가상인물이 등장하는 책이나 영상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 <핵소 고지> 처럼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반전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내용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 <미드웨이> 처럼 전쟁영웅의 모습, 전투의 모습을 묘사하며 고양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입니다.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는 전쟁의 참상(그중에서도 여성 폭력에 집중하며)을 보여주면서도, 소녀 영웅을 내세워 고양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성 폭력에 대한 묘사도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적나라하지 않아 읽으면서 힘든 점도 없었습니다.

책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사냥꾼인 세라피마의 동네를 독일군이 파괴하고, 세라피마도 전쟁범죄를 당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뛰어난 저격수 교관 이리나가 속한 부대가 세라피마를 구해줍니다. 이리나는 삶의 의지를 포기한 세라피마에게 살 것인지, 죽을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죽고 싶다고 대답하자 세라피마의 가족사진을 태워버리게 됩니다. 세라피마는 이리나에게 강한 복수심을 갖게 되고, 이리나의 저격수 양성 학교로 입대하게 됩니다.

저격수 양성 학교에서 저격수로 키워지고,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 실제 전투 현장에 투입되며 시행착오를 겪고, 마을을 파괴한 원수를 찾아낸다...세라피마의 여정이 죽 이어집니다.

읽으면서 일본식 캐릭터 조형과 이야기 구성이 진하게 드러나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진격의 거인> 이 많이 생각나는...
그래서 500페이지 분량임에도 정말 술술 읽혔습니다.

제가 너무 참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장르적 문법에 익숙한 탓인지, 솔직히 일본 애니가 눈앞에 재생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전 주제의식을 강하게 느꼈다기보다는 솔직히, 그냥 재미있었습니다. 세라피마가 독자에게 '전쟁은 삶의 터전을 파괴해. 전쟁에서 많은 피해를 입는 건 여성이고, 적국과 자국에게 이중적 피해를 입고 있어'라고 열심히 주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전쟁의 잔혹함, 여성 폭력에 깊이 공감하며 반전의식을 스스로 느끼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세라피마를 응원하는 독자 1이 된 기분

특히 마지막에 전쟁 속 여성 폭력을 다룬 입지전적인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도 언급되는데요. 약간 연결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이런 분들께는 비추합니다

-전쟁의 참상을 다룬 소설을 기대하는 독자
-여성 저격수의 일상을 꼼꼼히 고증한 내용을 기대하는 독자
-여성 폭력을 다각도로 조망하는 내용을 기대하는 독자

이런 분들께는 추천합니다
-평소 전쟁 소설을 무겁다고 생각해서 읽기 어려웠던 분
-일본 장르소설이 궁금하신 분
-은은한 백합(GL)이 취향이신 분(사귀는 묘사 없음)
-여성 저격수가 주인공인 소설이 궁금하신 분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22991?tc=shared_link)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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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자가 온다!
이신주 지음 / 아작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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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은 읽기 시작하고 좀 지나지 않아, 망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너무 재밌어서 잠 들 타이밍을 놓쳐버려, 정신차려보면 새벽 5시 반이고 그런 소설도 있었다. 이런 책들은 밤에 읽기에 좀 겁이 난다.

다행히, <공산주의자가 온다!> 는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라 자기 직전에 읽는다고 해도 부담은 없다:) 단편은 역시 끊어읽는 맛. 그러나 한 편 한 편이 굉장히 몰입력이 좋아서, 다 읽고 나면 여운이 제법 있는 편이다. 장편이었으면 틀림없이 새벽까지 잠 못 잤을 듯...

단편들은 각각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언어, 음식, 질문, 종말... 물론 내 멋대로 뽑아낸 키워드라 작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소재일 수도 있다.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반전까지는 아니어도 머릿속에 느낌표를 가져오는 반전과 소름돋는 결말이 여운에 일조하고 있다.

SF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어서 자주 접해본 분들의 눈에는 어떨 지 모르겠는데, 내게는 굉장히 신선한 느낌의 이야기들이었다. (크림치즈 바른 벽의 맛처럼.) 츄라이 츄라이.

작가 특유의 문체나 어휘가 다소 어려운 느낌이기는 한데, 그게 또 합이 잘 맞는 듯 하다. 이런 소재의 이런 스토리는 문체가 쉬우면 어색해 보일 것 같은데??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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