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불쌍한 아가씨를 이해해. 이런 절망적인 권태 속에서, 주변에는 사람 대신 무슨 회색 그림자 같은 것들이나 어슬렁거리고, 들리는 것이라곤 천박한 잡담에, 그저 먹고 마시고 자는 것밖에 모르는 생활인데, 다른 사람들 같지 않게 잘생기고 재미있고 매력적인 이 사람이 가끔 찾아오면 마치 어둠 한가운데에서밝은 달이 떠오르는 것 같겠지…………. 이런 사람을 사모하면서시름을 잊는 거지. 어쩌면 나도 그 사람에게 약간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어. 그래, 그 사람이 없으면 지루해. 이거 봐, 그 사람생각을 하면서 웃고 있잖아. 바냐삼촌이 내 혈관에는 루살카의피가 흐르고 있다고 했지. "일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르라"고....... 뭐, 어때? 어쩌면 그래야 할지도 몰라…………. 자유로운 새가 되어서 당신들 모두로부터 당신들의졸린 얼굴과 수다들을 뒤로하고 날아가는 거야, 당신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하지만 나는 겁 많고수줍은 여잔데...... 양심이 나를 괴롭혀…………. 그 사람이 이렇게 매일 여기에 오고 있는데, 나는 그가 왜 그러는지 짐작이 갈뿐만 아니라 이제는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까지 들어, 소나에게 무릎을 꿇고 울며 용서를 빌고 싶은 심정이야. - P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