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하자......‘ 그는 자신의 재능에 대해 느꼈던 의구심을 떠올렸다.
뭐 상관없다. 자유롭게 숨쉴 수만 있다면, 처음에는 콘스탄티노플로,
그리고 로마로 가자, 조금이라도 빨리 배심원 직무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문제는 변호사와 처리하자.‘
그때 갑자기 사시에 까만 눈동자의 여자 죄수가 그의 머릿속에 더없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피고들의 최후진술 때 울음을 터뜨리던 그녀의모습! 그는 재빨리 그녀를 머릿속에서 지우면서 다 피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고 또 한 개비에 불을 붙여 물고는 방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차례로 뇌리에 되살아났다.
그와 그녀의 마지막 만남, 그때 그를 지배했던 동물적 욕망, 그 욕망이충족된 뒤 찾아왔던 환멸이 떠올랐다. 하늘색 리본이 달린 흰옷이, 새벽 예배가 떠올랐다. ‘정말 그녀를 사랑했다. 그날 밤 나는 진정으로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했다. 고모들 집에서 지내며 논문을 쓰던그때도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때의 자신을 떠올려보았다.
그 생기로움과 젊음, 삶의 충만함이 거세게 밀려와 그는 견딜 수 없이슬퍼졌다.
그때의 그와 지금의 그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그날 교회에 있었던 카튜샤와 오늘 아침 그들이 재판했던 상인의 술시중을 했던 매춘부 사이의 차이만큼 컸다. 그때 그는 활발하고 자유로운 인간,
앞날에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 인간이었지만, 지금 그는 어리석고 공허하고 목적도 없는 하찮은 삶의 그물에, 빠져나갈 출구 하나 보이지않는 그물에 사방으로 갇힌 인간이었고, 굳이 빠져나갈 마음도 없었다.
그는 과거에 자신이 솔직함을 자랑으로 여겼던 것을, 언제나 진실만 말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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