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본성을 탐사하는 과정이 끝날 무렵, 마음은 개념적 생각하기의 능력을 최대한 동원해 진실을 파악하는 자신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마음은 자연스럽게 끝나게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마음은 내면으로부터 무너져내릴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실재에 대해 말하는 어떤 것도 진실일 수 없다는 근거로마음을 잠정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상황과는 매우 다릅니다.
•실재에 대한 선입견과 근거 없는 관념으로 이루어진 신념과 느낌이밝혀지면서 새로운 초대가 열리며 또 다른 가능성이 드러납니다.
이 가능성을 마음으로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성은 마음을 넘어서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탐구로 새로운 가능성을 막는 방해물은 드러나며 녹아내립니다.
이 순간 우리는 실제로 단 한 가지만 경험한다는 가능성에 우리가열려 있음으로써 방해물은 녹아내립니다. 즉, 경험은 ‘나‘와 다른 이, 주체와 대상, 나와 세상, 의식과 현존으로 나뉘지 않습니다.
단 하나의 완벽한 총체만이 있고, 의식과 현존은 하나이며, 오직 하나의 실재만이 있다는 가능성에 우리는 열려 있습니다.
경험이 입증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원론적 생각 체계는 잘 세워져 있습니다. 이 체계는 마음 수준의 신념과 몸 수준의 느낌으로 이루어져있고, 밀접하게 얽혀 있으며, 서로를 구현하며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과 느낌을 초연하게 관조한다면 그 거짓됨은 해소됩니다. 우리가 한 생각은 우리의 경험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볼 수 있습니다. 이는 경험이 이원적인 생각하기의 무지에서 자유로운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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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생각할 때면, 그는 그녀의 모든 것, 특히 어린아이처럼 맑고 선한 표정을 띤 자그마한 얼굴과 처녀다운 가냘픈 어깨 위에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옅은 금빛 머리칼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앳된 표정은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매와 어우러져 그가 기억하는 그녀의 독특한 매력을 이루었다. 그러나 매번 그를 놀라게 하는 것은, 바로 상냥하고 고요하고 진실한 그녀의 눈빛과 특히 언제나 레빈을 마법의 세계로 이끄는 그녀의 미소였다. 그는 그 마법의 세계에서 어린 시절에도 좀처럼 맛보지 못한 감동과 부드러움을 느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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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믿을 수 있겠니. 매일 밤 내가 절망하지 않은 채 불을 끈다는 걸. 동이 트기 전에 새로 눈을 떠야 하니까. 더듬더듬 커튼을걷고, 유리창을 열고, 방충망 너머로 어두운 하늘을 봐야 하니까. - P83

오직 상상 속에서 얇은 점퍼를 걸쳐입고 문 밖으로 걸어나갈 테니까. 캄캄한 보도블록들을 한 발 한 발 디디며 나아갈 테니까. 어둠의 피륙이 낱낱의 파르스름한 실이 되어 내 몸을, 이 도시를 휘감는광경을 볼 테니까. 안경을 닦아 쓰고, 두 눈을 부릅뜨고 그 짧은 파란 빛에 얼굴을 담글 테니까. 믿을 수 있겠니. 그 생각만으로 나는가슴이 떨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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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마치 자신보다 어린 학생을 설득하려는 듯 차분하고 슬프게.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니. 그러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이데아는좋음의 이데아와 관계맺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니. 서울과 베네치아와 프랑크푸르트와 마인츠의 광장들이 같은 하루에 모두 존재하는 것과 같이고개를 흔들면서 나는 너에게 물었지. 하지만 말이야. 만일 소멸1 이데아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말이야...... 그건 깨끗하고 선하고 숭고한 소멸 아닐까? 그러니까, 소멸하는 진눈깨비의 이데아는 깨끗하게. 아름답게, 완전하게, 어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진눈깨비 아닐까?
너는 고개를 저었지. 이것 봐. 죽음과 소멸은 처음부터 이데아와방향이 다른 거야. 녹아서 진창이 되는 진눈깨비는 처음부터 이데아를 가질 수 없는 거야.
네 말을 들은 순간, 덧없는 전 세계가 빛을 잃었지. 그러나 영원히 녹지 않은 채 흩날리는 진눈깨비, 영원히 바닥으로 내려앉지 않는 진눈깨비의 세계는 여전히 어두운 환영처럼 내 눈앞에 펼쳐져있었어.
이것 봐, 라고 너는 다시 달래듯 말했어.
어둠에는 이데아가 없어. 그냥 어둠이야, 마이너스의 어둠. 쉽게•말해서, 0이하의 세계에는 이데아가 없는 거야. 아무리 미약해도•좋으니 빛이 필요해. 미약한 빛이라도 없으면 이데아도 없는거야•정말 모르겠어? 가장 미약한 아름다움, 가장 미약한 숭고함이라도•좋으니, 어떻게든 플러스의 빛이 있어야 하는 거야. 죽음과 소멸의 이데아라니! 너는 지금 동그란 삼각형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야.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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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반응도 하지 않은 채 그 사람은 물끄러미 나를 건너다보았어. 그때 내가 느낀 이상한 절망을 너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여자의 침묵에는 두려운 데가, 어딘가 지독한 데가 있었어. 오래전죽은 삐비의 몸을 하얀 가제수건에 싸려고 들어올렸을 때⋯⋯⋯⋯ 우리가 얼어붙은 숟가락으로 파낸 작은 구덩이 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 P77

세계는 환이고 산다는 건 꿈꾸는 것이다. 라고 그때 문득 중얼거려보았다.
그러나 피가 흐르고 눈물이 솟는다. - P71

잘생긴은하지만 믿을 수 있겠니. 매일 밤 내가 절망하지 않은 채 불을 끈다는 걸. 동이 트기 전에 새로 눈을 떠야 하니까. 더듬더듬 커튼을걷고, 유리창을 열고, 방충망 너머로 어두운 하늘을 봐야 하니까. - P83

오직 상상 속에서 얇은 점퍼를 걸쳐입고 문 밖으로 걸어나갈 테니까. 캄캄한 보도블록들을 한 발 한 발 디디며 나아갈 테니까. 어둠의 피륙이 낱낱의 파르스름한 실이 되어 내 몸을, 이 도시를 휘감는광경을 볼 테니까. 안경을 닦아 쓰고, 두 눈을 부릅뜨고 그 짧은 파란 빛에 얼굴을 담글 테니까. 믿을 수 있겠니. 그 생각만으로 나는가슴이 떨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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