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버트럼은 이런 험담을 별 관심 없이 듣고 넘겼다. 그녀로서는 절약가의 권리 침해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지 않았지만, 별로 예쁘지도 않은 그랜트 부인이 결혼을 잘해 미인의 권리를 침해한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했다. 그래서노리스 부인이 전자를 들먹이는 것만큼이나 거의 같은 빈도•로, 그만큼 장황하게는 아니지만, 후자에 대해 놀라움을 표명했다. - P48
레이디 버트럼은 남편이 자기를 두고 떠나는 게 도무지 탐탁지 않았으나, 남편의 안전을 걱정하거나 편안을 염려하는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자기가 아닌 남도 위험하거나 어렵거나 피곤한 일을 겪을 수 있다고는 생각조차 못 하는 유형이었던 것이다. - P49
일사천리로 모든 일을 마무리했다. 새 암말은 훌륭한 말이었으니, 별로 애먹지 않고도 목적에 맞게 길들일 수 있었고, 길들인 후에는 거의 전적으로 패니가 독차지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패니는 자기한테는 늙은 회색 조랑말만 한 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에드먼드의 암말이 주는 즐거움은 그 어떤말에도 비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자기한테 그런 즐거움을 베풀어준 에드먼드의 배려를 생각할 때 더욱 커지는 기쁨은 이루말할 수가 없었다. 패니는 에드먼드야말로 모든 선량함과 훌통합의 본보기며, 그 진가를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지만, 감사를 받아 마땅하고 아무리 고마워해도 부족한사람이라고 여겼다. 그에 대한 패니의 감정은 존경과 감사, 신뢰와 애틋함으로 가득했다. - P56
이 문제에 대한 마리아의 생각은 더 혼란스럽고 불분명했다. 그녀는 상황을 직시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괜찮은 사람한테 관심 좀 갖는다고 무슨 큰일이 있겠어? 내가 약흔한 몸이라는 건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인데. 크로퍼드 씨도 스스로 알아서 챙길 테고.‘ 크로퍼드 씨는 위험에 뛰어들생각이 없었다. 버트럼 자매 정도라면 호감을 보낼 만하고 그들 편에서도 호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애당초 그에게는 자매가 자기를 좋아하게 만들겠다는 생각 말고는 다•른 속셈이 없었다. 자기를 죽도록 사랑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만한 분별력과 신중함이라면 좀 더 나은 판단과 생각을 할 수도 있으련만, 그는 이런 문제에서는 스스로에게 대단히 너그러웠다. - P66
"메리, 네 오빠를 어쩌면 좋니?" "내버려 둬요. 뭐라고 해 봤자 소용없으니까. 저래도 결국에는 걸려들겠지요.‘ "걸려들다니, 그건 안 되지. 속아서 결혼하게 놔둘 수는 없지. 내 반드시 공명정대하고 명예로운 결혼을 성사시키고 말거야." "아이고, 언니! 걸려들든 말든 그냥 오빠 운에 맡겨 두세요설령 걸려든다고 해도 결국은 잘될 거예요. 언제냐가 문제누구나 한 번은 속게 마련이잖아요." "결혼 문제에서는 꼭 그런 건 아냐. 메리." "결혼 문제에서는 더더욱 그렇지요. 이미 결혼한 분들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언니, 여자든 남자든 속지 않고 결혼하는 사람은 백에 하나도 안 될걸요. 어디를 보나 온통 그런사람들뿐인걸요. 사실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어요. 세상의 온갖 거래 중 상대방한테는 가장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 자기는 가장 부정직하게 나오는 게 결혼이니까요." "세상에! 힐가(街)15)에서 결혼에 대해 아주 안 좋은 것만 배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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