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위의 성, K가 오늘 중에 도착하기를 희망했던 그 성은 벌써기이할 정도로 어둠에 잠긴 채 다시 멀어져갔다. 그런데 잠시 헤어지는 것에 대한 인사라도 하려는 듯 성에서 경쾌하게 종소리가 울렸다. 마치 그가 막연히 동경하던 바가 이제 곧 실현될 것임을 암시라도 하는 듯한 종소리에 그저 한순간 그의 가슴이 떨렸다. 그것은 고통스럽기도 한 울림이었다. 하지만 그 요란한 종소리도 이내잠잠해졌고, 대신 약하고 단조로운 종소리가 어쩌면 여전히 위쪽에서, 아니면 어쩌면 이제는 마을에서 울렸다. 물론 느릿느릿한 눈썰매의 움직임과 병약하면서도 쌀쌀맞은 마부에게는 지금 울리는종소리가 더 잘 어울렸다.