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반응도 하지 않은 채 그 사람은 물끄러미 나를 건너다보았어. 그때 내가 느낀 이상한 절망을 너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여자의 침묵에는 두려운 데가, 어딘가 지독한 데가 있었어. 오래전죽은 삐비의 몸을 하얀 가제수건에 싸려고 들어올렸을 때⋯⋯⋯⋯ 우리가 얼어붙은 숟가락으로 파낸 작은 구덩이 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 P77

세계는 환이고 산다는 건 꿈꾸는 것이다. 라고 그때 문득 중얼거려보았다.
그러나 피가 흐르고 눈물이 솟는다. - P71

잘생긴은하지만 믿을 수 있겠니. 매일 밤 내가 절망하지 않은 채 불을 끈다는 걸. 동이 트기 전에 새로 눈을 떠야 하니까. 더듬더듬 커튼을걷고, 유리창을 열고, 방충망 너머로 어두운 하늘을 봐야 하니까. - P83

오직 상상 속에서 얇은 점퍼를 걸쳐입고 문 밖으로 걸어나갈 테니까. 캄캄한 보도블록들을 한 발 한 발 디디며 나아갈 테니까. 어둠의 피륙이 낱낱의 파르스름한 실이 되어 내 몸을, 이 도시를 휘감는광경을 볼 테니까. 안경을 닦아 쓰고, 두 눈을 부릅뜨고 그 짧은 파란 빛에 얼굴을 담글 테니까. 믿을 수 있겠니. 그 생각만으로 나는가슴이 떨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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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차리기의 경험을 경험의 전면으로 나오게 하고, 생각,
이미지, 느낌, 감각 지각이 배경으로 물러서게 하십시오. 순수한 알아차리기의 경험에 주목하십시오. 누구나 바라는 평온함과 행복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알아차림을 알아차리십시오. - P52

온함이며, 마음의 활동 여부와는 상관이 없고, 오히려 그에앞서는 평온함입니다. 즉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passethunderstanding‘ 평온함입니다.5경험하는 중에 발생하는 어떤 것도 알아차림의 경험을 늘리거나 줄이지 못합니다. 영화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스크린에는 아무것도 추가하거나 없애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알아차리기는 지식을 습득하거나 특정 경험을 한다고 해서 결코 강화되지도 않고 손상되지도 않습니다. 알아차리기는 경험에서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특정 경험으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않으며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알아차림은 그 자체로 온전하며 완전하고 충족되어 있습니다. 알아차림의 본질이란 행복 그 자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행복은 마음, 몸, 세계의 상태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모든 상태, 환경,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독립적이고 이유 없는 기뿐입니다.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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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몰래 공부를 하겠다는 건지 그때 너는 궁금했다. 저렇게조그만 등으로, 참고서를 펼치면 가려지기나 할까, 두평도 안되는 단칸방에서 정대도 일찍 자는 게 아니라 밤늦게까지 숙제를 하는데.
그렇게 잠깐 궁금했을 뿐인데, 그후로 자꾸 떠올랐다. 잠든 정대의 머리맡에서 네 교과서를 펼칠 통통한 손. 조그만 입술을 달싹여외울 단어들. 세상에, 너는 머시매가 어쩌면 이렇게 착실하냐......
생글거리던 눈, 고단한 미소. 부드러운 천으로 겹겹이 손끝을 감싼것 같은 노크 소리. 그것들이 가슴을 저며 너는 깊은 잠을 이루지못했다. 새벽에 그녀가 걸어나오는 기척, 펌프로 물을 길어 세수를하는 소리가 들리면 너는 이불을 둘둘 말고 문 쪽으로 기어가 잠에 취한 눈을 감은 채 귀를 기울였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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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겠다! 나의 고용주 바스케스 사장은 바로 ‘인생‘이다. 지루하고 불가피하고 고압적이며 속을 헤아릴 수 없는 인생. 이 진부한 인물이야말로 인생의 진부함을 의미한다. 겉에서 볼 때 바스케스는 나에게모든 것이다. 왜냐하면 나에게 인생은 모두 겉으로 보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라도레스 거리에 있는 이 사무실이 내게 인생을 의미한다면, 같은거리의 내가 살고 있는 이층 방은 예술을 의미한다. 그래, 예술, 인생과 같은 거리에 살되 주소는 다른 예술. 나를 삶에서 해방시켜주지만산다는 것 자체에서 해방시켜주지는 못하고, 인생과 마찬가지로 지루하기 짝이 없으며, 단지 다른 장소에 있을 뿐인 예술. 그렇다, 나를 위해 도라도레스 거리는 모든 사물의 의미와 모든 수수께끼의 해답을 품고 있다. 단, 왜 수수께끼가 존재하는가 하는 결코 해답이 있을 수 없는 수수께끼는 제외하고.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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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단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잊기 위해 밀짚을 엮는 죄수라기보다는 그저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매개에 수를 놓는 소녀에 가깝다.
인생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가는 마차를 기다리며 머물러야하는 여인숙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이 여인숙에 머물며 기다려야만 하니 감옥으로여길 수도 있겠고, 여기서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사교장으로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참을성 없는 사람도 평범한 사람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 여인숙을 감옥으로 여기는 건 잠들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방안에 누워 있는 이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사교장으로 여기는건 음악 소리와 말소리가 편안하게 들려오는 저쪽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들에게 넘긴다. 나는 문가에 앉아 바깥 풍경의 색채와 소리로눈과 귀를 적시며 마차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만든 유랑의 노래를 천천히 부른다.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밤이 오고 마차가 도착하리라. 나에게 주어진산들바람을 즐기고, 그렇게 즐길 수 있도록 주어진 내 영혼을 즐길 뿐더이상 묻지도 찾지도 않는다. 내가 여행객들의 책에 적은 글을 언젠가 다른 이들이 읽고 나처럼 경치를 감상하며 즐거워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만약 아무도 읽지 않거나 읽었으나 누구 하나 즐거워하지 않는다 해도 무방하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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