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알겠다! 나의 고용주 바스케스 사장은 바로 ‘인생‘이다. 지루하고 불가피하고 고압적이며 속을 헤아릴 수 없는 인생. 이 진부한 인물이야말로 인생의 진부함을 의미한다. 겉에서 볼 때 바스케스는 나에게모든 것이다. 왜냐하면 나에게 인생은 모두 겉으로 보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라도레스 거리에 있는 이 사무실이 내게 인생을 의미한다면, 같은거리의 내가 살고 있는 이층 방은 예술을 의미한다. 그래, 예술, 인생과 같은 거리에 살되 주소는 다른 예술. 나를 삶에서 해방시켜주지만산다는 것 자체에서 해방시켜주지는 못하고, 인생과 마찬가지로 지루하기 짝이 없으며, 단지 다른 장소에 있을 뿐인 예술. 그렇다, 나를 위해 도라도레스 거리는 모든 사물의 의미와 모든 수수께끼의 해답을 품고 있다. 단, 왜 수수께끼가 존재하는가 하는 결코 해답이 있을 수 없는 수수께끼는 제외하고. - P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