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있다가 혹시 클람에게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주인이 말한 정도로 경악스러운 일은 아니더라도 감사해야 할 사람에게 경솔하게 상심을 안기는 것처럼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하층 신분, 흔한 노동자 신분에서 오는 우려스러운 결과들이 벌써 이토록 명확하게 드러나고 또그런 결과들이 나타난 이곳에서조차 자신이 그것을 극복할 수 없음을 알고 K는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그래서 우두커니 서서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인은 문 안으로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번 K 쪽을 돌아보았고, K는 올가가 다가와 잡아당길 때까지 주인의 뒷모습을 보며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두사람의 호흡이, 또 심장의 박동이 하나가 된 가운데 몇시간이 흘러갔다. 그동안 K는 방황하며 헤매고 있거나, 아니면 그보다 앞서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머나먼낯선 타향에 와 있는 기분이 줄곧 들었다. 다시 말해 공기의 성분조차 고향의 것과는 아주 다른 그런 타향, 너무 낯설어 숨 막혀 죽을 지경이면서 그곳의 어처구니없는 유혹에 빠져서 계속 가다가계속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는 타향에 온 기분이었다. 그래서클람의 방에서 무심하지만 명령하듯 저음의 목소리로 프리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을 때, K에게는 적어도 처음에는 어떤 충격이 아니라 위안을 주며 깨어나게 하는 소리로 들렸다. "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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