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는 한번 욕을 내뱉기 시작한 뒤 아무런 저항에 부딪히지 않자,
어떤 종류의 인간들에게서 늘 볼 수 있는 모습처럼, 점차 자제력을 완전히 잃어갔다. 조금만 더 내버려두면 침이라도 뱉기 시작할 정도로그는 이미 미치광이처럼 노기등등했다. 하지만 바로 이 광포한 분노때문에 그는 눈이 멀어 있기도 했다. 그렇지 않았던들 자기가 그토록멸시하는 이 ‘백치‘가 때로는 무언가를 너무도 빠르고 세심하게 이해할뿐더러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전달할 줄 안다는 사실에 벌써부터주의를 기울였을 터였다. 그러나 이때 갑자기 뭔가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당신한테 말해둘게 있습니다. 가브릴라 아르달리오노비치." 공작이불쑥 입을 열었다. "나는 전에는 정말로 건강이 매우 안 좋아서 사실 거의 백치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젠 이미 오래전에 회복됐고, 그래서나에게 맞대놓고 백치라고 부르면 조금 불쾌합니다. 당신이 겪고 있는실패를 고려하면 양해해줄 수도 있지만, 당신은 홧김에 벌써 두어 번이나 나한테 욕을 했습니다. 나는 이런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특히 당신처럼 처음부터 대뜸 그럴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마침 우리는 네거리에와 있으니, 여기서 헤어지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당신은 오른쪽으로해서 집에 가고, 나는 왼쪽으로 가겠습니다. 수중에 25루블이 있으니,
가구 딸린 여관방 정도는 아마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가냐는 몹시 당황했고, 수치심에 얼굴이 시뻘게지기까지 했다.
"용서해주십시오, 공작." 그는 욕설의 말을 지극히 공손한 말씨로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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