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1월 28일자 일기에서 그는 "나는 이제 비유를 들어 말한다면 경작이 이루어지는 땅과 같은 평범한 세계에 비하면 사막 같은이 다른 세계의 시민으로 살면서 나는 40년 동안이나 가나안을떠나 살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뒤를 돌아보고 있다""라고 토로하면서 작가로서의 자기 삶에 대해 비판적인 결산을 하고 있다. 특히나 시민사회에 제대로 뛰어들지 못한 자기 인생을 "삶 앞에서의주저함"이라고 표현하면서, 스스로 고독과 병을 자초했다는 회한에 자주 빠진다. 작가는 대체로 글쓰기를 통해서 범상함을 넘어서려고 시도하는 족속이라 할 수 있는데, 카프카는 자신의 글쓰기와관련해서 작가의 이러한 특별하고도 예외적인 지위가 소명(‘문학적 소명)일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자기만족 내지 나르시시즘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성에는 이처럼 예외적 위치의 추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소설에는 주어진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높은 목표를 설정해 자신을특별한 소명을 받은 존재로 여기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로운삶을 영위할 능력이 없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카프카의 다른 텍스트와 마찬가지로 작가의예외적 위치에 대한 성찰이나 반유대적인 서구사회에서 인정과 통합을 추구한 유대인들의 힘겨운 동화 노력에 대한 서술로만 보는것은 너무 협소한 해석일 것이다. 오히려 소설의 개방적 성격을 고려하면서도 적극적인 해석을 위해서는 소설에서 방대한 분량을 차지하는, K가 맞선 성의 정체와 성에 진입하려는 K의 의도와 성을상대로 벌이는 투쟁의 성격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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