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도 모두 각자의 본성, 습관, 조건, 목적 등에 따라 행동했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허영에 차고, 기뻐하고, 분개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또그것이 자신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들 모두가 의지를갖지 않는 역사의 도구였으며,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이해가 될 일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실제로 활동하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불변의 운명이고, 인간사회에서 계급이 높을수록 자유는줄어든다.
이제 1812년에 행동했던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 그 지위를 떠났고,
그들의 개인적인 이해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당시의 역사적인 결과만 우리 앞에 남았다.
하지만 만약 나폴레옹 지배하의 유럽 사람들이 러시아 땅 깊숙이 들어가 거기서 멸망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그전쟁에 참가한 자들의 자기모순에 찬 무의미하고 잔인한 행동을 쉽게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섭리는 이 모든 사람이 각자 개인의 목적을 달성하는 동시에 누구 한사람도(나폴레옹도, 알렉산드르도, 전쟁에 참가했던 다른 사람들도 물론) 기대하지 못했던 하나의 커다란 성과의 실현에 협력하도록 했다.
이제 우리는 1812년에 프랑스군이 파멸한 원인을 명백히 알 수 있다.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파멸한 것은 한편으로는 그들이 겨울 원정준비도 없이 이미 늦은 때에 러시아 땅 깊숙이 침입했기 때문이고, 또한편으로는 러시아의 모든 도시가 소각되고, 그들이 불러일으킨 러시아 민중의 적개심으로 생긴 전쟁의 성격 때문이었데 대해서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 P156

페테르부르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동안 프랑스 군대는 이미 스몰렌스크를 통과하고 차차 모스크바로 접근하고 있었다. 나폴레옹의역사가 티에르는 다른 나폴레옹 역사가들처럼 자신의 영웅을 정당화하려 애쓰며, 나폴레옹은 본의 아니게 모스크바의 성벽으로 끌려들었다고 썼다. 그는 역사적 사건의 설명을 한 인간의 의지에서 구하려는 다른 모든 역사가와 마찬가지로 옳고, 또한 러시아 지휘관들의 책략에 의해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로 끌려들었다고 하는 러시아 역사가들과 마찬가지로 옳다. 여기에는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을 후에 일어나는 어떤 사건의 준비라고 생각하는 소급(역행)의 법칙 외에도 모든일을 뒤엉키게 하는 상관성이 있다. 경기에 진 훌륭한 체스 기사는 자신의 패인을 하나의 실수 때문이었다고 진심으로 믿고 승부 초반에서그것을 찾아보려 하지만, 그는 모든 수에서 같은 실수를 했고, 완전한수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잊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실수는 오직 그에게만 눈에 잘 띄는데, 그건 상대방이 그 실수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전쟁이라는 승부는, 시대라는 일정한 조건 아래서 하나의인간의 의지가 생명이 없는 기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셀 수 없이다양한 자의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모든 결과이므로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 P205

라브루시키는 이것을 알아채고 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그가 누군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말했다.
"입니다. 당신들 쪽에 보나파르트라는 사람이 있고, 그가 전 세계를I정복했다는 걸.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를 겁니다......"
는 이렇게 말했는데, 말끝에 왜 뽐내는 듯한 애국심이 튀어나왔는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통역은 마지막 부분을 생략하고 나폴레옹에게 전했고, 보나파르트는 미소지었다. "젊은 카자크는 위대한 대화자를 미소짓게 했다"고 티에르는 기록했다. 말없이 몇 걸음 나아가다나폴레옹은 베르티에를 돌아보고, 이 돈 강의 아들과 이야기하고 있는사람이 바로 그 황제이고, 승리에 빛나는 불멸의 이름을 피라미드 위에 새긴 황제인 것을 알리면 돈 강의 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보고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전달되었다.
라브루시키는(나폴레옹이 자기를 놀래주려 하고, 자기가 깜짝 놀랄거라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알았으므로) 새 주인의 기분을 맞추려고 곧바로 깜짝 놀란 시늉을 하며 눈을 크게 떴는데, 채찍을 맞으러 끌려갈 때 으레 짓던 표정이었다. - P208

때 으레 짓던 표정이었다. "나폴레옹의 통역이" 하고 티에르는 썼다.
"이 말을 전한 순간, 카자크는 멍하니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동방의스텝을 넘어 그 영명을 떨치던 정복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을 몰고 갔다. 갑자기 수다스러움은 사라지고, 순진하고, 말없는 경이의 감정으로 변했다. 나폴레옹은 그에게 상을 주고, 마치 새가 태어난 들판으로 새를 놔주듯 그에게 자유를 주었다." - P209

그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대고 움직였다.
"나는 밤새도록 널 불렀다" 그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신 줄 알았으면..."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전 들어오기가 두려웠어요."
그는 딸의 손을 꼭 쥐었다.
"자지 않았어?"
"네. 자지 않았어요." 공작영애 마리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를 따라하며, 같은 말투로, 마치 혀가 잘 움직이지 않는 듯이 그저 몸짓으로 말하려고 했다.
"내 사랑・・・・・・ 또는 내 친구......" 공작영애 마리야는 알아듣지못했지만, 그가 분명 여태까지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는 부드럽고애정이 넘치는 말을 했다는 것을 그의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왜 와주지 않았니?"
‘그런데도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 공작영애 마리야는 생각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고맙다 얘야.. 내 딸, 내 친구・・・・・・ 전부 다. 전부 다…………… 미안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고맙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흘러내렸다. "안드류샤를 불러다오." 그는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는데,
이 부탁을 하는 그의 표정은 어딘가 아이같이 겁먹고 의심스러운 빛을띠었다. 그도 이 부탁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적어도 공작영애 마리야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오빠에게 편지를 받았어요." 공작영애 마리야는 대답했다.
그는 놀라고 겁먹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 P217

"알겠습니다." 드론은 대답했다.
하코프 알마티치는 더이상 압박하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농민들을 다스려왔고, 그들을 복종시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들이 복종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임을 알고 있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하는 순종적인 대답을 듣고 야코프 알파티치는 일단 만족했지만, 군대의 협력 없이는 도저히 짐마차를 모을수 없겠다고 의문을 넘어 거의 확신했다.
저녁때가 되어도 짐마차는 모이지 않았다. 마을 선술집에서 다시 집회가 열리고, 그 자리에서 농민들은 말은 숲으로 놓아주고 짐마차는제공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알파티치는 이에 대해 공작영애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리시예 고리에서 온 말에서 자기 짐을 내리고 그말을 공작영애 마차에 채우라고 명령하고는 경찰서장에게 갔다. - P228

그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대고 움직였다.
"나는 밤새도록 널 불렀다......" 그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신 줄 알았으면......"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전 들어오기가 두려웠어요."
그는 딸의 손을 꼭 쥐었다.
"자지 않았어?"
"네. 자지 않았어요." 공작영애 마리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를 따라하며, 같은 말투로, 마치 혀가 잘 움직이지 않는 듯이 그저 몸짓으로 말하려고 했다.
"내 사랑..
또는 내 친구.. 공작영애 마리야는 알아듣지못했지만, 그가 분명 여태까지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는 부드럽고애정이 넘치는 말을 했다는 것을 그의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왜 와주지 않았니?"
‘그런데도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 공작영애 마리야는 생각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고맙다 얘야...... 내 딸, 내 친구・・・・・・ 전부 다. 전부 다…………… 미안고맙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흘러내렸다. "안드류샤를 불러다오." 그는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는데,
이 부탁을 하는 그의 표정은 어딘가 아이같이 겁먹고 의심스러운 빛을띠었다. 그도 이 부탁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적어도 공작영애 마리야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오빠에게 편지를 받았어요." 공작영애 마리야는 대답했다.
그는 놀라고 겁먹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제2부 217 - P217

그러자 공작영애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감사와 상냥함으로 넘치는 표정으로 그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감사할 것 없다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기는커녕 그가 와주지 않았다면자신은 분명히 폭도와 프랑스군에게 피살됐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가너무나 분명하고 끔찍한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구출하려 했다는 데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며, 그것보다 더욱 명백했던 것은, 그가 그녀의 상황과 슬픔을 이해해주는 고결하고 숭고한 영혼의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울어서 눈이 부은 그녀가 자신의 상실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함께 눈물지어주던 그의 친절하고 정직한 눈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와 작별하고 혼자 남자 공작영애 마리야는 갑자기 눈물이 고이는것을 느꼈고, 그러자 곧,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묘한 의문이 떠올ㄹ랐다 - P254

조프와 대면한 이후 전황 전체에 대해서도, 또 그것을 맡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도 안심하며 연대로 돌아갔다. 이 노인 안에 사적인 것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고, 마치 욕망들의 습성만, 지성(사건들을 그룹지어 결론을 내리는) 대신 사건의 경과를 차분히 관찰하는 능력만 남은것처럼 보일수록 안드레이 공작은 모든 일이 마땅히 되어야 할 대로되어갈 거라 더욱 안심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자기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해내거나 계획하지 않는다.‘ 안드레이공작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듣고, 모든 것을 기억하고,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유익한 일은 절대 방해하지 않고, 해로운 것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의지보다 강하고 더 중요한 것, 즉 사건의 필연적인 경과를 알고, 그것을 볼 수 있고,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그 관점에서 사건에 참가하기를 피할 수도 있고 다른 데로 돌려진 자신의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고 안드레이 공작은 생각했다. ‘그를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장리스의소설을 읽고 프랑스 속담을 인용해도 러시아 사람이기 때문이고, "그렇게까지 되었나!"라고 할 때의 목소리가 떨리고 "놈들에게도 말고기를 먹여주겠어!"라고 할 때 울먹였기 때문이다. ‘쿠투조프가 총사령관으로 선택됐을 때 궁정의 의견에 반해 국민들에게 나타난 의견 일치와일반의 찬동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많은 이들이 막연하게 느끼던 이감정이 토대가 된 것이었다. - P269

황제가 모스크바에서 떠난 뒤 모스크바의 생활은 예전과 똑같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고, 이 생활이 전과 다름없었기 때문에 애국적인감격과 영광에 찼던 며칠을 상기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러시아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도, 영국클럽 회원들이 어떠한 희생도 각오한 조국의 아들들이기도 하다는 것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황제가 모스크바에 머문 동안 온 도시를 열광하게 했던 감격에 찬 애국심을 상기시키는 것은 오로지 인원과 금전을 기부하라는 요구뿐이었는데, 이 요구는 갑자기 법률적이고 공적인 형태가 되어 아무래도 피할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닥쳐오는 커다란 위험을 알아챈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것처럼, 적이 모스크바로 접근해 오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상황에 대한 모스크바사람들의 생각은 조금도 진지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경박해졌다. 위험이 닥쳐오면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으레 두 개의 목소리가 똑같이 강하게 말하기 시작하는데, 하나의 목소리는 위험의 성질을 잘 파악해 벗어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무척 이성적으로 말하고, 또하나의 목소리는 모든 것을 예견하고 사건의 전반적인 움직임에서 달아나는 것은인간의 힘에 부치고 위험을 생각하는 것은 괴롭고 고통스러우니 그것이 눈앞에 닥칠 때까지는 외면하고 즐거운 일만 생각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더욱 이성적으로 말한다. 혼자일 때 인간은 대개 첫번째 목소리에 따르지만, 집단사회는 두번째 목소리에 따른다. 지금 모스크바 시민의 경우가 그랬다. 모스크바가 이해만큼 흥겨웠던 적은 오래도록 없270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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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고, 군대에 진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전쟁은 없었을 것이고,
하사 전원이 재복무를 원하지 않았더라도 역시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영국의 음모가 없고, 올덴부르크 대공이 없고, 알렉산드르가 모욕을 느끼지 않고, 러시아에 전제 권력이 없고, 프랑스혁명과 뒤이은 독재와 제정시대가 없고, 거슬러올라가 프랑스혁명을 유발한 여러 원인이, 기타 등등이 없었다면 역시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원인 중하나만 빠졌어도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원인수십억 가지 원인은 사건을 유발하며 우연히 동시에 겹친 것이다.
따라서 사건의 특정한 원인이란 없으며,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일어난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몇 세기 전 인간 무리가 자신과 유사한 자들을 죽이면서 동에서 서로 이동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수백만의 인간이자신의 인간다운 감정과 이성을 버리고 서에서 동으로 전진하며 자신과 유사한 자들을 죽여야만 했던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느냐 일어나지 않느냐가 그들의 말 한마디에 달린 것같았던 나폴레옹과 알렉산드르의 행동도, 제비뽑기나 소집으로 출정한 개개 병사의 행동만큼이나 거의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드르 (사건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되던 사람들)의 의지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상황이 겹쳐야 하고 그중 하나라도 빠지면 사건은 일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실행할 힘을 지닌 수백만이, 총을 쏘고 양식과 대포를 운반하는 병사들이, 일개인에 지나지 않는 약한 인간들의 의지의 이행에 동의하고,
복잡하고 다양한 무수한 원인에 이끌려 그 일에 유입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 P16

역사에서 운명론은 불합리한 현상(즉 우리가 그 합리성을 이해하지못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상의 이러한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 할수록 그것은 더욱 우리에게 불합리하고 불가해한 것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개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유를 행사하고, 자신을 위해 살고, 자신은 지금 어떤 행위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 존재로 느끼지만, 그 행위를 실행하자마자 시간의 흐름속 어느 시점에서 실행된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고, 자유를 잃어버리며, 미리 정해진 의미만을 지닌, 역사의 소유가 된다.
인간에게는 양면의 생활이 있는데, 하나는 생활의 흥미가 추상적일수록 자유로워지는 개인적 생활이고, 또하나는 자기에게 정해진 법칙을 좋든 싫든 실행해야 하는 자연력이 행사되는 집단적 생활이다.
인간은 의식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 생활하지만, 역사적이고 전인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무의식적인 도구 역할을 한다. 일단 실행된 행위는 돌이키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른 이의 무수한 행위와 합쳐지미 역사적 의미를 띠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단계의 높은곳에 설수록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을수록 다른 사람에 대해 더 큰권력을 갖게 되고, 또 개개 행동의 숙명과 필연성이 더 명백해진다.
‘왕들의 마음은 하느님의 손아귀에 있다.
왕은 역사의 노예다.
역사, 즉 인류의 무의식적, 전체적, 집단적 생활은 왕의 생활의 매순간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자신을 위해 이용한다. - P17

때문일까, 바람이 흔들기 때문일까. 아니면 밑에 서 있는 사내아이가먹고 싶어하기 때문일까?
어느 것도 원인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생명이 있는, 유기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의 모든 조건이 일치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이 세포질의 분해 등등 때문이라고 하는 식물학자나, 내가 먹고 싶어 떨어지라고 빌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나무 밑의 사내아이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 간 것은 그가 그것을 바랐기 때문이고, 그가 패망한 것은 알렉산드르가 그의 패망을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갱도가 뚫려 몇만 푸드나 되는 산이 무너지는 것이 마지막 갱부의 마지막곡괭이질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옳기도 하고 옳지 않기도 한 것이다. 역사상의 사건에서 이른바 위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그 사건에명칭을 부여하는 라벨이며, 원래 라벨이라는 것이 그렇듯 사건 그 자체와는 가장 관계가 적다.
자기 자신에게는 자유로운 것이라 생각되던 영웅들의 모든 행위도역사적 의미에서 보면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전체와 관련되어 있고, 개벽 이전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 P19

어지럽히는 익사하게 된 창기병들을 이따금 불만스러운 듯 바라보며함께 걷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서 모스크바의 스텝에 이르는 세계 곳곳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가 언제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자기망각의 무분별로 몰아넣는다 믿었고, 이 신념은 그에게 조금도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말을 끌고 오게 해 숙사로 돌아갔다.
구조선이 출동했으나 병사는 40명 남짓 익사했다. 대부분은 원래 있던 강변으로 다시 밀려왔다. 강을 헤엄쳐 간신히 건너편 기슭에 기어오른 것은 연대장과 병사 몇 명뿐이었다. 그들이 흠뻑 젖어 물을 뚝뚝떨어뜨리며 기어올라 나폴레옹이 있던 곳을 감격에 찬 눈으로 바라보며 "비바!" 하고 외쳤을 때, 그는 이미 그곳에 없었지만 그들은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날 밤 나폴레옹은 두 개의 명령 사이에 하나는 러시아에 가지고들어가려고 준비한 러시아 위조지폐를 되도록 빨리 보내라는 것이고,
또하나는 가지고 있던 서한을 빼앗겨 프랑스군에 내려진 명령 정보를발각되게 한 작센인 병사를 총살하라는 것이었다-세번째 명령을 내렸는데, 불필요하게 강에 뛰어든 폴란드인 연대장을 나폴레옹 자신이지휘하는 명예 연대(Légion d‘bonneur)로 편입시키라는 것이었다.
신은 파멸시키려는 사람에게서 먼저 이성을 빼앗는다. - P24

리 국민의 피를 흘리게 하려던 마음을 되돌리고 러시아 땅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데 동의하신다면, 나는 모든 일을 불문에 부칠 것이며,
그럼으로써 상호간의 협정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 나는 우리가 어떤 도발도 하지 않았던 이 공격을 부득이 격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인류를 새로운 전화에서 벗어나게 할 가능성은 아직 폐하의 손에 있습니다.
경백(서명) 알렉산드르6월 13일 새벽 두시, 황제는 발라쇼프를 불러 나폴레옹에게 보낼 서한을 읽어주고 나서, 이 서한을 직접 프랑스 황제에게 전하라고 명령했다. 황제는 발라쇼프를 보내기 전에, 무장한 적병이 한 명이라도 러시아 땅에 남아 있는 한 강화를 맺지 않겠다는 말을 다시 되풀이했고,
이 말을 반드시 나폴레옹에게 전하라고 명령했다. 황제는 나폴레옹에게 보내는 서한에는 이 말을 적지 않았고, 그것은 강화 교섭의 마지막시도에서는 적절치 않다는 것을 타고난 기민함으로 느꼈기 때문인데,
그러면서도 발라쇼프에게는 나폴레옹에게 직접 이 말을 전하라고 명령했다. - P30

공작영애 마리야는 하루만 더 기다려달라고 청하며, 그가 아버지와풀지 않고 떠나면 아버지가 얼마나 불행해질지 안다고 말했지만, 안드레이 공작은 자신은 아마 머지않아 군대에서 돌아올 것이고 아버지한테는 편지를 꼭 쓰겠지만, 지금은 이 이상 머물면 불화만 키울 뿐이라고 대답했다.
"안녕, 앙드레! 불행은 하느님이 내리시는 것이 인간에게는 결코죄가 없다는 걸 잊지 마요." 이것이 그가 누이와 작별 인사를 할 때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다!‘ 리시예 고리의 집 가로길을 마차를 타고 나오면서 안드레이 공작은 생각했다. ‘저애는, 가엾고 순진한 저 존재는 노망한 노인의 희생물로 남아 있다. 노인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을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내 아들은 자라면서 인생을즐기고 있지만,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생 속에서 속기도 하고 속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군대에 간다. 왜? 그것은 나도 모른다.
내가 경멸하는 인간을 만나길 바라고, 그자에게 나를 죽이고 비웃을기회를 주려는 것인지도!‘ 생활의 조건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전에는 그것이 서로 굳게 결합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뿔뿔이흩어져 있었다. 그저 무의미한 현상들이 아무 맥락도 없이 안드레이공작의 눈앞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 P63

원래 빈정거리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의 풀은 이날 자기가 없는 사이에 진지를 시찰하고 감히 그것에 대해 비판했다는 것 때문에 유달리화가 나 있었다. 안드레이 공작은 아우스터리츠의 기억 덕분에 이 짧은 만남만으로도 그에 대한 명확한 관념을 포착했다. 풀은 부정적이고, 확고부동하고, 순교적이리만큼 자신만만한 독일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는데, 왜냐하면 추상적인 관념-과학, 즉 자기가 완전한 진리를안다는 환상 위에 서서 자신감을 갖는 건 독일인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인이 자신감을 갖는 건 자기가 지력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또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에 대해서도 자기가 절대적 매력을 지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국인이 자신감을 갖는 건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잘정비된 나라의 국민이므로 영국인으로서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알고 또 자기가 하는 일은 전부 의심의 여지 없이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인의 자신감은 이 민족이 쉽게 흥분하고,
자기도 남도 잘 잊어버린다는 데서 온다. 러시아인의 자신감은 자기는아무것도 모르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는, 말하자면 무엇인가를 완전히알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데서 온다. 독일인의 자신감은 그림가장 나쁘고, 가장 완고하고 또 가장 역겨운데, 독일인은 자기야말로진리, 즉 과학을 알고 있다고 망상하고, 자기가 생각한 과학을 절대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풀도 확실히 그런 인물이었다.  - P76

에 찬 그 우매한 얼굴을 기억한다. 훌륭한 사령관에게는 특별한 자질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랑이니 시정이니부드러움이니 철학적 탐구에 의한 회의 같은 가장 고매한 인간의자질은 없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령관은 시야가 좁고, 자신이 하는 일이 몹시 중요하다고 확신해야 하며(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용감한 사령관이 될 수 있다. 보통 사람처럼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동정하거나,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들이 권력자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그들을 위해천재론이 위조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전투의 승리에 기여하는것은 그들이 아니라 대오 속에서 틀렸다! 혹은 우라! 하고 외치는 자들이고, 이러한 대오 속에서야말로 나는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확신을가지고 근무할 수 있는 것이다!‘
안드레이 공작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이렇게 생각했고, 파울루치가 그를 불러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모두 흩어지고 있었다.
이튿날 사열 때 황제는 안드레이 공작에게 어디서 근무하고 싶은지물었고, 안드레이 공작은 황제 측근에 머물기를 바라지 않고 실전 부대 근무를 청원했기 때문에 궁정 세계에서 살아갈 길을 스스로 영원히잃어버렸다. - P84

로스토프는 전투 때 부대의 군마가 아니라 카자크 말을 타는 자유를스스로에게 허락하고 있었다. 말을 잘 알고 좋아하는 그는 얼마 전 민한돈산의 큰 밤색 말을 얻었는데, 이 말을 타면 아무도 그를 앞지르지 못했다. 이 말을 타는 것은 로스토프의 즐거움이었다. 그는 이 말과 아침과 군의관의 아내를 생각했고, 눈앞에 닥친 위험에 대해서는생각하지 않았다.
전에는 전투에 나갈 때마다 무서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 공포감은전혀 느끼지 않았다. 그가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은 포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니라(위험에 익숙해질 수는 없다) 위험에 직면했을 때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전투에 나갈 때, 다른 어떤 것보다 흥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 즉 눈앞에 닥친 위험을 제외한 다른온갖 것을 생각하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군문에 들어와 처음 얼마 동안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소심함을 아무리 나무라도 그럴 수 없었으나, 해가 지나면서 저절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지금 일리인과나란히 자작나무 길을 나아가면서 손에 닿는 잎사귀를 가지에서 뜯기도 하고, 말의 사타구니에 발을 대보기도 하고, 다 피운 파이프를 뒤따라오는 경기병에게 돌아보지도 않고 건네주기도 하면서 마치 그냥 말을 타러 나온 사람처럼 침착하고 여유로웠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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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일까. 바람이 흔들기 때문일까, 아니면 밑에 서 있는 사내아이가먹고 싶어하기 때문일까?
어느 것도 원인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생명이 있는, 유기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의 모든 조건이 일치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이 세포질의 분해 등등 때문이라고 하는 식물학자나, 내가 먹고 싶어 떨어지라고 빌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나무 밑의 사내아이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 간 것은 그가 그것을 바랐기 때문이고, 그가 패망한 것은 알렉산드르가 그의 패망을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갱도가 뚫려 몇만 푸드나 되는 산이 무너지는 것이 마지막 갱부의 마지막곡괭이질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옳기도 하고 옳지 않기도 한 것이다. 역사상의 사건에서 이른바 위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그 사건에명칭을 부여하는 라벨이며, 원래 라벨이라는 것이 그렇듯 사건 그 자체와는 가장 관계가 적다.
자기 자신에게는 자유로운 것이라 생각되던 영웅들의 모든 행위도역사적 의미에서 보면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전체와 관련되어 있고, 개벽 이전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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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한 느낌을 주었다면, 나타샤는 처음으로 살결을 드러낸, 누구나 다이렇게 하는 거라고 일러주지 않았다면 자못 부끄러워했을 것 같은 소녀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안드레이 공작은 본래 춤을 좋아하는데다가, 사람들이 그에게 걸어•오는 정치적이고 지적인 대화에서 벗어나고 싶고, 황제의 참석으로 조성된 이 혼미하고 난처한 공기를 깨버리고 싶어 춤추러 나선 것이었는데, 피에르가 추천하고 또 처음 그의 눈에 띈 미인이라 선택했을 뿐인나타샤의 가냘프고 민첩하고 떨리는 몸을 껴안고 있는 사이, 바로 앞에서 움직이며 바로 앞에서 미소짓는 그녀의 매력이 내뿜는 와인이 그의 머리를 때렸다. 그녀와 떨어져 한숨 돌리며 춤추고 있는 사람들을바라보았을 때, 그는 활기 넘치는 젊음을 되찾은 자신을 느꼈다.
안드레이 공작에 뒤이어 보리스가 나타샤에게 다가와 춤을 청했고,
맨 처음 춤을 시작한 그 무도가인 부관이 왔고, 그 밖에도 여러 젊은이가 몰려오자 나타샤는 넘치는 신청을소냐에게 넘겨주고, 행복하고 상기된 얼굴로 밤이 깊도록 멈추지 않고 춤을 추었다. 그녀는 이날 무도회에서 자신이 모두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고, 관심을두지도 않았다. 황제가 프랑스 공사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것도,
그가 어느 귀부인과 유달리 부드럽게 대화한 것도, 황태자들이 뭘 하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엘렌이 굉장한 평판을 받으며 어떤 사람 - P322

껴지고 놀라울 정도여서, 결국 안드레이 공작도 만찬 초대를 거절할수 없었다. ‘그래, 정말 선량하고 훌륭한 사람들이다.‘ 볼콘스키는 생각했다. ‘물론 그들은 나타샤 속에서 빛나고 있는 보물을 털끝만큼도이해 못하지만, 시적이고도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돋보이게 하는 실로 완벽한 배경이 되는 사람들이다!‘
안드레이 공작은 나타샤 속에 그와 전혀 인연이 없는 특별한 세계,
그에게는 미지인 희열이 넘치는 세계, 언젠가 오트라드노예의 가로숫길과 달밤의 창가에서 그를 몹시 초조하게 만들었던 별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세계도 그를 초조하게 만들지 않았고 낯선 세계도 아니었으며, 그는 그 세계에 들어가 그 속에서 자신을 위해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고 있었다.
식사 후 나타샤는 안드레이 공작의 요청으로 클라비코드 쪽으로 다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창가에 서서 여자들과이야기를 나누며 노래를 들었다. 가사를 듣던 안드레이 공작은 갑자기입을 다물었고, 뜻하지 않은 눈물이 솟구치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는데, 이 눈물의 중요성을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노래하는 나타샤를바라보았고, 마음속에 새로운 행복 같은 것이 샘솟았다. 그는 행복한동시에 슬펐다. 울 일은 전혀 없었지만,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이게 무엇일까? 옛사랑? 몸집이 작은 공작부인? 자기환멸?......
미래에 대한 기대?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가 울고 싶어진 중요한 이유는 그의 마음속에 있는 한없이 위대하고 포착하기 어려운 무언가와그 자신과 그녀에 의해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좁고 육체적인 무언가 사이에 가로놓인 무서운 모순이 느닷없이 생생하게 자각됐기 때문 - P333

이었다. 이 모순은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를 괴롭혔고, 기쁘게도 했다.
나타샤는 노래를 끝내자 곧 그의 곁으로 오더니, 내 목소리가 마음에드세요? 하고 물었다. 그녀는 물은 뒤에야 이런 것을 물으면 안 된다고깨닫고 당황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고, 그녀의노래는 그녀가 하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에 든다고 대답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밤늦게 로스토프가에서 나왔다. 그는 습관대로 잡자리에 누웠지만 이내 자신이 잠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촛불을 켜고 침대에 앉아보기도 하고 일어서보기도 하고 다시 누워보기도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 것이 조금도 괴롭지 않았고 마치 숨막히는 방에서 자유로운 세계로 나온 것처럼 마음은 기쁨과 새로움으로 가득했다. 로스토바에게 반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녀에 대해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모습을 잠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인생 전체가 새롭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인생이, 기쁨으로 충만한모든 인생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데, 나는 이 막히고 비좁은 틀 안에서무엇을 두려워하고 조바심내고 있을까?‘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는오랜만에 미래의 행복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적당한 양육자를 구해 아들의 교육을 일임하기로 결정했고, 사임하고 외국으로 나가영국과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둘러보고 오기로 마음먹었다. ‘젊음과 체력이 이토록 넘치게 느껴질 때 나는 내 자유를 누려야 한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고했던 피예르의 말은 진리이고, 나도 지금은 그것을 믿는다. 죽은 자를묻는 일은 죽은 자에게 맡겨야 하며, 생명이 있는 한 살아서 행복해져 - P334

‘이게 정말 내가 맞을까. 그 말괄량이 소녀가 맞을까(모두들 나에 대해 그렇게 말하니까. 나타샤는 생각했다. ‘내가 정말 이 순간부터, 내아버지도 존경하는 이 사람과, 지금까지 나와 아무런 인연도 없었던친절하고 총명한 이 사람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 아내가 되는 걸까? 정말그것이 사실일까? 이제부터는 인생을 장난처럼 살 수 없어. 나는 이제 어른이니까 앞으로는 내 모든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겠지? 아, 내게 뭘 물으셨는데?‘
"아니요" 하고 그녀는 대답했으나 실은 뭘 물었는지 몰랐다.
"미안하지만." 안드레이 공작은 말했다. "당신은 너무 젊고, 나는 이미 삶을 많이 경험했죠. 나는 당신이 걱정됩니다. 당신은 자기 자신을모르니까요."
나타샤는 주의를 집중해서 들었지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 행복을 연기하는 이 일 년은 내게 무척 괴롭겠지만, 안드레이공작은 말을 이었다. "당신에게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1니다. 부디 일 년 뒤에 내게 행복을 주길 바라지만, 나는 우리의 약을 비밀에 부칠 것이며, 당신은 자유로운 몸이니 만약 나를 사랑해않는다는 확신이 서거나 혹시 다른 사람을…………" 안드레이 공작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그런 말을 하세요?" 나타샤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당처음 오트라드노예에 오셨던 그날부터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지시잖아요." 그녀는 자기가 하는 말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으며 말했
"일년 동안 당신은 자신을 알게 될 겁니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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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부모들은 공부 자체를 거의 신성시한다. 공부하는 것은 무조건 좋고 선한 것이며, 공부 안 하고 노는 것은 악한 행동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공부하는 것이 선이 아니라, 무엇이든 제대로 - P289

하는 것이 선이다. 노는 것이 진정 아이를 행복하게 한다면 그것도악이 아니라 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노는 것 자체에괜한 죄의식을 느낀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무언가 큰 잘못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려서부터 놀지 말고 공부하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노는 것은 피해야 하는 즐거움이고공부는 참아야 할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발휘하기란 힘들다. 공부가 찾아서 하고 싶은 즐거움이 되어야 잘할 수 있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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