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안드레이 공작은 그 결말을 보지 못했다. 옆에 있던병사가 단단한 막대기로 그의 머리를 힘껏 후려친 것 같았다. 조금 아팠지만, 무엇보다 불쾌했다. 그 고통이 주의를 어지럽혀 그가 보고 싶었던 것을 보는 데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걸까? 내가 쓰러지고 있는 걸까? 다리에 힘이 없다.‘ 안드레이 공작은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뒤로 쓰러졌다. 그는 프랑스병들과 포수의 싸움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빨간 머리 포수가죽임을 당했는지, 포를 빼앗겼는지 지켰는지 보기 위해 눈을 떴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 위에는 드높은, 맑지는 않지만 측량할 수 없이 드높은 하늘과, 하늘을 따라 유유히 흐르고 있는 잿빛 구름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조용하고 평온하고 엄숙할까. 내가달리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안드레이 공작은 생각했다. ‘우리가 달리고 외치고 싸우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저 프랑스병과 포수가 적의에불타고 공포에 질린 얼굴로 서로 세간을 잡아당기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이 드높고 끝없는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은 전혀 다르다. 왜 나는전에 이 드높은 하늘을 보지 못했을까? 그러나 이제라도 깨달았으니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렇다! 모두 허무하다. 모두 거짓이다. 이 끝없는 하늘 외에는, 그러나 이 하늘마저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정적과평안 외에는,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 P540
안드레이 공작은 이것이 자기를 두고 하는 말이고, 이렇게 말한 사람이 나폴레옹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이 말을 한 사람이 폐하라고 불리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이런 소리는 파리가 윙윙거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는 그것에 흥미를 갖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의를 기울이려고도 하지 않고 이내 잊어버렸다. 머리가 타는 것 같았다. 출혈로 쇠약해진 것 같았으며 그는 자기 위에 멀리 드높은 영원한 하늘만보고 있었다. 그는 이 사람이 자기가 동경하던 영웅인 나폴레옹이라는것을 알았지만, 이 순간은 나폴레옹도 흘러가는 구름이 떠가는 높고무한한 하늘과 자기 마음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비하면 작고하찮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옆에 누가 서 있건, 자기에게 무어라고 말하건 아무 상관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자기 옆에 멈춘 것이기뻤고, 이 사람들이 자기에게 도움을 주어, 이제는 완전히 생각이 달라져 실로 훌륭하게 생각되는 삶으로 돌려보내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무슨 소리라도 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는 힘없이 한쪽 다리를 움직이며, 스스로도 안타까울 만큼 나약하고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냈다. "아! 이자는 살아 있군." 나폴레옹은 말했다. "이 젊은이, 이 젊은이를 일으켜서 붕대소로 데려가라!" 이렇게 말하고 나폴레옹은 란 원수 쪽으로 말 머리를 돌렸고, 란은모자를 벗고 미소를 띤 채 전승을 축하하면서 황제에게 다가갔다. 안드레이 공작은 그후의 일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들것에 실리고, 실려가며 흔들리고, 붕대소에서 상처를 바늘로 찔러대자 끔찍한고통으로 의식을 잃었다. 날이 저물 무렵 다른 러시아군 부상병과 포 - P560
"당신의 연대는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소." 나폴레옹이 말했다. "대사령관의 찬사는 일개 병사에게는 무상의 영광입니다." 레프닌이 말했다. "그 찬사는 기꺼이 그대에게 주겠소." 나폴레옹은 말했다. "옆에 있는 젊은이는 누구요?" 레프닌 공작은 수호텔렌" 중위라고 대답했다. 중위를 바라보고 나폴레옹은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아직 젊은 몸으로 우리와의 싸움에 뛰어들었군." "젊음이 용기에 장애가 되지는 않습니다." 수호텔렌은 띄엄띄엄 말했다. "훌륭한 답변이오." 나폴레옹은 말했다. "당신은 상당히 출세하겠군!" 포로라는 전리품을 더 충실하게 보이기 위해 역시 황제의 눈에 띄는앞쪽에 세워진 안드레이 공작은 그의 주의를 끌지 않을 수 없었다. 나폴레옹은 싸움터에서 본 안드레이 공작을 기억해내고, 그때 보고 기억에 새겼던 젊은이라는 호칭을 쓰며 말을 건넸다. "아아, 당신인가, 젊은이?" 그는 말했다. "기분은 어떻소, 우리 용사?" 안드레이 공작은 불과 오 분 전까지만 해도 자기를 실어온 병사들에게 몇 마디 말을 걸었지만, 지금은 말없이 나폴레옹을 똑바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는 이때, 오늘 그가 발견하고 이해한 그 드높고 공평하고 선량한 하늘에 비하면 지금 나폴레옹의 마음을 차지한 온갖 홍•미는 부질없다고 느껴졌고, 그 천박한 허영심과 승리의 기쁨도 그의*P.P. 수호텔렌(1788~1833). 1805년 당시 기병 연대 중위로 후에 시종무관장이 되있다. - P562
영웅이던 나폴레옹까지도 모두 하찮게 여겨졌기 때문에 대답할 수가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출혈로 인한 쇠약, 고통, 근접한 죽음이 불러일으킨준엄하고 장중한 상념들에 비하면 모든 것이 무익하고 시시한 것 같았다. 안드레이 공작은 나폴레옹의 눈을 보면서 위대함의 부질없음.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부질없음. 살아 있는 자는 누구도 그 뜻을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죽음의 더한 부질없음에 대해 생각하고있었다. 황제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머리를 돌려 떠나면서 한 지휘관에게 말했다. "이 사람들을 잘 돌봐주고 내 야영지로 데려오게. 시의 라레에게상처를 보이도록 하겠네. 그럼 또 만납시다. 레프닌 공작." 그는 이렇게 말하고 말에 박차를 가해 빠르게 달려갔다. 그 얼굴은 자기만족과 행복에 빛나고 있었다. 병사들은 안드레이 공작을 실어오는 도중, 누이 마리야가 목에 걸어주었던 금제 성상이 눈에 띄어 몰래 풀어두었는데, 포로들에 대한 황개의 상냥한 태도를 보고는 황급히 그것을 원래 자리에 걸어놓았다. 안드레이 공작은 누가 어째서 그것을 도로 걸어주었는지 전혀 몰랐지만, 그의 군복 가슴 위로 가느다란 금사슬에 매달린 성상이 걸려 있는 것을 문득 알아차렸다. ‘아아, 얼마나 좋을까. 누이가 정성스럽고 겸허하게 자기 목에 걸어주성상을 바라보면서 안드레이 공작은 생각했다. ‘모든 것이 마리야사생각하는 것처럼 간단명료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가면서 어디 - P563
서 구원을 찾고, 삶이 끝나면 저기, 무덤 속에서는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그것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고 지금 기도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안심될까...... 그러나 누구한테 그것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호소할 수도 없고, 위대하다든가 무가치하다든가 하고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막연하고알 수 없는 힘에게 말인가?‘ 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아니면 마리야가 부적 주머니에 수놓은 하느님에게 말인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아무것도 없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 다 부질없다는 것과, 뜻을 알수는 없지만 대단히 중요한 무언가가 확실히 위대하다는 것뿐이다!" 들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흔들릴 때마다 안드레이 공작은또다시 견딜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 열병 같은 상태가 차차 심해지고환각이 시작되었다. 아버지, 아내, 누이, 머지않아 태어날 자식, 전투전야에 느낀 부드러운 기분, 그리고 작달막하고 보잘것없는 나폴레옹의 모습. 또 이 모든 것 위에 멀리 있는 드높은 하늘 등이 그의 열띤 상념의 중심을 이루었다. 리시예 고리에서의 조용한 생활과 평온한 가정의 행복이 떠올랐다. 그가 이 행복을 즐기고 있을 때 느닷없이 냉담하고 천박한, 남의 불행에 행복해하는 눈빛의 작달막한 나폴레옹이 나타나 회의와 고민이 다시 시작되었지만, 오직 하늘만은 평안을 약속하고 있었다. 아침 무렵모든 공상이 뒤엉키면서 인사불성과 망각이 뒤섞인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고, 나폴레옹의 시의인 라레는 그의 이러한 상태가 회복보다는 죽음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사람은 신경질에 담즙질이어서" 라레가 말했다. "회복되지 못 - P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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